영원한 안식 166

호스피스 일기 (62) - 아버지께 죄송해요

아버지께 죄송해요 마스크를 쓴 채 아빠와 함께 찾아온 재영이는 키가 무척이나 컸습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21살 재영이...... 건강한 키에 큰 눈매를 가진 재영이는 겉보기에도 잘생기고 씩씩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생긴 젊은 청년이 무슨 병을 앓나 싶을 정도로 건장했는데 몸 안에서는 이미 말기 ..

호스피스 일기 (61) - 나 이렇게 죽는 거야?

“ 나 이렇게 죽는 거야? 이게 다 꿈이었으면.. 그냥 푹 자고 일어났으면 좋겠어 ” 꽃마을에 입원할 당시 곱상하게 생긴 40대 초입의 위암말기 환자가 탄식조로 내 뱉은 말입니다. 아직 죽음을 받아 들이기에는 젊은 나이. 파란 만장한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아직은 할 일이 더 남아 있고 또한 유종의 ..

호스피스 일기 (60) - 함께 해줘서 고마워

함께 해줘서 고마워 새로 지은 꽃마을로 이사를 온지 한 달이 지날 무렵 체구가 작고 예민해 보이지만 깔끔한 성격의 구강암 말기 환자가 입원을 하셨습니다. 대체로 첫인상을 보면 그 사람의 일생이 어떠했을까를 짐작할 수 있는데 아픈 가운데에서도 청결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

호스피스 일기 (59) - 5년만 더 살고 싶어요

“5년만 더 살고 싶어요”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환자는 어렸을 때 너무 잘생겼다고 하여 ‘각하’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잘생긴 덕분에 돈은 많지만 자식 없는 사람들이 양아들로 달라며 잘 키워 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길거리에서 업어가는 것을 발견해 찾기도 했을 만큼 인물이 좋았다..

호스피스 일기 (58) - 여보, 나 그냥 오늘 갈래!

신부님께 성모꽃마을에서 1개월 3주간 지내면서 신부님과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봉사하는 봉사자분들을 보면서 저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원해서 그 곳에서 세례를 받고, 처음에는 약간 적응을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부님과 진로사님의 교리덕분으로 신앙을 온전히 받아 들이..

호스피스 일기 (57) - 여보, 나 그냥 오늘 갈래!

여보, 나 그냥 오늘 갈래! 흉선상피암으로 이미 여러 군데로 전이가 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입원을 했습니다. 꽃마을에 올 당시만 해도 상당한 통증이 밀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강력하게 써야 했습니다. 자녀는 중학교에 다니는 예쁜 딸 둘을 두었고 모두 ..

호스피스 일기 (55) - 자살비상금 10만 원

자살비상금 10만 원 성모꽃마을에 들어온 두 번째 환자가 있었습니다. 대장암 말기로 두 달을 살다 가신 분이었는데 이분이야말로 한국의 대표적인 호스피스 환자가 처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분은 3남매의 맏이로 무당 노릇을 해온 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는데 열 여덟 살 때 동네에서 머슴을 살..

호스피스 일기 (54) - 잠간 !! 꽃마을 소개

꽃마을 박신부님의 꽃마을 일기를 보면, 정말 가슴 아픈 일이 매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꽃마을 같은 곳이 있어 인생을 정리하고 화해한 후에 하늘나라로 갈 수 있으니 그나마 꽃마을에 오실 수 있었던 분들은 그나마 운이 좋으신 분들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꽃마을..

호스피스 일기 (53) - 얄밉도록 철없는 불쌍한 아내...2편

얄밉도록 철없는 불쌍한 아내...2편 얄밉도록 철없는 불쌍한 아내... 이렇게 보낼 일은 아니었습니다. “ 부인이 뭘 얼마나 잘못을 했길래 남편이 이리도 가시지 못하고 힘들어 하시죠?” 그 말을 들은 부인은 펄쩍 뛰며 “나는 잘못이 없다”고 하며 “저 남자가 나를 얼마나 고생을 시킨 줄 알아요?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