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호스피스 일기 (56) - 유언장

주님의 착한 종 2007. 11. 28. 13:54

유언장

 

“00 아빠!”
당신을 만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다고    있는 우리들의 

결혼 생활을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게 됩니다.

당신에게  해준 기억은 별로 없고 

당신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주었다는 생각 밖에는 나질 않아 

지금에 와서야 후회하는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여러 가지로 당신에게 정말 미안해요

모든 일에서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나는 당신을 무시하게 되었고 

때로는 당신이 내게 보여준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나의 잔소리는 어느새 습관이 되어  당신을 가르치려고만 하였지요

당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당신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면 

당신에게 실패라는 단어는 없었으리라는 생각을 이제 와서 하게 되니

 자신이 너무 후회스럽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아는 나는  집안의 가장인 당신을 무시하고 따뜻한  한마디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스트레스와 상처만을 안겨주었습니다

당신과 아이들에게 상냥한 아내자상한 엄마가 되지 못했어요.  

이제사 내가 아프고 나니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당신과 아이들을 남기고 먼저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네요당신과 화해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당신에게 나의 모든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며 당신과 화해하고 싶어요

내가  수술을 받고 병상에서 고통 중에 있었을  

당신은 술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지요.

사실 나는 당신이 괴로워서 그런 줄도 모르고 나의 입장에서만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내가 아파 누워 있는데 어떻게 저럴  있을까

 그런 당신이 얼마나 서운한지많이 서러워서 울었답니다

그러나 내가 장루(배에 임시로 항문을 만들어 다는 ) 달고 

집으로 왔을  당신은 힘든 직장 일을 하면서

나를 위해 피곤한 중에도 냄새 나는 장루 청소를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고 소독을 서슴지 않고 해주던  모습.  

당신께 말은 하지 못했지만 정말 미안하고 고마웠어요
  
힘들었던 순간순간들 중에도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일들이 많이 있네요.
아무쪼록 건강하고 행복하길 빌어요

(술은 끊지 못하면 조금은 줄였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당신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는 제가 있음을 기억해줘요.  

당신의 기도 속에도 제가 있길 원해요. ( 욕심일까요?)  
항상 기뻐하며감사하며사랑하며 살길 바래요


00 
아빠!  사랑해요

하고픈 말은 너무 많지만 깜박깜박 언어 전달이 제대로 되질 않네요

점점 죽을 때가 가까워지는  같아요.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돈도 많이 벌어 소원성취하길  

그렇게 날마다 하늘에서 기도 드릴께요

사랑한다는 말은  입 속에서 맴돌  한번도 해보지 못했네요.  

나도 언젠가는 사랑한다는 말을 해보고 싶었어요.  

사랑한다는  말이  그리 쑥스럽기만 했는지....  

이젠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어요

여보.... 사랑해요.... 당신을 만나 행복했어요
.”

당신을 사랑하면서도 사랑한다는 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한 

바보 같은 당신의 아내가
                         2005. 08. 

그로부터 한 달 뒤 이분은 사랑하는 남편의 품에 안겨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우리도 있을  잘해 봅시다.  

후회하고 늦기 전에 그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