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85

호스피스 일기 (64) - 눈을 감을 수가 없어요!

눈을 감을 수가 없어요! 50대 초입의 직장암 환자가 입원했습니다. 키는 자그마했지만 조용하고 기품이 있어 보이는 분이셨습니다. 원체 말이 없고 조용했기 때문에 옆에서 숨을 쉬고 계시는지 확인을 해야 할 만큼 참을성과 인내심이 강한 분이셨습니다. 묻는 말과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았는데 ..

호스피스 일기 (62) - 아버지께 죄송해요

아버지께 죄송해요 마스크를 쓴 채 아빠와 함께 찾아온 재영이는 키가 무척이나 컸습니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21살 재영이...... 건강한 키에 큰 눈매를 가진 재영이는 겉보기에도 잘생기고 씩씩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생긴 젊은 청년이 무슨 병을 앓나 싶을 정도로 건장했는데 몸 안에서는 이미 말기 ..

호스피스 일기 (61) - 나 이렇게 죽는 거야?

“ 나 이렇게 죽는 거야? 이게 다 꿈이었으면.. 그냥 푹 자고 일어났으면 좋겠어 ” 꽃마을에 입원할 당시 곱상하게 생긴 40대 초입의 위암말기 환자가 탄식조로 내 뱉은 말입니다. 아직 죽음을 받아 들이기에는 젊은 나이. 파란 만장한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아직은 할 일이 더 남아 있고 또한 유종의 ..

호스피스 일기 (60) - 함께 해줘서 고마워

함께 해줘서 고마워 새로 지은 꽃마을로 이사를 온지 한 달이 지날 무렵 체구가 작고 예민해 보이지만 깔끔한 성격의 구강암 말기 환자가 입원을 하셨습니다. 대체로 첫인상을 보면 그 사람의 일생이 어떠했을까를 짐작할 수 있는데 아픈 가운데에서도 청결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

호스피스 일기 (59) - 5년만 더 살고 싶어요

“5년만 더 살고 싶어요”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환자는 어렸을 때 너무 잘생겼다고 하여 ‘각하’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잘생긴 덕분에 돈은 많지만 자식 없는 사람들이 양아들로 달라며 잘 키워 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길거리에서 업어가는 것을 발견해 찾기도 했을 만큼 인물이 좋았다..

호스피스 일기 (58) - 여보, 나 그냥 오늘 갈래!

신부님께 성모꽃마을에서 1개월 3주간 지내면서 신부님과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봉사하는 봉사자분들을 보면서 저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원해서 그 곳에서 세례를 받고, 처음에는 약간 적응을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부님과 진로사님의 교리덕분으로 신앙을 온전히 받아 들이..

호스피스 일기 (57) - 여보, 나 그냥 오늘 갈래!

여보, 나 그냥 오늘 갈래! 흉선상피암으로 이미 여러 군데로 전이가 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입원을 했습니다. 꽃마을에 올 당시만 해도 상당한 통증이 밀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강력하게 써야 했습니다. 자녀는 중학교에 다니는 예쁜 딸 둘을 두었고 모두 ..

호스피스 일기 (55) - 자살비상금 10만 원

자살비상금 10만 원 성모꽃마을에 들어온 두 번째 환자가 있었습니다. 대장암 말기로 두 달을 살다 가신 분이었는데 이분이야말로 한국의 대표적인 호스피스 환자가 처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분은 3남매의 맏이로 무당 노릇을 해온 어머니 밑에서 자라났는데 열 여덟 살 때 동네에서 머슴을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