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 공지

오늘의 묵상(2022년08월10일)

주님의 착한 종 2022. 8. 10.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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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2년08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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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오늘복음 요한 12,24-36의 말씀입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일본에 갔을 때

TV에서 본 한 젊은 남자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일과가 끝나고 호텔에 돌아오니 별로 할 일도 없고

마침 함께 출장을 갔던 동료가 자판기에서

맥주를 사왔기에 제 방에 앉아서 홀짝 마셔가며

TV를 보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위성TV 같은 것이 없던 시절이라

일본 방송 밖에는 몰 수 있는 채널이 없었지요.

저는 일어를 할 줄 모르니

그저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동료가 번역을 해주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어느 작은 섬에서 어떤 젊은이가

민영화된 우체국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원체 주민 숫자가 적은데다가 갈수록 주민이 줄어

매달 적자를 면할 길이 없습니다.

주민이 주문한 생필품을 육지로부터 운반해주는

택배 업무도 겸해보지만 궁핍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섬 주민이 외지로 보내는 소포 포장을

자기 돈을 써가며 더 튼튼하고 안전하게 해줍니다.

트럭에 싣고 항구로 가서 배로 환적을 하여 운반할 때도

화물에 손상이 안 가게끔 담요 같은 것으로 둘러쌓습니다.

주민들에겐 단순한 화물이 아니라

정성과 사랑이 담긴 귀중한 선물이기 때문에

절대 소홀히 다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주민의 대부분이 노인 부부라 집안에까지

들어가 화물을 포장하고 픽업하거나

배달도 원한 장소에 가져가 정리까지 해줍니다.  

애인인지 아내인지 아무튼,

여자는 빨리 도시로 돌아오라고 하네요.
적자만 보는 사업, 당장 문 닫고 떠나버리면

그만일 텐데도 청년은 그러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우체국마저 없어져 버리면 가뜩이나 외로운 노인들이

외부와 접촉이 끊기는 것이 걱정이 되고

가족이나 친지로부터 온 편지, 소포 들을 배달해 줄 때

반가워서 활짝 웃는 얼굴을 보는 것이

청년의 진정한 보람과 기쁨이 되었고, 그래서

그들의 가장 큰 기쁨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 청년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아직도 그 섬에 남아있을까?

글쎄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섬 사람이 되어있지는 않을까..

막연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 청년은 그야말로 썩는 밀알의

대표적 본보기 아닐까요?

자신의 부귀영화는 아예 안중에 없고

오직 주변 사람의 유익을 위해 사는 삶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청년이 우리 가톨릭 교우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왜냐고요?

만약 그 청년이 천주교 신자였다면

아마 섬 주민 전체가 모두 신자가 되지 않았을까요?

 

신앙인이 아닌 청년의 미담은 미담으로만 남겠지만

신앙인으로서의 청년의 미담은 미담뿐이 아닌,

섬주민 개개인 전체를 미담의 주인공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태어나서 언젠가는 죽게 됩니다.

불변의 진리이지요.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때로는 광야를 지나고

강도 지나고 폭풍우도 만나고 아우성을 치기도 하면서

우리는 이렇게 인생을 건너가고 있습니다.

 

입에서는 단내가 나도록 일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훌쩍 커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가버리는구나' 라는 생각에

'인생이 너무나도 허무하다'라는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때로는 그런 나의 모습을 비쳐보면서

참 내가 보기에도 대견하다.....

 이 험악한 세상 그래도 잘 버티고 있는 것을 보니..

하고 스스로 용하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며 많이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우리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를 정말 힘들게 하고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 안에 있는 욕심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 욕심이 우리를 이리 내몰고 저리 내몰고

그래서 그 욕심에 이끌려 우리는 그렇게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힘들게 살아왔던 것 아닌가요?

그래요, 우리는 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살아왔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 살수록 삶이 더 꼬이고

마음은 더 힘들어지는 것을 경험해왔지요.

 

어느 책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우리가 믿는 것은 잘 살기 위해서 믿는 것이 아니라

잘 죽기 위해서 믿어야 하는 것이다"라고

 

우리는 어차피 다 죽어갑니다.

필연적인 사실입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우리는 다 죽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어차피 죽는 인생

더 멋있게 죽기 위해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제 나이를 생각해보면, 어차피 30년도 안돼 끝입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것은 매 일반인데..

죽어가는 것은 정해진 사실인데..

조금이라도 더 잘 먹고 조금이라도 더 잘 살려고

아둥바둥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었겠습니까?

 

 

잘 죽으려고 멋지게 잘 죽으려고,

 그렇게 멋있게 살다가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게 살면 서로 힘이 안 들것이고

마음 편안하게 사는 게 될 터인데요.

그러니 잘 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게 되지 않거든요.

이게 가장 큰 고민이지요.

이제 마음을 고쳐먹어야 할 텐데요.

잘 죽으려고 하면 할수록 일이 풀리고

하느님의 평화와 기쁨이 임하는 것을

누리게 된다고 하던데요..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한번 죽었던 인생이니

이젠 덤으로 얻은 인생이므로

보람 있게 살다가 가야겠다"라고..

 

그래서 이제는

본인을 위해서 더 잘 먹고 잘 살고 갈 것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서 멋있게 죽기 위해서

살다가 가야겠다.”

 

그래서 멋지게 죽으려는 마음을 먹은 사람들은

이상하리만치 가는 곳마다

행복이 그 사람을 따라다닌답니다.

 

 

이야기가 너무 과격해졌지요?

차분히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어야

새 생명이 돋아날 수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이기적인 자아가 죽어야

평화와 기쁨이 찾아온다는 말입니다.

 

신앙생활은 수련입니다.

날마다 우리 자신이 죽고

새롭게 태어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죽지 않으면 새로운 나는 탄생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묵은 나’가 죽을 때

내일의 ‘새로운 나’를 선물로 받습니다.

나날은 같은 날의 연속이지만

이런 삶을 살면 하루가 늘 새날처럼 경이롭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