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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2년07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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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밤에는 알 수 없는 피로가 몰려들어
도무지 가라앉는 눈꺼풀을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침까지 내쳐 잠을 자다가 깨어나
장지수행봉사를 위해 아침 일찍 나서야 했기에
아뿔싸!! 복음묵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제부터 오늘까지 선종하신 두 분의 선종자에 관한
느낌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두 분의 고인 모두 80대 중반이십니다.
그런데 두 분의 처지가 너무나 다르고
다른 만큼의 또 다른 애통함이 있었습니다.
세실리아 자매님은 십 년 넘게 투병생활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투병생활 중에도 레지오 단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시며 봉사활동에 전념하셨기에
그분의 본당 신부님은 물론 많은 교우분들이
그 자매님과의 이별을 슬퍼하며 기도하고
장례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분이 중국교포라는 사실입니다.
한국에 오셔서 남편과 두 명의 시누이를 부양하며
열심히 일을 해서 중국에 있는 아들을 키우고
중국에는 쏠쏠한 투자도 해놓으셨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의 병세가 깊어지자 중국에 있던 아들은
아내와 함께 내한하여 어머니 곁에서
주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까지 간병하며
이별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수많은 이별을 목격해왔지만
이렇게 서러워하는 남편과 시누이들은
처음 보았습니다.
세실리아 자매님은 엄마와 같은 올케였답니다.
비록 고향 땅이 아닌 한국에 묻혔지만
가족 친척들과 수많은 교우들의 기도와 애도 속에
하느님께 떠났습니다.
축복 가득한 이별이었지요.
요셉 형제님은 아내와 사별하신 후
혼자 지내셨습니다
무남독녀인 딸과 사위의 보살핌을 받았지만
병세가 악화되면서 사위의 고향인
충남의 어느 지방의 요양원에 모셔졌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도록 요양원 생활을 하시다가
선종하시게 되었습니다.
요셉 형제님의 주소지에는 아무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남은 것이라고는 달랑 교적 한 장뿐..
이제 요셉 형제님을 기억하는 교우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장례예식에 함께 하실 분들은
연령회 선종봉사자들 분입니다.
사실 요셉 형제님의 경우는
한국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입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한국사회의
새로운 풍속이 되었습니다.
정들었던 동네, 함께 생활했던 지인들,
함께 신앙생활을 했던 교우들과의 이별.
결코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이었지만
늙고 병들어 아무 말도 못하고
낯설고 어두운 요양원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아, 물론 요셉 형제님의 딸과 사위는
자기 형편에 맞는 최선을 다했던 분들입니다.
그분들을 비난하고자 하는 바는 절대 아닙니다.
저는 그저 단 한 가지의 바람이 있습니다.
외롭지 않게 떠날 수 있으면
본인이 다녔던 성당에서
본인과 함께 미사 드렸던 교우들과
마지막 미사를 드리고
축복의 기도를 받으며 떠날 수 있으면...
오늘 복음은 루카 10,38-42입니다.
주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어떤 마을에 들리십니다.
주님께서는 당신의 길을 걸어가십니다.
사람들을 찾으러 길을 나서시는 주님이시지요.
마침내 마르타와 마리아를 찾으셨습니다.
그들은 전에도 몇 번 만났던 자매입니다.
주님께서는 자매가 사는 집으로 들어가십니다.
자매가 주님을 모셨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주님을 모실 줄 알고,
또 주님께서는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으십니다.
그곳에서 주님께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말씀해 주시고, 보여 주십니다.
들을 줄 아는 사람이 그 말씀을 듣고,
볼 줄 아는 사람이 그분의 모습을 뵐 수 있겠지요.
마르타와 마리아..
언니 마르타는 음식 준비에 바빴습니다.
열 명이 넘는 장정들이 들이닥쳤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동생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태연하게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짜증이 난 언니는 동생을 보내 달라고 청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마리아를 두둔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좋은 몫을 택했으니 그냥 두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참 이상한 분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손님들이 드실 음식을
준비하는 마르타를 칭찬하고
일하지 않고 딴청 부리는 마리아를 나무라셔야
맞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삶의 몫이 있습니다.
마리아처럼 주님의 말씀을 열심히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르타처럼 주님께 열심히 시중드는
사람이 있겠습니다.
비록 그 몫은 다르지만,
모두 주님의 공동체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지요.
다만, 주님 안에서 각자의 몫에 충실해야 하지만,
가끔씩 다른 이의 몫에 이래라저래라
참견하는 경우가 있지 않겠습니까?
오늘 주님께서는 자신에게 맡겨진 직분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고 계시는 것이지요
이번 주간은 농민주간이기도 합니다.
특별히 오늘은 농민들을 기억하며
‘농민을 위한 기도’를 바치면 좋겠습니다.
○ 세상 만물을 창조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느님 아버지,
우주에 질서와 조화를 주시고
햇빛과 바람과 비를 주시어
온갖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섭리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 농업이 경시되는 상황에서도
땀을 흘려 농사짓는 농민들이
하느님의 창조 사업에 함께하고 있음을 깨달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농사일을 더욱 소중히 여기게 하소서.
○ 날이 갈수록 생명이 죽어 가고
공동체가 파괴되어 가는 오늘날에도
모든 이가 마음의 고향인 농촌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고
온갖 죽어 가는 것들을 살리는 데
앞장서게 하소서.
● 그리하여 사랑과 일치와 신뢰가 싹트게 하시고
농촌과 도시가 하나로 이어져
온 누리에 생명이 살아나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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