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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2년07월13일)

주님의 착한 종 2022. 7.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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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2년07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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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부터 오지랖 넓은 바오로 형제와

하루 종일 방충망을 손질했습니다.

특히 모기나 파리 같은 것들이 샤시 틈새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것,

그걸 '모헤어'라고 하는 군요.

알미늄 샤시를 반짝반짝 빛나게 닦고

털이 다 바진 모헤어를 전부 뜯어내고

새것으로 교체했습니다.

장장 8시간에 걸친 대공사..

허리가 아파 죽겠습니다.

 

정말 바오로 형제 대단합니다.

고마워요.  

 

심일 전에는 역시 바오로 형제와 에어컨 실외기 배관을 보수했지요.

그리고 실외기 공간에 비둘기들이 몇 년간

어질러놓은 오물들을 치우고

비둘기들이 오지 못하게 하려고 장애물을 설치하려고 했는데

 

이런,  그 사이에 알을 낳고 품고 있네요.

집을 새로 지으려는지 나뭇가지들도 물어다 놓고,,

참 나...

마음이 약해져서 보류하고 문을 닫고 들어왔습니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생겼습니다.

 

여러분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는 부모님께 죄를 많이 지었습니다.

특히 아버지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왜정시대에 대학을 다니시고

학교에서 가난한 여학생을 만나

연애결혼이라는, 가문이 발칵 뒤집히는

역사를 만드신 신식 아버지이셨습니다.

 

친구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고,

풍류를 즐기고, 술을 좋아하신 아버지는

그 많던 재산을 탕진하셨음에 반성을 하시긴 했지만

그 성품을 버리지는 못하셨습니다.

 

양반 가문의 수천 석 갑부로 태어나

세상 어려움 없이 사셨던 아버지는

박봉의 공무원 월급으로 어렵게 살아야 했던

자식들에게 무척 미안해 하셨지요.

특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 못했다고 더더욱 그러셨습니다.

 

아버지는 절대로 아들들에게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하셨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하시는 것처럼 보였지만

저는 압니다. 저에게는 유독 잘 하셨다는 것을..

맏아들에 대한 기대가 크셨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사리판단 정확하고 성격 급하고

다혈질인 아버지에게 혼나지 않은 며느리가

딱 한 명 있으니 그 사람이 바로

큰 며느리인 실비아입니다.

 

그런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저는

아버지 살아생전에도 동생들보다 잘 한 것이 별로 없네요.

 

 

제가 50이 넘었을 때에도 아버지를 뵈러 가면

아버지는 꼭 만원 권, 한 두 장을 주셨습니다.

아들에게 용돈을 주신 것입니다.

 

그리고 과속하지 마라, 건강 조심해라,

운전 조심해라..

꼭 학교 가는 아이들에게나 할법한 말씀들을

되뇌여 하셨지요.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철부지처럼 보였나 봅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 11,25-27입니다.

매우 짧은 구절이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합니다.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 드립니다.”

 

오늘 복음에서 들을 수 있는 이 말씀에서

예수님께서는 누구를 철부지라고 하셨을까요?

 

미루어 보건대,

당신 제자들을 지칭하신 것 같습니다.

그들의 단순함을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 같습니다.

베드로는 얼마나 단순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까!

최후 만찬 때 스승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려 했을 때

베드로는 한사코 거절하였는데

예수님의 설명을 듣고는 발뿐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 주십사 하며 청합니다.

불과 몇 분 만에 마음이 바뀐 것이지요.

 

그뿐인가요?

결코 당신을 배반하지 않겠다고 하고서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합니다.

베드로는 그만큼 단순하였습니다.

다른 제자들도 그렇습니다.

스승님께서 수난과 죽음을 말씀하시는데

그날이 되면 스승님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게 해 달라고 청하는 제자도 있었고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은 돈 서른 닢에

스승님을 팔아 넘기고는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다가 목 매달아 죽는

제자도 있습니다.

 

너무 단순하기에 심사숙고하고

결정하여 행하는 것이 아니라

욱하는 마음에, 또는 기분에 따라 울다가

웃기를 반복하는 어린 아기들 같은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제자들이 단순하였던 것은

그들의 삶이 소박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자들은 일정한 직업이나 거처도 없이

삼 년이나 스승을 따라다녔습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성품이 아니었다면

도중에 그만두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런 과정을 통하여

스승의 참모습을 깨닫습니다.

그분 안에 계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오늘의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제자들처럼

단순함을 지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단순하면 할수록 하느님의 뜻을

더욱 잘 깨달을 것 같습니다.

 

즉, 철부지의 믿음으로 나아가자는 말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주님 앞에서는

철부지가 아닐 수 없으리라 생각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