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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2년07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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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친구의 이야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그 친구는 연년생의 동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로
매일을 심한 주정과 폭력을 행사하여
그의 어머니는 견디다 못해 도망을 가 버리고
그 형제는 매일 멍이 든 얼굴로 학교를 다녔습니다.
밥이나 제대로 얻어먹었겠습니까?
술이 안 취했을 때는 온순하기만 한 그의 아버지가
미리 지어놓은 밥을 먹거나
딱하게 여긴 이웃 집에서 가끔 얻어먹기도 하고
점심 시간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각자 도시락에서 한 두 스푼씩 덜어
동생을 불러 같이 먹게 하고
집에서도 먹도록 싸 보내며 지냈지요.
그러다가 5학년 때 전학을 간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난 것은 직장생활을
막 시작할 때였습니다.
그 친구는 눈이 나빠서 군복무를 면제받아서
이미 대리가 되어 있더군요.
그날 퇴근 후 저녁을 같이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버지는 간경화로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다시 돌아오셨고
작은 아버지가 도와주셔서 다행이었노라
하더군요.
그 친구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술 마시고 난리 치는 아버지뿐이라고 했습니다.
식사를 하며 소주로 반주를 하였는데
그 친구는 한 잔도 마시지 않더군요.
그런데 알고 보니 동생은 아버지처럼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입 퇴원을 반복하고 있어
꽤 부담스러워 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환경 속에서 자랐는데 이렇게 달라지다니.
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왜 금주주의자가 되었고
네 동생은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을까?"
그 친구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지 않겠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는 자기가 아버지와 닮는 것이 두려워
술을 가까이 할 수 없었고
동생은 아버지의 폭력이 두렵기에 고통을 잊으려
술을 가까이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쁜 환경이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환경에 대처하는 자세에 따라서
행복을 창출해 내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을 학대하는 절망의 사슬에 매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행복과 절망 한 가운데 서게 될 때
주님께 물어보면 어떨까요?
주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물으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주님의 대답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은 마태오 12,38-42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 몇몇이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합니다.
시쳇말로 그들은 예수님에 대해
긴가민가하고 있는 자들 같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표징은 기적입니다.
그러니까 “자기네들을 놀라게 하는 기적을 보여 주신다면
예수님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자 주님의 말씀은 단호합니다.
‘요나의 표징’ 말고는 보여 줄 게 없다고 하십니다.
아시다시피 요나는 예언자의 소명을 받지만
귀찮아하며 달아납니다.
그러한 그를 주님께서는 풍랑을 일으키시어
큰 물고기를 시켜 삼키게 하시지요.
요나는 그제야 뉘우치고 소명을 받아들였습니다.
바리사이들이 요나를 모를 리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요나처럼 어정쩡하지 말라고 하시지요.
기적은 온몸을 던졌을 때 주어지는 은총이지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표징은 이미 주어져 있다.
요나의 기적 이야기를 보라.’고 하시나 봅니다.
기적이 신앙인을 변화시킬까요?
기복사상이 유독 강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기대를 거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기적을 보면 믿음이 확고해지고
신앙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겠지요.
그래서 신흥종교 교주들은
교묘한 속임수로 기적을 연출함으로써
사람을 끌어 모으고 세력확장을 꾀하기도 하고
또 성공한 듯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론은 아닐 것입니다.
아무리 기적을 보더라도 뿌리가 내리지 않으면
순간적 믿음으로 끝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신앙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굳건한 신앙인의 눈으로 바라보면,
봄에 진달래 꽃이 피고
여름에 신록이 우거지고 매미가 울며
공원에 소풍 나온 유치원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나 건강한 웃음소리를 듣는,
이 모든 것이 기적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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