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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2년07월08일)

주님의 착한 종 2022. 7. 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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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2022년07월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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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른 아침,

살금살금 발 소리를 죽이며

세수를 하고, 우유 한 잔을 마시고

현관 문도 살살 열고 닫은 후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요즘 손녀들 돌보느라 많이 힘든 마님이

무릎까지 아파서 연골주사를 맞는다고 하니

미안한 심정이라서 조금이라도

더 자게 하고 싶었습니다.

 

장례식장을 가면서 생각했지요.

일기예보에 폭우 소식이 있으니

매장하는데 힘들어질 텐데.

장례가 끝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았으면..

 

한 편으로는 날이 개어 해가 뜨면

엄청난 폭염이 이어질 텐데

날이 개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고

 

마치 소금장수와 숯장수 아들을 둔

어느 어머니 같이 걱정을 합니다.

 

 

그런데 정작 날씨는 너무 고마웠습니다.

장례가 끝날 때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고

구름은 태양을 가려 많이 덥지 않았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빗줄기를 만났지만

초우제를 드리기 위해 상주의 집 앞에 도착하자

빗방울이 딱 멈추는 군요.

 

그렇습니다.

내가 걱정한들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저 모든 것이 그분의 뜻이라 여기고

마음 편히 따르면 될 것을..

 

어제 날씨는 아무래도 아들 딸 내외와

손주들이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선종하신 오 정순 마리아 자매님의

기도 덕분이 아닐까 생각 됩니다.

 

 

오늘 복음은 어제에 이어 마태오 10,16-23입니다.

어제 아침의 짧은 걱정이

오늘 복음 말씀에 오버랩 되는군요.

 

정말로 아무 걱정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걱정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천만에,,, 라고 외치고 싶지만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물가는 오르고 금리는 치솟고

망할 놈의 유류비 매일 최고가를 경신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혼미하기만 하고

푸틴같은 작자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학살하며

양곡의 수출을 막고 있어 농산물 가격 폭등을 불러오고

 

국내도 정치는 안정되지 못하고 있고 

경제는 관심도 없는 둥,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만 계속되니

텔레비전과 신문은 연일 살기 힘든 세상을 전해 줍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물론 마음 졸이고 안달한다고

내일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힘든 미래가 바뀌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의 심리는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씀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마땅한 대답을 얻기가 힘들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아무 걱정이 없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미리 걱정을 하지는 말라는..

저만치 내리는 비를 미리 뛰어가서 맞을

필요는 없다”라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극빈층이 있지만

예전에는 의식주에 관한 걱정이 정말 많았지요.

먹고 입고 잠자는 걱정..

현대의 대다수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는

해방된 것 같은데 자살은 늘어나는 등

다른 걱정거리가 생겨났고

걱정의 질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능력 밖의 걱정거리..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근심거리를 만나기도 합니다.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이 말씀은

당신께 철저하게 맡기며 살라는 뜻이랍니다.

미리 대비한다고 두려움이 없어지는

세상도 아니니까요.

 

제 경험으로는 걱정도 습관인 것 같습니다.

습관이 굳어지면 작은 걱정이

어느새 큰 걱정으로 바뀌게 될 것이고요.

순교자들은 모든 것을 포기했기에

걱정하지 않았다고 하지요.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더 잃을 것이 없는 처지로 몰렸기에

자유로워졌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박해 시대가 아닙니다.

하지만 순교의 삶을 살 수는 있다고 하지요.

맡기는 생활의 훈련..

작은 걱정부터 맡기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