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치·예일대 교수 겸 모간스탠리 아시아 비상임 회장
중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
경기 관련 각종 데이터가 확실히 나빠졌다.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0선에
근접해 있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경기 확장에서 경기 수축으로 국면이 뒤바뀐다.
이와 함께 소비자 기대, 통화량, 주가, 철강 생산, 산업재 판매, 신규 건설을
포함한 다양한 지표가 모두 뚜렷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 스스로 환영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하드 랜딩(hard landing)에 대한 공포는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2008년과는 다르다. 그때는 국제 교역이 붕괴했다.
1년 만에 전 세계 교역 규모가 10.7% 감소했다. 대공황이 있었던 1930년대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연간 26% 성장(2008년 7월 기준)하던 중국의 수출이 연간 27% 감소(2009년 2월 기준)했다.
GDP 성장률도 한 자리 숫자로 줄었다. 중국으로선 사실상 0% 성장이었다.
수출 기업이 몰려있는 광둥에서만 농민공 20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2008년 말 중국은 극심한 불황의 한복판에 들어가 있었다.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에 힘입어 중국은 2009년 초부터는 깊은 구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만 정부가 은행을 통해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정책에는 대가가 따랐다.
지방정부 부채가 급증했다. 고정자산 투자가 전례 없는 수준인 GDP 대비 50% 가까이로 치솟았다.
그래서 은행 위기가 재발하지 않을까, 무시무시한 자산 버블이 곧 붕괴하지 않을까,
인플레이션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은 여기에 유로존 위기라는 변수도 더해진 상태다.
그렇지만 2008년 상황이 재현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은행권의 부실 채권 문제, 자산 버블 붕괴 우려, 인플레이션 부담과 같은 중국 특유의 문제를
두루 감안해 보면 하드 랜딩이 일어나긴 어렵다는 결론이다.
앞으로 부실 채권이 분명히 많아지긴 할 것이다.
2008~2009년 경기 부양을 위해 은행권을 통해 1조7000억달러를 지방정부에 대출해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실 채권에 대한 공포는 과장된 것이다. 중국 은행들은 손실을 감당할 만한 막대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예금이 많기 때문이다.
은행권 전체로 보았을 때 예금 대비 대출 비율은 65%에 불과하다.
글로벌 경제 위기 이전 수준(120%)과 비교하면 훨씬 좋아진 상태다.
중국의 자산 시장도 폭발할 정도는 아니다.
그동안 건설 붐과 투기 붐이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1년 6개월 전부터 중국 정부는 주택을 여러 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두 번째 집을 살 때는 전체 주택 가격을 50%, 세 번째 집을 살 때는 주택 가격의 100%를 계약과
동시에 지불하도록 만들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투기가 크게 줄었다.
도시 지역에 주택이 과잉 공급돼 있는 문제도 점차로 해결될 것이다.
지금은 텅 빈 건물만 잔뜩 서있어 마치 '유령 도시'처럼 보이는 곳도 머지않아 상하이의
푸둥 지역처럼 변화할 것이다.
앞으로 20년에 걸쳐 3억1000만명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할 전망이다.
이렇게 된다면 도시 지역에서 주택 수요가 주택 공급을 따라잡을 것이다.
중국에서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심각한 위험이다. 특히 올해 여름 CPI(소비자물가지수)가
6% 문턱을 넘어섰다.
중국 정부도 네 방향에서 인플레이션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첫째, 식품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비료값을 내리고 돼지고기·식용유·채소 공급을 늘렸다.
최근 물가 상승 폭의 절반이 식품 가격 탓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대출을 줄이기 위해서 은행의 지불준비율을 지난 11개월 동안 9차례 올렸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도 오르기 때문이다.
셋째, 위안화 절상 폭을 조금씩 늘렸다. 수입 상품 가격이 높아 전체 물가에 부담을 주는 일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넷째,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작년 10월부터 정책금리를 5차례 인상했다.
1년 대출금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0.3%포인트 높은 수준에 와 있다.
이제 중국 경제는 과거와 같은 GDP 10% 성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수출과 내수, 도시와 농촌 간 경제적 불균형이 갈수록 커졌다.
양대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도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중국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최근 중국 경제는 GDP 8% 성장 수준으로 소프트 랜딩(soft landing)을 기대할
만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유럽이 완전히 무너지거나 세계경제가 2008년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빠지는 일만 없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제 중국은 12차 5개년 계획에서 밝힌 대로 소비 주도 경제로 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30년 전 경제 개혁을 시작할 때 이룩했던 전략적 전환을 다시 한 번 이뤄내야 할 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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