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자요우(加油)!" 중국, 그들이 선진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

주님의 착한 종 2011. 6. 14. 10:27

 

▮ 경제성장만으로는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없어
▮ 중국의 안정적인 발전 위해 세계가 함께 도와야


 
<조선일보> 6월 11일자 섹션에 “中, 선진국 될 수밖에 없는 10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모간스탠리 아시아 비상임 회장인 스티븐 로치의 글이다. 칼럼을 공급한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원문의 제목은 “Ten Reasons Why China is Different”라고 되어있다. 직역하자면 ‘중국이 차이가 나는 10가지 이유’라고 해야겠다. 이것을 조선일보는 ‘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는’이라고 과감한 의역(意譯)을 해놓았다.

■ 원문 주소 :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roach5/English
■ 원문 중역 :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roach5/Chinese

로치의 칼럼 어디에도 ‘선진국’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는 칼럼을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9개 언어로 소개하고 있는데, 물론 중국어로도 번역되어 있다. 중문 번역판의 제목은 ‘中国不同于世界的十大理由(중국이 세계와 다른 10가지 이유)’로 직역에 가깝다. 로치의 칼럼은 중국이 ‘middle-income trap’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한정되어 있다. 주장의 근거로 10가지 이유를 나열하고 있는 것이다. 원문 어디에도, 번역판 어디에도 ‘선진국’이라는 표현은 없다.

‘middle-income trap’을 중문판은 ‘中等收入陷阱(중등수입함정)’이라고 번역해놓았다. 한국에서도 이 표현은 오래전부터 회자된바 있는데, ‘중간소득의 덫’이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고 ‘중진국의 함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2007년 세계은행 보고서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된 이 표현은, 저개발국가들이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지위에 올라서고나서 보다 높은 수준을 향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지못하고 일정한 문턱에 이르러 휘청거리거나 성장에 한계를 겪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로치에 칼럼에 나와있듯, 중국 발전의 회의론자들은 그 이유로 ▲인플레이션 ▲과잉투자 ▲급격한 임금상승 ▲부실은행대출 등을 꼽고 있고, 로치는 낙관론자의 입장에서 10가지 근거를 제시하며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로치의 주장은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으므로 가타부타 재론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로치는 ‘middle-income trap’을 뛰어넘으면 선진국이 된다고는 말하지 않았지만, 중진국의 함정을 뛰어넘으면 곧장 선진국의 길에 접어드는 것이냐, 과연 선진국이란 무엇이며 선진국이 갖추어야 할 자격 요소는 무엇인가 하는 점은 이번 지나친(?) 의역 사례를 통해 짚어볼만 하겠다.

흔히들 중진국을 개발도상국(Developing country)이라고 한다. 중국은 이러한 국가군(群)에 속한다. 한국을 아직도 중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데, 유엔이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로 보나, OECD 멤버로서의 지위로 보나, 세계 주요 기관과 언론이 발표하는 각종 통계 순위로 보아도 한국은 어김없는 선진국(Developed country)의 대열에 포함된다. 그토록 선망했던 명문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처럼, 이제 막 낯선 캠퍼스에 들어서려니 모든 것이 어리벙벙하겠지만, 한국이 ‘선진국 클럽’에 들어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한국인들은 이것을 명심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아직 한국인 스스로 ‘선진국 국민’이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질 것이다. 정치나 행정으로는 아직도 삼류이고, 여러 가지 복지수준도 미흡해 보이고, 사회질서도 바로 잡혀있지 않는 듯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산 너머 산처럼 많아 보인다. ‘선진국’은 아직도 우리에게 꿈같은 이야기로만 들린다. ‘작은 나라’ 한국이 이러할진대 앞으로 중국은 어떠할까?

선진(Developed)국가와 개발도상(Developing)국가 - 완료형과 진행형의 사이에는 경제적 성과를 뛰어넘는 ‘무엇’이 끼어든다. 로치의 칼럼은 순전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이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지만, 선진국은 정치, 사회, 교육, 문화, 군사, 외교 등의 모든 영역에서 조화로운 발전을 이룩한 종합예술과도 같은 결과물이라 교양없는 ‘졸부’의 태도로는 자타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 돈이 많고 기술이 발전하였다고 선진국은 아닌 것이다. 한국도 아직 미처 그러하지 못하기에 한국인들 스스로 ‘우리는 선진국 국민’이라고 자부하지 못하는 것이며, 중국은 더욱 많은 문제가 산적해있다.

영어로는 그냥 ''Developed'이지만 한자문화권에서 선진(先進)이란 그저 ‘잘 사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굳이 지적하자면 ‘존경받을만한’ 국가여야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다. 원래 태생적으로 중국(中國)이란, 국민국가의 개념이 아니라 문명국가의 지위로서 수천 년 동안 인식되어 전해왔고, 1921년 신해혁명을 통해 새로운 국가를 설립하면서 그러한 문명의 이름 ‘중국’을 정식국호로 채택하였다. 천하의 중심이 되는 국가, 천하제일의 국가 - 중국! 앞으로 중국이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하면서 선진국이 되려면 찬란한 문명으로 대륙을 하나로 묶었던 지난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미래에는 무엇으로 세계를 이끌고 나갈 것인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보아야 한다. 존경받는 중국이 되는 비결을 말이다.

특이하게도 그것은 중국 혼자 풀어야 하는 과제가 아니다. 물론 중국의 앞날은 1차적으로 중국 인민들이 주인된 태도로 끌고나아갸겠지만, 세계인 모두가 중국이 잘 될 수 있도록 도와주워야 할, 책임과 의무 같은 것이 존재한다. 알다시피 중국은 세계 인구의 1/4을 차지하는 국가다. 세계 역사상 한 번도 존재해본 적이 없는 거대국가다. 따라서 중국의 흥망은 세계인 1/4의 흥망이라 달리 표현할 수 있고, 세계인 모두에게 커다란,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결코 ‘남의 집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중국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세계 모두가 평안하게 사는 길이다.

여기에 한국인의 역할은 더욱 크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다고, 이웃집이 부자가 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도와주는 지극히 선량한 사람은 세상에 흔치 않다. 하지만, 중국의 덩치가 너무나 크기에, 그들의 존재가 우리에게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특별하기 때문에, 때로는 얄밉고 질투심이 나기도 하겠지만 “자요우(힘내라)! 중국”을 힘차게 외쳐줘야 하는 것이 한국인의 숙명처럼 되었다. 그것은 한편으로, 중국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여도 마치 우리나라의 일인 듯 아파하며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세 또한 포함한다. 중국이 평안해야 세계가 평안하고, 한국은 더욱 평안하다. 우리가 ‘선진국 중국’이라는 남의 집 일을 내 집안의 일처럼 신경 써야 할 명백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