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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한국인 - 여태근 칼럼 9. 中 외식사업, '체면문화' 알아야 돈 번다

주님의 착한 종 2009. 11. 18. 14:20

 
▲ 다양하게 장식된 백제원 룸 중의 하나이다. 장식에서 권위가 느껴진다.
▲ 다양하게 장식된 백제원 룸 중의 하나이다. 장식에서 권위가 느껴진다.
 
고위층 식문화가 곧 고가 외식문화의 시발점


일전에 고위직 관료인 중국 친구에게 정부 청사내의 초대소에서 식사를 대접 받은 적이 있는데, 일반적 주문제 식당보다 못할 게 없었다.

중앙정부, 성정부, 시정부 등 중국의 상급 정부 기관에서는 국내외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영빈관'이라는 접대 장소를 만들어 경영하거나 호텔을 정부 직접 소속기관으로 운영한다.
선양 시내에만도 선양영빈관, 선양호텔, 랴오닝호텔, 요우이(友誼)호텔 등이 있는데 정부 차원의 접대 또는 행사장소이다. 관료들의 자녀결혼식에도 이 호텔을 사용하고 한중교류행사 때도 종종 이용된다.

이러한 고급 접대문화가 공개화돼 있어 중국의 관료들이나 기업가들은 식사를 위해 고급장소를 습관적으로 이용하며, 외식 소비에 심리적 제한이 별로 없다. 그것을 바라보는 인민들의 인식도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영도이고 실력이 있으니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우리 한국사회처럼 기업가가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게 모범적이라거나 정치인들이 시장통에서 국밥 먹으면서 사진에 담아야 대중 속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외식산업이 대형화 되고 실내외 장식이나 요리 자체가 고급화된 곳이 많다. 식사는 문화일 뿐이지 있는 자와 없는 자의 위화감이나 차별화는 없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직원들의 구내식당에서는 거의 식사하지 않으며 한번씩 둘러 볼 뿐이다. 오히려 중국 친구들과 그들이 원하는 특색있는 중국 식당에 자주 가는 편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외식문화

중국의 대중들 역시 자신의 소득능력보다는 소비가 한 단계 위에 있는 것 같다. 먹을 때에도 체면 과시가 많다. 입는 것과 자는 곳 그리고 문화수준에 비해서는 외식소비가 확실히 과하다. 그래서 우리 한식당도 그 영향을 받는다. 반찬이나 주문요리의 음식양이 먹을 수 있는 것보다 실제로 약간 많다.

이전에 미국의 LA에 있는 한식당에 가족과 함께 간 적이 있다. 가족들은 냉면, 김치찌게 그리고 나는 곰탕을 시켰는데, 모두가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을수 없었다. 양이 너무 많다고 하니 서빙하는 한국 아주머니가 “여기는 미국입니다. 약간 풍족한 느낌이 있어야 좋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미국도 중국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었다.

중국인은 풍족해야 식감이 있고 체면이 선다고 생각한다. 식당을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낭비를 절제하려고 하지만 사회통념상 먹고 약간 남길만큼 담는다. 또 고객들도 다 먹지 못하면서 많이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중국에서 식당으로 돈벌려면 어쩔 수 없이 중국 손님이 많이 와야 매상이 많이 오르고 돈을 벌 수 있다.

직원채용 시에도 한국직원은 면접할 때, 자기 전공과 담당직책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책임을 질 수 있는지, 권한의 한계까지 정확히 구분하면서 채용된다.

반면 중국직원들을 면접해 보면 비슷한 업무는 전부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할 수 있다고 했지 책임진다는 말은 아니다. 책임을 묻기보다 자기의 권한을 먼저 따진다. 또 월급 받고 일하면서 사장을 도와줬다고 한다. 이것도 체면상 하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사장의 체면도 생각해서인지 “사장님, 영도께서 많이 가르쳐주세요”라고 말한다. 겸손한 게 아니고 상대의 얼굴을 생각해서 그냥 던지는 말이다.

이와 같이 체면과 생각, 인간관계가 복잡하니 일의 효율과 생산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사람을 많이 쓰게 되고 일의 결과보다 과정과 방법에 더 집착한다.


중국 고객들의 체면을 세워줘야

한국에서 고객카드 즉 VIP카드를 발급하면 판매할인, 즉 실용성을 위한 것이지만 중국에서는 체면용으로 발급하고 그 다음이 할인이다. 우리 식당에서 무료시식권을 DM으로 발송해도 회수율이 많지 않다. 그저 얻어먹는 게 체면 아니라 생각해서다.

그래서 영업시간에도 중요 고객에게는 지배인이 꼭 한번 둘러보고 술잔도 한잔 권해야 하고 서비스를 낼 때도 가급적 메뉴에 없는 특별요리로 "당신을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고 멘트를 던지면서 크고 화려하게 장식된 요리접시로 서비스해야 한다. 그게 체면이다.

어쨌든 체면 때문에 고급술, 고급요리가 잘 팔린다. 그래서 식당장사도 잘 되고 사업도 번창한다. 고급스러운 맛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급의 장식이 중요했다.

한국식당에서는 주인이 자기가 특별히 담근 고향의 젓갈 또는 묵은김치, 장류 등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경우를 많이 접한다. 중국에서 이같은 대접은 손님을 깔보는 행위다. 값싸고 품위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중국 고객의 체면을 상하지 않게 영업에서 잘 고려해야 한다.

중국인들은 식당에서 식사할 때 막 떠든다. 옆에서 식사하는 한국 고객들은 그같은 상황을 흉 본다. 주변사람 인식하지 않고 무례하다고... 이것도 중국인의 체면문화이기에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부러 떠든다. 이것도 습관이고 문화다. 무례한 것이 아니다.

나도 처음 식당할때 이같은 광경을 보고 많이 당황했다. 그래서 홀에 음악을 틀고 또 직원을 시켜 좀 자제토록 대응했다. 지금은 내버려둔다. 서로 체면 상하지 않기 위해 즐겁게 떠들면서 밥먹는데 내가 어쩌랴!

손님이 즐겁고 재미있게 먹고 장사만 잘 되면 된다. 요즘은 나 역시 약간 큰소리로 떠들면서 밥먹는다고 집식구가 나에게 같은 말을 했다. 한국의 어느 식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