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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한국인 - 여태근 칼럼 7. 백제원, 한식의 중국 현지화 비결

주님의 착한 종 2009. 11. 7. 14:38

한식의 세계화② 백제원, 한식의 중국 현지화

한식 현지화를 위한 백제원 주방 시스템


▲ 백제원 요리사들
▲ 백제원 요리사들

 백제원을 방문한 한국손님들이 "무슨 음식종류가

이렇게 많느냐?"고 종종 묻는다. 또 질문한다.

"주방에 한국주방장이 몇명 있느냐?"고... 백제원 한식부에는 한국요리사가 없다. 단 일식부에서만큼은 손끝의 칼솜씨때문에 경험있는 한국조리사가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만 한식을 배운 요리사들 대부분이 중국현지 적응을 잘 못했다. 과거의 자기경험에만 익숙하다보니 현지의 미각과 재료 선별에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또한 현지화에 약하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이 잘 안 되며, 여러 가지 거부 이유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주방에서는 요리를 직접 만드는 조리사가 40명이나 있다. 육부, 구이류, 튀김류, 반찬부, 무침부, 탕부, 전과 면부, 주식부 등등에 각조별로 배치되어 매일 준비하는 한식종류가 평균 130가지이다.

한국에서는 메뉴 종류가 그리 많지 않고 재료의 선택범위가 좁다. 그래서 한국에서만 배운 조리사들은 재료가 바뀌면 레스피대로 요리를 만들지 못했다. 정말 신토불이다. 우리는 레스피를 만들때 현지의 다양한 식자재의 특성에 맞춘다. 김치 하나를 만들어도 배추와 마늘, 고추 등이 한국과 다르다. 당연히 조리법이 달라지는데, 여기서 한국의 찬모들도 혼란스러워 한다.

그래서 이 복잡한 현지의 조리법을 어느 한 두 사람이 다 개발관리할 수가 없어 모든 레스피를 전산화, 표준화시킨 다음 각 조장책임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미각이 한국요리 본질의 전통조리법과 맛을 가지고 있는지, 또 우리의 조리법보다 더 나은 연구가 있는지, 매년 한국의 유명 대학교수진을 초빙하여 검증받기도 하고 각부서별로 개별 레슨을 받기도 한다.

주방에서는 1년 중 이 때가 제일 바쁘다. 학교뿐만 아니라 한국음식업중앙회, 외식관련잡지사, 언론기자 등을 초청해서 많은 자문을 받는다. 사실 그 초청비용이 만만치 않으나 교육을 위해서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한국요리의 정통성을 잃지않으면서 현지의 미각에 맞출 수 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한식메뉴 개발 노하우

▲ 백제원 소꼬리짐
▲ 백제원 소꼬리짐

 우리 식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것 중에 꼬리찜과 돼지보쌈이 있다. 개업초창기에 한국의 요리책에 나오는 갈비찜을 만들려고 했는데, 당시에 선양의 정육점에는 비육우가 없고 전부 몽고초원에서 사육된 것이라 아무리 해도 육질의 맛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다른 재료를 찾은 것이 꼬리 부위였다. 당시에는 한식요리 어느 책에도 현재의 꼬리찜이 없었다. 갈비와는 재료특성이 달라서 여러번 새로 만들었고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맛으로 고정됐다. 중국고객들은 이것을 특별히 좋아하는데, 백제원이 개발한 최고의 메뉴라고 자부한다.

요즘은 다른 한식당뿐만 아니라 남방의 중국식당까지도 이 꼬리찜이 있다. 그후에 미국산 초이스급의 고급갈비로 갈비찜을 만들었는데, 꼬리찜보다 인기가 없었다. 만약에 한국의 레스피와 메뉴만 고집했으면 최고의 신메뉴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돼지고기로 만드는 보쌈도 한국에서 먹어본 것을 상상하면서 몸에 좋은 이런저런 약재와 양념 등으로 반복된 시험을 통해 현지인의 입맛에 맞는 요리로 만들어졌다. 그후 조리법도 여러번 바뀌었다. 고객이 맛을 본 후, 한마디 할 때마다 참고해서 만들어 결국 성공메뉴가 됐다.

"절대 미각은 없다! 벤치마킹은 무죄!"

▲ 백제원 소라구이
▲ 백제원 소라구이

 요리는 만들어 먹어서 몸에 좋고(웰빙) 맛있으면 "오케이!"이다. 또한 술안주인지, 식사반찬인지, 가족용인지, 접대용인지에 따라서 음식 간도 약간 다르게 만든다. 판매가격과 담는 모양도 역시 다르다.

음식의 간에 대해서 말하자면 한국고객은 백제원의 조기구이는 소금간이 약하다고 한다. 맞다!왜냐하면 우리는 밥반찬용의 굴비구이가 아니고 술안주용 조기구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장하고 말리는 방법이 다르다. 이것에 맞들인 고객은 "맛이 특별하다"고 칭찬하며 한국에서 수입했는지 조기 자체가 깔끔하다고 한다. 이 역시 중국고객이 좋아한다.

요리를 개발할 때는 그 식당의 고객층과 지역의 미각과 그 날의 자리에 맞아야 한다. 모두에게 통하는 '절대미각'은 있을 수 없다.

나는 선양의 유명한 중식당은 거의 다 가본다. 중국에서 식당사업을 할 때는 중국식당을 자주 견학하면 도움이 된다. 한국식당에 자주 가면 내 입맛에 맞지만 중국인의 미각을 공부하기 힘들다.

창조하는 것보다 남의 것을 벤치마킹하는 게 방향설정이 더 정확하고 빠를 수 있다. 따라 배우는 것은 죄가 아니다. 즉 "벤치마킹은 무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