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국수가 골목대장을 행복하게 합니다.

주님의 착한 종 2009. 3. 25. 15:24

국수가 골목대장을 행복하게 합니다.

 

오늘은 국수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요?

 

오늘 성당에서 정말 맛있게 국수를 먹었습니다.

지난 달에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바지락 김치국물 국수라는 특이한 국수를 만들어

놓고 애통해 하던 골목대장… (ㅠ_ㅠ)

밥은 반 공기를 먹으면서 국수는 꼭 두 그릇, 자장면은 곱빼기, 냉면은 반드시

사리 하나를 추가해야만 섭섭하지 않는 국수광인 골목대장. ^^

 

만약 오늘 한 그릇 밖에 먹지를 못했으면 아마도 오늘이 다 가도록 아른거렸을 거에요.

두 그릇, 그것도 면이 듬뿍 담긴.. ㅎㅎ

원 없이 맛있게 먹었네요.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을 자매님들 고맙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수고하셨어요.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국수의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국수의 면을 만드는 방법이 1,200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국수를 늘인다'고 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국수를 빼거나 뽑는다'

하는데 그것은 만드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주로 반죽을 해서 잡아 늘리는 납면법으로 면을 만들고

(중국집에 가서 자장면 시키면 자주 볼 수 있었죠?)

 

우리나라에서는 눌러서 만드는 착면법으로 바가지에 구멍을 송송 뚫고 뜨겁게 반죽한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그 구멍으로 빼거나 뽑아서 찬물에 받아 굳혔지요.

우리가 가장 즐겨 먹는 냉면은 착면법아니고는 만들 수 없는 독창적 면식이죠.

이렇듯 물에서 건진 면이기에 사람들이 국수라 불렀던 것이 점차 대중화되었다고 합니다.

 

옛날엔 국수가 귀한 별미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기록에 의하면, 국수는 고려 때부터 궁중 등에서 가끔 먹었던 음식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밀가루보다는 메밀가루로 만든다고 했고,

또 중국 화북지방에서 밀을 구해 오기 때문에 귀족들이 먹었다고 합니다.

민간에서는 밀이 귀해 잔치 때가 아니면 먹기가 어렵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러니 서민들은 결혼 잔치 같은 때에나 맛볼 수 있었던 귀한 음식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하면 국수가 연상되었을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서구 문물이 유입되면서 밀가루가 들어오고,

수동식 국수틀이 나온 후 국수로 된 음식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한국전쟁 후 미국의 원조물자와 1960년대 초에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해

밀가루 음식인 분식을 장려하는 정책 속에서

1963년 처음으로 이 땅에 라면이 탄생하였지요.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에는 라면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서 (일본 말이기도 하지만)

길거리에서 드럼통에 연탄불을 피워놓고 라면을 끓여 행인들에게 먹이는

이른바 시식행사가 많이 열렸었는데 면 한 젓가락, 국물 한 숫가락 얻어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던지요.. 꿈을 꿀 정도로.. ㅎㅎ

티비나 라디오에서는 ‘5분이면 따뜻한 국수를 먹을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로

선전을 해댔고, 식당에서 끓여주는 라면은 5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당시에는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굶주렸던지 라면 국물이 기름져서

설사를 하는 사람도 많아 기름을 뺀 공면도 한동안 팔렸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노래도 있었어요. 삼양 라면, 공면~~

 

다시 국수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북한에서는 국수를 아직도 온면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국수를 더운 장국에 말아서 웃기를 얹어 먹었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경사스러운 잔치 때에 손님들에게 반드시 국수를 대접하였고

그래서 요즘 결혼식에도 이러한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또 국수는 음식 가운데 길이가 가장 긴 이유로 `장수`의 상징이기도 하여서

잔치 날에는 국수가 마련되었고. 특히 결혼식 날과 생일 날에는 반드시 국수를

먹는 관습이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국수 요리의 특징 중 토렴 또는 퇴염(退染) 이라는 말이 있어요.

삶아놓은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여러 차례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하는 것을

토렴 또는 퇴염(退染)이라고도 한답니다.

 

골목대장이 예전 직장 다닐 때,

주일날만큼은 늦잠을 잘 수 있는 마님을 위해 아침에는 꼭 라면을 제가 끓였어요.

미사 끝난 후에는 바쁜 일들이 많으니까 간단히 냉면으로..

저녁에는 비빔국수나 장국 국수를 먹고자 했으나 실비 마님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던 세끼 국수...

 

하루 세끼 모두 국수로 때울 만큼 국수를 좋아하는 골목대장이다 보니

두 그릇 배불리 맛있는 국수를 먹고 난 지금..

나른한 오후, 너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