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바지락 김치국물 국수를 아십니까? (ㅠ_ㅠ)

주님의 착한 종 2009. 3. 9. 11:55

바지락 김치국물 국수?

 

바지락 김치국물 국수를 아십니까?

지금은 웃고 있지만, 어제는 정말 가슴이 아팠답니다. ㅎㅎ

 

어제 미사 후에 버스정거장에서 즈가리야 형제를 만났습니다.

즈가리아 형제 역시 저의 협회 회원입니다.

무슨 협회냐고요?

땅란 홀아비협회.. ㅋㅋ

 

즈가리야 형제가 점심을 먹고 가잡니다.

싫을 일이 있나요?

그런데 버스를 내릴 때 보니까, 저 말고도 또 다른 분들이 계셨네요.

바오로 형제님이라고.. 즈가리아의 동향이자 선배님이랍니다.

그 바오로 형제님의 일가족 세 분.

그래서 모두 다섯 사람이 홍콩중로로 갔습니다.

 

고추장 삼겹살에 된장국에 비빔밥..

그런데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나요?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소주를 겻들였지요.

 

배도 부르고.. 마침맞게 취기도 오르고..

그런데 성당에서 너무 떨었나? 으실으실 떨리는 거에요.  

집에 가서 옷이나 갈아입고 와야겠다..

그래서 집에 갔는데, 집안이 엉망이네요.

 

저는 조그만 원룸에 사는데,

어쩌다 보니 동거를 하고 있습니다.

고향이 연길인 중국 직원 한 녀석을 채용하게 되었었는데

몇 일 지나서야 그 녀석이 잘 곳이 없다는 걸 알게 되어서

그럼 우리 집에 소파나 하나 들여놓고 자렴..

그랬더니 다음 날로 짐 보따리를 싸들고 왔네요.

처음엔 몇 일, 아니 한 달만 지나면 집을 구하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때론 편할 때도 있습니다.

그 녀석이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제가 한국에 갔을 때도 집 잘 지키고..

(반찬이 제 입맛에 안 맞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군요.

 

아무튼 이 녀석이 제 친구를 데리고 와서 밥을 해먹었는지.

주방엔 그릇이며 음식 찌꺼기가 쌓여있고

그리고는 내가 들어오려면 멀었겠다..

외출을 한 모양입니다.

 

대충 치워놓고, 마님과 두 토끼에게 선물이라도 사다가 줄

요량으로 한국 상품성으로, 까르프로..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빈 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계속 오한이 드는 거에요.

뭐 뜨끈한 국물 같은 게 없을까? 라면 말고..

그러자 몇 일 전 역시 우리 협회회원인 일명 베네통 형제가

마이칼에서 바지락이랑국수를 사다가 맛있게 해먹었다고

자랑(?)하는 소리가 생각이 나서 그 중국녀석에게 전화했습니다.

 

- 너 언제 들어오니?

조선족 지금 들어갑니다.

그럼 너 마이칼에 가서 바지락이랑, 국수 좀 사가지고 와라.

조선족 바지락이 뭐에요?

-   _)

한참 설명이 이어지고 아무튼 잘 사왔습니다.

 

인터넷에서 읽은 기억을 더듬어서

멸치와 다시다를 넣어 끓이고, 바지락 해감시키고 깨끗이 씻고

또 끓이고, 양파, 호박, 버섯 채 썰어서 준비하고

 

국물을 걸러낸 후, 면을 넣고, 국수가 익을 무렵에 야채 넣고

나중에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 맞습니다.

설명에 맞게 충실히 따라 했는데..

아이구야.. 면을 너무 많이 넣어서 (이건 순전히 국수를 좋아하는

저의 과욕이었습니다.) 국물은 하나도 없고 국수만 보입니다.

물을 더 넣고 다시 끓일까 생각했지만, 냄비가 적어서 불가능..

 

맛을 보니.. 밀가루 냄새만 잔뜩 납니다.

기대했던 맛있는 바지락 국물 맛은 어디로 가고

 

버릴 수는 없고, 그냥은 도대체 먹을 수가 없고..

김치국물 붓고, 참기름 넣고..

이른바 바지락 김치국물 국수

간신히 반 그릇 먹었는데.. 더 이상은 제 혀가 거부를 합니다.

 

정말 허무하네요.

오데로 갔나 오데로 갔나 내 바지락국수..

중얼거리며 남은 찬밥에 고추장 비벼서 저녁을 대신했습니다.

 

고추장 때문인가? 오한도 풀어지고 땀도 나며 슬슬 잠이 오네요.

요때 전화 옵니다. 바로 변사또, 청도주번사령..

저녁 먹잡니다. 여러 명 모여있답니다.

 

전화를 하려면 진작 하지..

변사또가 미워집니다.

 

바지락 국수를 생각하며, 잠들었습니다.

 

2009 3 8일 사순제2주일은 이렇게 바지락 악몽과 함께

지나가 버렸습니다.    

 

저 내일 한국에 갑니다.

마님이 맛있는 것 많이 해주겠답니다.

 

마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 그거 알지? ㅎㅎ

우리 마님, 이 글을 읽고는 주책이라고 얼굴이 빨개질 텐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