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大陸歌-대륙에서 부르는 노래

[스크랩] 대륙가-떼인 돈 찾으러 1만리(3)

주님의 착한 종 2008. 4. 23. 11:44

(이것봐라…!)

 

다음날  서둘러 칭다오 사무실로 전화를 넣었다.

여직원에게 대나무 돗자리의 가격협상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묻고싶은 것이다. 원래 장당 부산도착도 가격으로 28불로 받았으나 깍고 깍아봐도 26불이하로는 불가능하단다. 대나무 돗자리는 당시 한국에서도 히트를 친 물품인데, 우연한 기회에 한국도매상과 연결이 되어 내년 3월에 선적할 목표로 적정한 공급선을 물색중에 있었다. 여름물품은 늦어도 4월중에는 업자들에게 넘어가야 하므로, 늦어도 11월에는 생산에 착수를 해야한다. 아침일찍 교덕휘를 만나자고 연락을 취했다.

 

"교경리! 대나무 돗자리 견적을 낼수가 있겠습니까?"

"커이!(可以). 오전내로 내 드리겠습니다."

"물량은 32백개. 여덟컨테이너 이므로, 가격을 잘 좀 주세요."

"팡신이시아(放心一下).실망 안 하실겁니다."

 

슬쩍 보니 교경리는 신이 나 있다.흥분을 숨기느라 이것저것 묻지도 않는 회사 내부일까지 미주알 알려준다.

오후에 교덕휘가 본사로부터 연락받은 가격은 24불이다.

역시 경험있는 진출구공사가 능력에서도 앞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경리! 가격은 다른곳과 동일하나, 전문가인 귀사로부터 구입하고 싶습니다."

"쎄쎄!(謝謝)"

 

"대신 러시아산 물품은 우리에게 넘겨주세요.동일수량,동일가격으로 공급하면 어떻겠습니까?"

"가능하겠습니까?"

 

"계약금을 내지않으면 이 거래는 불가능입니다."

".....................!"

 

"라리즈공사에 대한 계약금은 내가 대신 지불하고. 돗자리에 대한 우리의 대금은 그것으로 대신할까 합니다만.."

"아! 메원티(沒問題)."

 

돗자리거래 계약서를 작성하고 대금은 이미 5만불을 선금으로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하였다.

영수증은 라리즈공사측에게서 러시아산 물품공급 계약후 그기에 지불한 계약금 영수증을 받아오면 그때 발행해서 받는것으로 하였다.

 

사실 교덕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우선 계약금을 지불하지 않고 안전하게 물품을 인수할 수 있다.

또 라리즈공사로 부터 일전 샘플은 모두 확인했던 것이 아닌가. 그것을 그대로 매입할 수 있으므로 하등의 문제 발생소지는 없다. 그기다가 나에게서 돗자리 주문을 동시에 받았으니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 만약에 라리즈측에서 물품공급을 하지않으면 이 돗자리 계약도 대금반환 없이 취소하거나, 5만불은 지급 안 한 것으로 하고,별도 계약금을 따로 지급하도록 이면계약을 작성했으므로 최악의 경우 상대만 계약금을 날리게 될 것이다. 교덕휘로서는 십년묵은 체증이 한순간에 쑥 내려가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흑하시장은 마치 우리의 동대문 골목시장을 그대로 옮겨놓은듯이 번잡하다.

둥글고 긴 가죽 포대를 발 밑까지 질질 끌고 다니며 물품을 흥정한 후 그 가죽 주머니에 담아넣고 있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러시아 여성이다. 하나같이 햄프샤 스타일이다. 길거리 좌판에서 러시아 상인과 거래 흥정을 하고있는 중국인을 보니 흡사 우리나라 시장상인을 보는듯하다. 열정적이고 입심이 좋으며 중국어,러시아어를 적당히 섞어가며 큰소리로 흥정을 하는데, 최소한 몇 년 이상씩 경험이 있는 사람들 일 것이다. 나도 호기심에 어느 가게에서 겨울장화( 무릅까지오는 긴 발목은 솜과 천을 사용해 누빈것으로, 밑창과 발등만 가죽으로 되어있는 상당히 조잡한 신발) 를 하나들고 얼마냐고 물었다. ‘200위안이란다. ‘도둑눔. 아무리봐도 50위안도 못쳐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어랍쇼 왠 뚱뚱이 러시아 아줌마가 열컬레를 그 가격에 사서 가죽주머니에 바로 담아넣는다.

 

골목을 들어서자 마대로 포장된 물품들이 가득히 길을 막고있다.

한 건물에 도착해서 좁은 계단으로 올라가니 긴 복도가 나온다. 좌우는 온통 화물마대로 층층이 쌓여져있고 칸칸이 들어선 가게 간판은 모두 무슨 무슨 무역공사 또는 진출구공사의 흑하 사무실로 되어있다. 한곳에 이르러 안쪽을 보니 천쉐넨이 차를 마셔가며 러시아 상인과 흥정에 열중하고있다. 흘낏 이쪽을 쳐다보고는 반가운듯 예의 그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좀 기다리라고 눈짓을 준다. 아마 내가 찾아 올 것이라고 하얼빈 직원으로부터 미리 연락을 받았으리라.

 

"내가 흑하로 온 것은 러시아산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서입나다."

"어떤 물품입니까. 우리지사가 러시아에 있어 도움을 줄수있을것입니다."

 

소파에 앉아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후출장목적을 거짓으로 둘러댔다. 그리고는 절강진출구공사에 제출한 천쉐넨의 가격명세서를 그 앞에 내밀었다.

 

"평소 나와 거래가 있는 업체로부터 천사장과 협상중인 이 물품의 구입의뢰를 받았습니다."

"그래요?내가 수배하고 있으니 나 한테서 구입하면 안 되겠습니까?"

"왜 안되겠습니까.5% 만 깍아 주세요.나도 이익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천사장이 이 거래에서 빠져 나갈수 없을것이다.

그는 이 거래에서 최소한 30%~40%이상의 마진을 붙였을 것이다. 러시아 물품의 거래는 불확실하며 고도의 위험성이 따르므로 그만큼 거래이익은 높은것이다. 심지어는 두배 장사도 한다고 한다. 일반무역과 같이 서류거래가 아니므로 별도 경쟁자도 없다. 그냥 화물을 자기자본과 위험하에 운송해와서 눈앞에 펼쳐놓는 사람은 그것의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가 있는것이다. 운이 싸나운 날은 다른 경쟁자가 동일물품을 구입해 왔을경우인데, 이경우에도 서로 신사협정을 맺어 가격을 조정한다. 따라서 본건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다른경쟁자가 없어서 그로서는 충분한 마진을 붙였을 것이므로 적은 거래가 아니다. 상대가 이미 거래 파트너를 바꾸고 있다면 자칫 기회를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3%로 합시다."

"좋습니다. 대신 계약금은 10%만 내겠습니다."

"하하하!!........."

 

천쉐넨은 이미 나의 말의 뜻을 알고있다. 자신의 부채를 계약금으로 걸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로서는 방법이 없다. 절강진출구와는 거래성사 확율이 제로에 가깝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거래를 하지 않으면 나에게 진 빚을 다른 방법으로라도 지불해야 한다. 만약 거래가 성사되면 가만히 앉아서  빚을 다 갚을 뿐만 아니라 그러고도 적지않은 수익이 발생하는것이다. 바보 같은 상인이 아니고서야 이 거래를 뿌리칠 이유가 없다.

 

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계약당사자는 라리즈공사와 절강지출구공사로 하고 거래 대리인을 우리회사로 했으며, 단가는 원래 그들의 가격은 건드리지 않고 대신 97%는 라리즈공사에,3%는 우리에게 지불하는것으로 했다. 만약 공급수량에 변화가있으면 그만큼 대금을 조정하도록 부칙을 붙였다. 계약금 영수증을 받고나니 이미 오후 5시가 다 되었다. 이 거래에서 나는 채권회수뿐만 아니라 돗자리대금에서도 장당 2불을 절약하였으며, 그들 거래의 중개역할로 3%의 이익까지 챙기게 되었다 대 만족이다. 고생하며 출장온 보람이 있는것이다.

 

이틀후 우리 둘은 하얼빈을 거쳐 칭다오로 돌아왔다.

1주일간의 비즈니스 여행이었다. 흑하에서의 거래는 나중에 물량이 약 10%정도 부족한 상태에서 무난히 마무리 되었다 한다. 무역인이란 말하자면 국제거래의 전문 브로커인것이다. 단순히 거래 상대를 숨겨가면서 그 중간에서 대리인으로 심부름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 브로커는 제3의 거래 당사자인것이다. 반드시 당사자로서의 핵심역할이 들어가야 진정한 trader인 것이다. 예컨데 공급자는 일람불결제를, 구매자는 외상결제를 원할경우 그들간의 거래는 결국 성사되기 어렵다. 그 중간에 이를 해결하는 브로커 즉 trader의 존재가 필요한것이다. 또는 해외거래에서 바이어가 일일이 출장검사를 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대행하는것도 역시 전문 브로커의 일이다.나는 이 거래에서 전문 중개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또 한번 뼈져리게 느낀것이다.

 

※ 중국상인에게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상호 이익이 되는 다른 거래로 정산하는 것이 좋다.

    오로지 돈을 받기위해 백날을 쫒아 다녀도 소용없다....있어도 안 준다.

    한건의 거래 실패로 적을 만드는 것은 하수다.

 

스프링/

 

출처 : 칭다오 한국인 도우미 마을
글쓴이 : 스프링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