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하(黑河:허이허).
중국 동북의 최북단 도시. 길 하나를 두고 약 200미터 거리로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수비대와 세관이 마주보고 있는 동토의 땅. 비록 인구 100만이 조금 넘는 지역이지만 중국 전역의 대다수 진출구공사와 무역공사의 지사가 전부 나와있는 곳이다. 그만큼 러시아와의 내륙무역이 활발한 전략적 요충지인 것이다.
중국은 연안도시를 개방하면서, 동시에 러시아와의 교류를 위해 북방 네개 도시도 개방하였다.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무역거래가 해변 개방도시 이상으로 활발한 동네가 바로 슈분허(綏芬河),만쥬리(滿洲里),허이허(黑河)와 훈춘(琿春)이다. 이를 내륙개방도시라 한다. 변방세관에서 체류기일 하루인 비자를 발급해 주었던 93년 이전까지는 번화하고 활발한 도시였으나 체류기일을 일주일로 연장하는 바람에 러시아 상인들이 저 아래 심양,하얼빈까지 떼거지로 몰려가서 다양하고 품질 좋은 물건을 그것도 싼 값에 구입 하였으므로 내가 도착했을 그 당시에는 이미 한물간 썰렁한 동네였다.
직접 구매자인 개미군단은 적어졌다 하더라도 러시아와의 무역에 있어서는 제일 가까운 요충지라 대다수 무역회사는 그래도 활발히 거래를 하고 있었다. 러시아로 부터는 주로 철강,자동차,정밀전자,면화,주류 등이 건너오고 중국산으로는 대다수가 생필품과 경공업품이었다. 우리나라의 라면과 초코파이도 많이 거래가 된다고 한다. 루불화는 돈으로 인정도 안하며, 달러나 인민폐 또는 바터거래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비록 줄기는 했으나 하루에 구매자를 가득실은 대형버스도 20대 이상씩 건너오고 있는것이다.
10월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살을 에이는 추위다. 우리 둘은 처음부터 허이허까지 올 계획이 없었으므로 가을용 점퍼차림이다. 그기에 나는 멋을 부리느라 얇은 와이셔츠에 넥타이까지 이쁘게 매고 왔으니, 이건 그대로 맨살로 냉장고에 들어온것과 다름없다.
하얼빈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우리는, 저 쪽으로 바삐 뛰어가는 사람 꽁무니를 따라서 정신없이 트랙에 도착하고 보니, 아뿔사 이건 비행기 비스무리 하긴 한데 동화책에 나오는 진짜 떳다 떳다 비행기와 똑 같다. 35인승 프로펠러인 저 장난감이 어떻게 날아 다닐까 도저히 신기해 죽을 지경이다.
"몇시간이나 걸리제?"
"약 두시간 반 정도 날아갑니다."
"히~익"
저 아래 끝도 없이 펼쳐지는 산맥들을 굽이보면서 명상에 잠겨있는데, 갑자기 덜컹하더니 머리가 거의 천장에 닿을 뻔 했다. 비행기가 작다보니 전방에서 이상기류를 만나게 되면 서서히 하강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뚝~수직 직하 하는것이다. 그제서야 두툼한 벙거지를 쓴 손님들이 비행기가 이륙 하자마자 하나같이 앞쪽 의자 모서리를 두손으로 꽉 잡고 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세상에 태어나서 비행기를 말타듯이 한 것은 처음이다. 따가닥~따가닥…
'근데 왜 비행장 건물이 안보이지?'
도착신호와 함께 안전밸트를 매면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비행기가 거의 다 내려 왔는데도 주위에 건물이 하나도 없다. 그대로 논 바닥으로 내리는 모양이다. 끝도없이 망망한 논 바닥 중앙에 시멘트로 포장된 활주로 하나가 달랑이다. 덩그렇게 개선문 비스무리한 기둥 두게 사이로 저 멀리까지 꼬불꼬불 길이 나있다. 마중나온 차량들은 활주로 주위로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장거리 버스정류장도 이것보다는 멋있다고 생각했다.
마중나온 사람들 사이에 <
탕주임과
(간주가 만만치 않게 나오겠구먼….!)
속으로 생각했다. 카운터에서 체크인할 때 무슨 이유를 대더라도 다른 호텔로 옮길 것이리라..
칭다오에서는 그정도의 룸이라면 200불정도가 아닌가. 뭐가 잘났다고 그런 호화로운 방에 묵을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처음보는 그들에게 한국인으로서는 두번째 손님이라는데 돈을 절약하느라 방을 옮긴다고 말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않고...
시내까지 한시간 정도의 거리를 지나오면서 나는 내내 그 궁리만 하고 있었다.
호텔 프론터가 어째 좀 썰렁하다.
"하루에 120위안(12,000원) 이라는데요."
저녁은 탕주임이 칭커(請客) 하겠단다. 두사람이 식당에 들어서니 미리와 있던 탕주임과 그 일행이 우루루 일어선다. 역시 중국인답게 혼자 오지않고 대 여섯명을 데리고 왔다. 인사하면서 명함을 받긴 받았는데 이름도 길고 듣도보도 못한 명칭이라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중 두사람을 눈여겨 보았다.
< 中國房地産開發總公司.黑河公司. 여원량 총경리>
< 浙江省經工業進出口公司. 교덕휘 경리>
여원량 사장은 쉽게 말해서 부동산업자다. 오늘 그가 참석한 것은 흑하시의 건물 및 상가임대를 위해 저 멀리서 온 한국손님에게서 뭔가 건질게 있나 싶어서이다. 오늘 밥값은 모두 그가 내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탕주임의 물주인 셈이다. 보기에도 기름기가 지르르 흐르고 퉁퉁한게 돈 좀 있게 생겼다.
교덕휘 경리는 이번에 흑하는 처음이다. 본사는 주로 경공업품을 수출입하는데,우리회사에서 금번에 추친하고있는 대나무 돗자리도 꽤 수출한 실적이 있는 모양이다.
흑하에서 러시아산 물품의 거래라고는 하나, 일반적 무역거래와는 틀린다. 그들은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내고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싫어한다. 자기자본으로 러시아산 물품을 구매해 갖고 와서는 현장에서 협상에의해 매매가 이루어지므로 서류를 갖고 거래관계를 터기는 초장부터 불가능한 거래인것이다. 동일물품을 두번 세번 거래한 후에야 다음부터 계약거래가 가능하다. 특히 다른곳에도 팔수없는 특수물품인 경우에는 그 위험성이 더 크다. 계약금도 받지않고 물품을 구입해 갖고오면 트집잡아 안 사버리면 달리 팔때도 없다. 또 흑하지역 특성상 거의가 외지인이므로 언제 보따리 싸고 떠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곳에서 계약맻고 덜렁 계약금을 줄 어벙한 업체는 없는법이다. 따라서 자본이 없는 무역업자는 명함을 내밀 틈이 없다. 교덕휘는 불가능한 거래를 시도하고 있는것이다. 그렇게해서 물품을 구입할려면 백날있어봐야 말짱 헛 세월이다.
A4용지 두장으로 된 명세서는 잡다한 것이 약 30여종으로 되어있다. 그중 러시아산 정밀전자제품이 많다. 쌍안경,적외선탐지기,오실로스코프,제너레이터등 나도 알만한 물품도 꽤 된다. 전체금액은 50만불이 좀 넘는다.
죽 읽어내려가다가
<報價單>
라리즈공사.흑하분공사
총경리 천쉐넨
(계속)
스프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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