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호스피스 일기 (69) - 죽쒀서 개줬시유 - 2

주님의 착한 종 2008. 1. 16. 12:06

죽쒀서 개줬시유

 

아마도 어쩔  없는  상황이 서러웠나 봅니다.  

한참을 흐느끼더니 울음을 삭이고는 

고맙습니다.  저같이 부족하고 못난 사람을 이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신부님 시간이 되시면  얘기  들어 주실수 있겠어요
?”

시간 충분하니까 말씀해 보세요

사실 제가 이틀 동안 나갔다가  것은 서류 문제 때문인데 본적지

법원동사무소까지 돌아다니면서 혹시라도 돈을 받을  있을까 

싶어서였습니다.

창피한 얘기지만   전에 건축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났습니다.  

빚쟁이들한테  뺏기려고 조그마한 땅과 집을 동생 앞으로  놓고 

 빚쟁이들을 피하기 위해 집을 나갔습니다.
고향에서는 부도난 것도 창피한데 막일은 못하겠기에 객지에 나가서

  벌어가지고  갚으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되었어요.  

 년은 술로 살고  정신 차리고   벌었나 싶으면 사기를 

당했습니다.

정말 되는 일이 없어서 차라리 고향에 가서 죽어버릴까 하고 마지막 

가족들 얼굴이나 보고 죽자고 결심하고 왔는데  기가 막혔습니다.
나만 없으면  살고 있을  알았던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없어져 

버린 겁니다.

아내는 아이들 데리고 고향을 떠난 지가   되었고 집과 땅을 맡긴 

동생은 병이 들어 병원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제수씨가 동생 몰래 모든 

재산을 자기 앞으로 돌려 놓고는  팔아서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집을 나가 버린 겁니다.
홀로 남은 노부는 시골구석 골방에서 병이 들어 끼니도 제대로  얻어

먹으면서 누워 계셨고요...  흑흑...

 광경을 보고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서 죽을래야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도  죄인이 되었습니다차라리 그때 집과 땅을 청산해서 빚잔치를 

했더라면  모양  꼴로는  살았을 건데 남에게 손해를 입히니까 

지금  죄를  받는 모양입니다.  

 죄를 씻을 길은 아버지  모시다가 돌아가시면 나도 죽자 하고 

마음을 먹었는데  말이 씨가 됐나 봐요.  

작년에 아버지 임종 지켜 드리고 나니까 이제는 내가 죽을 병에 

걸렸네요...“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흐르며 소리 없이 오열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마음 고생이 심하셨겠어요.?

이번에 외출한 것도 사실은 도망간 제수씨를 찾아서 재산을 찾을  

있겠는가를 알아보려고 했던 겁니다.  

전에도 시도는  보았었지만 너무 억울해서 다시 알아보려고 했던

겁니다.”

그냥 포기하고 빨리 잊어버리고 사시지   열불이 날걸 알면서 

찾으려고 하셨어요?”

그건요.  사실 꽃마을에 들어    정신이 아니었어요.  
여기  있으면서 밥도 먹게 되고 정신도 맑아져서 보니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어요이곳 봉사자나 간호사들이 환자들 대하는 것을 보면 

여느 병원이나 요양시설은 아닌데 너무 좋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환자에게 물어보니 신부님이 운영하는 무료시설이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깜짝 놀랐어요이렇게  집에다 호텔 같은 침실에 삼시 세끼 

뜨신 밥에오줌 똥통 치워주는 언니들아프다면 언제고 주사와 약을 

주는 이곳이 무료라니 믿기지가 않았어요.  

나는 죽어서 천당에   알았어요어떨 때는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꿈은 아니고 현실이더라구요.“

  돈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만 있다면 이곳에 계신 분들께 맛있는 

사드리고 꽃마을에 보답을 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여태껏 뭐하며 살았나 

하는 후회도 들고죽기 전에 좋은 일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것조차 

 된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서 죽겠더라구요.
  쒀서   꼴이 되고 말았어요
.“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나저나 가족들과 얼른 연락이 왜서 부인한테 사과라도 하고 

가족들에게 용서 청해야 할텐데요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 밖에 없습니다.  

처음엔  나갔다고 원망만 많이 했거든요친구가 연락이 됐다고 하니까 

다음에  번이고 백 번이고 용서를 청할 겁니다.”

그의 굵은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신부님 이렇게 속을 털어 놓고 나니 가슴이 후련합니다.  

그리고 정말 감 사드려요.  

제가 갑자기 말을 못하거나 정신을 놓을까봐 그러는데 미리 감사의 

말씀 드려요그 동안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바램이 있다면 이대로 편안하게 정신도 말도 놓았으면 

좋겠어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느님께서도  마음  보셨을 겁니다.  

걱정 마시고 지내는 동안 마음 편하게 계세요.”

 뒤로 환자는 마음이 편안해 졌는지 그렇게 못 자던 잠을  자기도 

하고 가슴 치던 버릇도 없어졌습니다.

그러나 10여일 정도 지나자 환자의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

했습니다

 걷지도 못했고 정신도 조금씩 나빠지면서 말도 더듬었습니다.  

무슨 말을  때도 “ ” 라고만 표현했습니다.

지금 상태가 무섭고 걱정되겠지만 우리들이 끝까지  돌봐 드릴께요.  

옆에 할아버지도 도와 드린대요” 

환자는 “어어” 하면서 눈물을 주르르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며칠  상태가  나빠졌을  가족들이 찾아왔는데  침대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환자의 손을 잡고 부인이 “미안해 잘못했어” 하고 용서를 청했고 

환자는 “어어” 하면서 부인의 손을  잡고 용서를 청했다고 했습니다.
가족이 다녀   정신과 말을 완전히 놓아 버리고 2주쯤 지났을  

임종이 시작 되었습니다.  

보통 임종이 시작되면 길어야 3일정도 끄는데 일주일이 넘도록 호흡이 

막바지에 닿아도 눈을 감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아직 보아야  사람이 있는  같아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아들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다시 연락을 하여 아들의 손을 잡게 

하니 불과 10 만에 임종을 하셨습니다.  

너무도 보고 싶었던 아들이었나 봅니다.

남편 용서하셔야 합니다.  

살아 계실  후회 많이 하시고 부인한테 제일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아니에요.   잘못도 많아요” 하며 흐느꼈습니다.  

 

제가 해야  일을 여기 계신 분들이 대신  주시고 우리 아저씨 

편안하게 가시게  주셔서 고맙습니다.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부인과 자식들을 보면서 가족이란 이렇게 

함께  때가 아름다운 법임을 새삼 느껴봅니다.

오승근의 “있을   ”  노래가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