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2월에 있었던 일
아래의 글은 새해 들어서 첫 임종을 맞이하신 보호자 분이 저에게
보내주신 글입니다.
신부님께
성모꽃마을에서 1개월 3주간 지내면서 신부님과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봉사하는 봉사자 분들을 보면서 저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원해서 그 곳에서 세례를 받고, 처음에는 약간 적응을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신부님과 진 로사님의 교리덕분으로 신앙을 온전히 받아
들이고 또, 죽음까지도 받아들였습니다. 집에서는 고통스러웠는데 통증이
거의 없는 가운데 지내다가 지난 1월 11일에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께
"하느님 뵈러 갈 준비가 되었다."고 하면서 "신부님께서 임종을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고 했을 때 저는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족과 친척들에게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그날 밤 너무도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남편이 임종하기 전 가장 큰 걱정은 "나 힘들게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였습니다. 시아버님이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임종하신 줄 알았는데 일곱 번이나 깨어나셨다고 하면서 남편은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의 아름다운 사업으로 저의 남편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게 되어
감사 드립니다.
젊은 나이의 남편을 보내는 저의 마음은 아프지만 영원한 생명을 믿는
저희이기에 그것을 위로 삼아 열심히 살겠습니다.
남편이 이 세상에서 하지 못한 단 하나 "이웃을 위해 살지 못했다."는
유언을 되새기며 그 동안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투병 생활을
했는데 혼자서 아이들과 사는 게 힘들겠지만 힘 닫는 대로 이웃을 위해
살겠습니다.
지금 9일기도(연도)를 반에서 해주고 있습니다.
반 모임이 침체되었는데 연도를 계기로 활성화 될 것 같고요.
남편이 편하게 지내다 임종을 맞이했다는 말을 듣고, 신부님 사업에
감동을 받아서 몇 분이 성모꽃마을 회원이 되기로 했답니다.
신부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요, 건강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위의 환자분은 폐에 물이 차 올랐는데 물만 빼면 생명을 1주일 정도는
더 연장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과 아내를 위해 물 빼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그날 밤 저와 봉사자들 그리고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하늘나라로 가신 분입니다.
환자가 남긴 마지막 말씀을 되새기며 살았음 좋겠습니다.
'영원한 안식 > 호스피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스피스 일기 (69) - 죽쒀서 개줬시유 - 2 (0) | 2008.01.16 |
---|---|
호스피스 일기 (68) - 죽쒀서 개줬시유 - 1 (0) | 2008.01.16 |
호스피스 일기 (66) - 내 주위의 말기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0) | 2007.12.28 |
호스피스 일기 (65) - 내 주위의 말기암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 (0) | 2007.12.28 |
호스피스 일기 (64) - 눈을 감을 수가 없어요! (0) | 2007.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