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의 총각의 마지막 삶 - 1
31살의 총각
지난달에 31살 총각이 말기 신장암으로 꽃마을에 입원을 했습니다.
들어올 때까지도 자신이 말기암인지 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곳에서 요양을 잘하면 금방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어떻게 투병생활을 하면 나을지, 이것저것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운동하기, 먹는 것 조절하기, 긍정적인 생각과 말 행동하기 등등...
전 아무 말도 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말기암이 어떤 병인지를,,,
다만 무리하지 말라는 말 밖에는.
처음 입원할 때는 옆구리에 통증이 심해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고,
음식을 먹으면 구토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는데 그런 증상들이 갈아 앉자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 얼마 동안은 정말 기분 좋게 다니고, pc방도 가고,
친구 결혼식도 참석하고....
사실상 그런 일들과 만남들이 아는 이들과의 마지막 만남이 되리라는 것을
본인은 몰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 pc방에 가서 자신의 병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병에 대해서 좀더 알아 본 후 더 확실한 치료방법과 계획을 세운다고
정말 기분 좋게 나갔습니다. 그런데 밤 10시가 넘어서야 들어 왔는데 힘이
다 빠진 축 쳐진 모습이었습니다.
저녁을 먹었느냐는 물음에 입맛이 없다며 더 이상의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날 밤 불을 끈 채 밤이 새도록 침대에 앉아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 왜 나에게 이런 병이 생긴 것인지,
왜 내가 이 나이에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인지,
자신만 홀로 남겨두고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자신에게 이러한 운명을 준 신(神)을 많이 원망했습니다.
어차피 죽을 거 그냥 자살을 해버릴까?’ ‘
아니면 얼마 안 남은 인생, 막가파처럼 되는 대로 살다가 죽어 버릴까?
이런저런 한탄과 절망감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하며 며칠 후에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뭔가를 결심한 듯 앞으로의 계획을 얘기했습니다.
‘ 31년이란 세월을 혼자 힘들게 산 것도 억울한데 죽을 때도 비참하게
아무런 의미 없이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더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왕 죽을 거라면 기꺼이 죽음을 받아들이고 마무리를 잘 장식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나처럼 죽는 다른 사람들에게 뭔가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하며 자신의 결심을 털어놓았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구토를 점점 더 많이 하고 있고
그래서 음식을 잘 먹지 못합니다.
옆구리 부위의 압박감과 통증 때문에 누워서 잠을 잘 수가 없어
계속 앉아서만 자야 합니다.
마약성 진통제도 처음보다 두 배가 더 높아졌습니다.
이대로의 진행속도라면 사실 얼마나 더 버틸지 모릅니다.
회원님의 기도로 힘을 보태 주십시오.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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