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호스피스 일기 (49) - 100원이면 만사형통 2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31. 15:27

(이 글은 청주 꽃마을 박창환 신부님의 칼럼입니다.)

 

환자소식 (지난 호에 이어서)

저녁
 식사 후 환자에게 갔습니다. 

 

00 저녁식사 많이 하셨어요? ’

!

그럼 삼천 원 어치는 드셨겠네요?

 ‘! 삼천 원???... 아니 천 원 어치 밖에 안돼...

 

 눈치를 직감했는지 금방 값을 깎아 버립니다.

 

 ‘그래요? 그럼 천원이라도 내놔요

천 원 짜리가 없는데.....’ 

내가 거슬러  테니까 얼른 줘요
(
벌벌 떨며   없이  원짜리를 건네줍니다.)  

 

그리고 이 참에 계산을 정확히 합시다. ’
‘ 오늘 저녁에 여기서 잠을  거지요? 그리고 내일 아침 점심, 저녁까지 

먹을 거고 약도 계속 먹을 거지요?’ 

 

그려!!!’ 

 

대답을 하면서 볼이 부었습니다. 

다음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 빤한 분이 모를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끼니마다  원씩 치고 약값, 자는   원씩 치면 하루에 오천 원이 

드네요... 계산 맞죠?

 ‘그려

그럼 내일  미리 계산해요. 이왕이면    계산할까요? ’

안돼!!!  내일 것만 

만원이 금새 사천 원으로 줄었습니다. 잔돈을 받는 손이 벌벌 떨립니다.  
억울해도 너무나 억울한 모양입니다. 

애지중지한 십만 원이 불과 20일이면 바닥날 판이니 살이 떨릴 것입니다.  

이때 마침 조카가 왔습니다. 

조카를 보자마자 내가 지금 육천 원을 뺏겼다고 투덜댔습니다. 

상황을 알아차린 어린 조카가 

작은 아버지 있는   드려요. 집에 계실 때는 병원에 가는데 한번  

때마다 2만원 씩 냈잖아요. 차비 빼고,  해먹고,  때고 해봐요! 

얼마나 드는데’ 

 

‘ 안돼. 이게  재산인데, 못 줘

‘ 00 그럼 이렇게 해요. 5만원만 일시불로 주면 앞으로 계속 공짜로 있게 

 줄게요 어때요?

그러자 옆에 있던 나이 드신 환자가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이 보게, 5만원에 앞으로 공짜면 그게 훨씬 나아!  빨리 드려!

 환자도 그게  이익이다 싶었는지 돈을 꺼내 오만 원을  번이나 

세었습니다. 그러더니 아무래도 이게 아니다 싶은지 도로 집어넣으며 

 

안돼, 못 줘

하며 돈을 넣은 주머니를  움켜쥐었습니다. 
아무래도  정도 가지고는 약발이  듣는  같아 강도를 올렸습니다. 

좋아요. 아까는 침대사용료, 방에 불 때주는 , 봉사자들 봉사료, 

주사기에 링겔 값 안쳤는데 그것까지 매일 만원씩 주세요. 

그리고 열흘 후에  없으면 여기서 나가세요’ 

하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큰일이다 싶은지 곰곰이 생각하는  하더니 돈을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00 이젠 안돼요!  6만원을 내야 돼요! 

아까 달라는 대로 주었으면 5만원이면 됐는데 지금은 6만원을 내야 돼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 이거   강도여!!!!’ 

중얼거리면서 돈을 꺼내 세었습니다.

아까 6천원 주었으니까 5 4천원만 받어!  이상은 죽어도 못 줘

좋아요. 내가  줬다. 아이고 00 이거 아까워서 오늘밤  주무시겠어요?

 

글쎄 잠이 오려나 몰라!!!!...

아무래도 졸지에 사기 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돈을 자꾸 쳐다

봤습니다. 하기야 재산의 절반을 순식간에 빼앗겼으니 배가 아플 만도  

것입니다. 

이 환자가 죽기 전에라도 자기가 가진 적은 돈이나마 다른 사람을 생각하며 

내놓는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사실 나누는 것은 고사하고  주위사람에게 모든 것을 거저 받는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라도 가질  있다면 그나마 다행일 것입니다. 

병실을 나오면서 봉사자에게 

" 돈으로 나중에  양반 담배나 사다 줘요!  

 환자에게는  같은 돈인데 일단은 얻어먹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 

돈으로 값을 치르고 먹는 거니까 한동안은 떳떳하게 먹을 겁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거지 근성으로 살지 않고 최소한 인간답게 당당한 대접을 

받고 살지요.

 가끔씩 수전노 같은 환자가 있습니다. 
꽃마을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되는데 어쩌다 가족이나 친척이 

먹을 것을 싸 갖고 오면 침대 머리맡에  늘어놓고 혼자 먹는 사람, 

 사람과  개쯤 나누어 먹어도 좋을  같은데 과자  조각 아까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집에서 가져온 된장 고추장이 있었는데 가뜩이나 냄새에 민감한 

환자들을 위해 냉장고에 넣었다가 식사  꺼내 준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먹을까봐 끝까지 머리맡에 놓고 있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 

참으로 딱한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이런 사람들은  것은  .  것도  것이란 사고방식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오면 다음과 같은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1.
 무언가를  때마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하게 할 것. 
유태인들은  혓바닥에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붙어 다니기 전까지는 

매를 아끼지  것을 아이들 교육의  번째 지침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당연히 받는다는 생각은 거지근성입니다. 

도와줄  반드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도록 시켜야 합니다.  

2. 무언가를  때는 대가를 지불하도록  필요가 있다. 
한번은 거지가 찾아와 구걸을 하기에 1000원을 주니까 째려보더니 

1000원만  쓰라고 합니다. 그래서 달라는 대로 주었습니다. 

거지도 의외로 쉽게 돈을 벌었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내가 봉으로 보였는지 

다음에 거지 한 명을  달고 왔습니다. 
따불로 요구할 셈인가 봅니다.  

그래서 저기 풀밭에 가서  시간만 풀을 뽑고 오면 일당으로 5만원씩 주겠다고

했더니 기가   그렇게는   없다고 합니다.  

우릴 뭘로 보느냔 눈빛이 역력했습니다.  

우리가 거지인데 거지가 노가다를 하면 되겠냐는 것입니다. 

 충분히 일할  있는 체격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생 거지로 살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인간답게 살기를 포기한 셈입니다.   

환자들은 가끔 가족이나 방문객들이 주고 가는 비상금을 갖고 있기 마련인데  

평생 베풀 줄도 나눌 줄도 모르는 환자들은 조금이라도 대가를 지불하게 해서 

자기가 받는 고마움을 실제 피부로 느끼도록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공짜로 받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도록.....  

한끼 식사비 100 침대 사용료 100, 약값 100, 간식비 50, 봉사료 

100 등등으로 계산을 하게 해서 본인이 얼마나 많은 종류의 혜택을 받고 

있는지 기억하게 합니다. 

이중 어느  하나만이라도 빠지면 본인이 불편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때마다 감사함을 느끼고 조금의 대가라도 지불하게 함으로써 

떳떳하게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  

3. 나눔의 정신을 가르친다. 
평생 나눌  모르고 받는 데에만 익숙한 환자들은 계속해서 주고받는 연습을 

시켜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과자를 10 주고는  사람에게 5개를 주도록  시킵니다. 
팔다리를 움직일  있으면 이불을 덮어주도록 하고 그런 것도   없는 

상황이면 다른 환자의 상태를 보고 있다가 아픈지, 식사는 했는지 등의 

일거리를 주면서 간호사에게 이야기해주도록 시킵니다.  

뭔가 남을 위해 일을 했다는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호스피스란 그저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완성을 

이루도록 만들어주는데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