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호스피스 일기 (48) - 100원이면 만사형통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30. 14:48

출처 : 꽃마을 박창환 신부님.

 

100원이면 만사형통?

50
세의 뇌종양 환자가 입원을 했습니다. 

다른 환자들과는 달리 비교적 상태도 양호했고 

전이속도도 상당히 느린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성격상의 차이였는지 모르지만 오래 전에 부인은 못살겠다고 도망을

 갔고 자식마저 집을 나가서 찾아오지도 않은지 오래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 세월 혼자의 몸으로 밥을 끓여 먹으며  노동일을 하며 살았었는데 

그나마 사고로 한쪽 팔을 절단했고 당뇨까지 심해 한쪽 무릎을 잘라내는 

수술까지  분입니다.  

들어 온지 두 달 정도 됐을까?  
하루는 병실을 돌고 있었는데 홀에서 봉사자가 환자의 수염을 깎아 주고 

있었습니다. 수염을  깎으니까 환자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열심히 찾더니 

100원짜리를 하나 꺼내 가지고는 봉사자에게 내밀며 수고비라고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인사성 밝아서 좋다' 하고 생각을 했는데 봉사자 하는 말이

 “뭐만 해주면 100원을 준다고 하면서 말은 하는데 실제로는 한번도 준 적이 

없다는 입니다. 
하기야 100원을 준다고 봉사자가 받을 리도 없지만, 안받을  뻔히 알면서 

주는 척이라도 하며 뭐든지 당당하게 요구하는 고도의(?) 심리전을 능숙하게 

쓰고 있었습니다. 

한번도 돈을 준 적이 없으면서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얼마나 많은 

봉사자를 우려먹었을까를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그런데 봉사자가 한마디  귀띔을  줍니다. 

 아저씨는 '주머니에 돈이 많아요'
 "얼마나 있어요?" 하고 물으니 10만원이 있다고 합니다
.

 어디  보자고 하니 정말 만 원짜리 지폐가 꼬깃꼬깃 여기저기서 나오는데 

10만 원이었습니다.  

"아니 무슨 돈이 이렇게 많아요? 이걸 계속 주머니에다 넣고 다녔어요?

하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험 삼아, “ 만원만 주시지 않을래요?" 하니 

"아니 안돼"하고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아니 내가 매일  주고 재워주고  주는데 만원도 아까워요? 했더니 

 역시 "안돼!" 대답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서 손으로 돈을  쥐고는 얼른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
!!! 정말 인색하시네. 받을 줄만 알았지 줄 줄은 모르는 구두쇠에 거지

근성이 몸에   있구나. 어디 두고 보자! ) 

 하나의 숙제가 생겼습니다. 

호스피스의 목적이 삶의  향상과 품위 있는 죽음이라면 인간다운 삶이

먼저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인간다운 삶의 조건은 물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과 베푸는 마음인데 몸에 거지근성이   있고서는 가능할 

수가 없습니다. 
거지근성이란 무엇인가를 받고도 고마운 마음이나 감사할  모르고,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심보를 갖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거지근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베풀  모르는 수전노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즉시 작전을(?) 폈습니다. 
000 제가 매일 구걸 해다가  주고 약주고 추울까 불 때줬는데 그것도 

벌써  달이 넘었는데 미안하지도 않아요?

 

미안하지

 

무지하게 고맙지요?” 

 

고맙기는 하지!

 

그럼  만원만 줄래요?  밥값으로?

 

안돼.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고마운 건 고맙지만 절대 못 줘

그럼 백원이라도 내놔요!

그러지 뭐하면서 주머니에서 뒤적뒤적하더니  써먹던 100원짜리를 

꺼내주었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무척이나 아까운 모습입니다. 
 재물 있는 곳에 마음이 가기 마련인데 아마도 꽃마을에 오셔서 처음으로 

뜯긴(?) 돈이라 배가  아플 것입니다. 

 ( 후후! 인제 시작인데.... 나한테  걸렸으니 두고 봅시다.)                                -

 

다음 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