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호스피스 일기 (47) - 하루만 더 버텨달라고.. (2)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25. 15:28

 

하루만  버텨달라고 전해 주세요. (2)

 

급히 집으로 전화를 넣었습니다.

“ 여보세요?  여기 꽃마을 인데요 00환자 부인되시죠?"... 

“ 
지금 남편께서 임종을 시작하셨는데요. 앞으로 길어야  시간 정도니까 

지금 빨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임종을 지켜 보셔야 하잖아요?"

“ 안 되요 못 가요!!!” 

“ ??? ? 지금 남편께서 임종을 하고 계신다니까요?

아무튼 오늘은 못 가니까  남편보고 하루만  버텨달라고 전해 주세요.

 

" 임종을 지켜보시고 안 보시고는 자유지만 아무튼 빨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릴께요"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개중에는 사정이 있어서 임종은  지켜도 좋으니까 죽으면 연락하라는 사람도 

있으니 그 중의  사람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렇다고 죽어가는 사람보고 하루만  버텨달라고 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습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생각할수록 어이도 없고 기가 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오려니 생각하고 환자의 임종을 돕고 있었습니다.

거의 임종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다시 전화를 넣어 보았습니다. 

어디쯤 오고 계신지...  

그런데. 집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습니다.  

 

“ 아니 아직 출발도 안 하셨어요? ... 지금... 임종 하셨어요

 

아휴 ~ 그 사람  그래 (엉엉 흐느껴 울었습니다.) 

오늘 하루만  버텨주지.. 장례비라도  시간을 줘야 장례를 치루지 

도대체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 

 

?? 아니 여기 오실 형편이 안되시나요? “  

 

...그래요 제가 골프장에서 일을 하는데 내일 일요일이기 때문에 나가서 

일을 해야 장례비를 마련하거든요...  

그래서 하루만 더 버텨달라고 한 건데...

사실 거기 까지 내려갈 돈도 없어요. 어쩌면 좋아요. 흑흑흑..” 

 

기가 막히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고 도대체  상황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참으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생각다 못해 앰블런스 값과 장례비 일부를 시신과 함께 앰블런스에 

싫어 보내기로 했습니다.

오늘 어쩐지 장사가 잘된다 싶더니만 이렇게 쓰이려고 그랬나 보다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날 벌은 60만원 몽땅 보냈는데 아마도 장례를  치렀으리라 봅니다. 

그 후 연락은  되었지만 뭐든지 임자는 따로 있다 하는 말을 실감하는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