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호스피스 일기

호스피스 일기 (45) - 아내를 먼저 보내며 (3)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24. 10:08

말기암 투병 중에 아내를 심장마비로 먼저 떠나 보내며 (3)

 

신부님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모든 것이 

은총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말 어떤 때는 밤에 누워서  생각  생각을 하다 보면 너무나 신이 나서

 춤을 추고 싶습니다. 

몸만 말을 들어 준다면 덩실덩실 춤을 추며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처럼 마음의 평화를 느낀 적이 없어요. 
남들이 생각할 때에도 정말 많은 고통을 겪은 사람이 이런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 이상하겠지만 저는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어도 죽음이 닥쳐와도 마음은 편안합니다. “

이제 마지막 남은  소망이 있다면 

더도 덜도 말고 이대로 있다가 어느  아침 일어나지 못하고 

하느님 곁으로 가고 싶은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좀더  소망은 어머니 돌아가시고 자식들 장가 가는 것을 보는 것이고 

그보다   소망은 교회 장로가 되어 하느님의 뜻에 따라 봉사하며 살다가 

떠나는 것인데   가지는 접어야겠지요?   

비록  소망을  이루고 가지만 그래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제 하느님 앞에 대기 명령을 받고 있지만  하느님 나라로 불러 주실 것을 

믿고 있어요.

--- 임종 전날 ----
환자는
 임종 전날까지도 자신의 하루를 일기에 담으려고 하였습니다. 

 아들이 옆에서 부축해주고 볼펜을 잡아 주었습니다. 

팔에 힘이 없어 볼펜이 자꾸 미끄러졌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사명인 것처럼 사력을 다해  몇 자라도 적으려고 하였습니다. 

자신에게 닥쳐온  시련을 통해 하느님은 어떤 섭리를 이루려고 하시는지? 

 암에 걸려 죽어야만 하는지? 

 해답을 찾으려고 했고 마침내 죽음을 앞두고서야 발견했습니다. 

(아래의 병상 일기 참조)  
--
 임종 --- 
마침내 임종이 시작되었을  환자는 조용히 자기의 분신인  아들과 

어머니를 바라 보았습니다.  
눈빛은 이미 자신이 병상일기에  놓은 유언을  실천해줄 것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모시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살아야 된다. 

그리고 항상 건강 조심하고 정직하고 봉사하는 인생을 살길......

 

어머니! 어머니보다 먼저 가는 불효를 용서해 주십시오. 

어머니께서 제게  주신  사랑 가슴에 안고 갑니다. 

천국에서 만날 때까지 건강하시길...

눈물 한 방울 보이며 마지막 숨을 쉬었습니다. 

얼굴이 환하게 평온해 보입니다. 

아마도 사랑하는 아내가 마중을 나왔나 봅니다.  

---
  병상일기 중에서---

(투병생활 하시면서 자신에게 닥친 고통에 대해 묵상한 내용입니다.)

“   내가 암에 걸려 죽어야 할까?  이런 고통을 겪고 죽어야 하는가?
병들게 하는 분도 하느님이요, 낫게 하시는 분도 하느님임을 깨달으니 

조금도 두렵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것이 하느님의 뜻임을 알게 되었을  너무 감사했습니다. 

실은 내가 술을 먹으면 인사불성이 됩니다.  

하느님께서 내가 술로 인해 비참하게 죽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암이라는 병을 주셨다고 믿으니  내가 이병에 걸려야 되는가? 

내가  이렇게 죽어야만 하는가의 의문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우리 인간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실망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오로지 하느님께 간구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암에 걸리지 않은 아저씨 아주머니! 

우리 화내지 말고 노여워 하지 말고 그냥 웃으며 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조금 있으면 죽을 것이라는 경고라도 받았습니다. 
교통사고, 비행기 사고, 익사, 심장마비 등등 수많은 복병들에 의해 한마디 

말도 없이 사라지는 것보다는 그래도 하느님의 사랑이 이 병에 들어 있지 

않을까요?  

상대방과의 만남이 만남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 모두의 생활은 

웃음과 행복으로 가득할 것입니다. 

이제 저는 웃으며 살기로 작정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 하느님의 섭리는 무엇일까?
나의 깊은 병을 보고 위로를 받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기구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어머니와 두 아들) 힘차게 살아

가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불우함과 힘든 질병을 보고 나의 형제자매들이 나를 사랑으로 감싸고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것을 보고 사랑과 헌신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 5월부터 몸이 계속 하향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나아질 기미는 보이질 않고 하나하나 한고비 한고비마다 점점 조금씩 

나빠지는 것을 느끼니  힘이 듭니다. 
그래도 남에게는 괜찮다고 하였지만 하느님 이제는 저를 살려주실 때가 

되었다고 간구합니다. 

살려 주십시오. 

남들은 저보고 영리했다고 하나 그래도 저도 살고 싶습니다. 

어머니 먼저 보내드리고 자식들 대학 졸업할 때까지 만이라도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뜻대로 하지 마옵시고 하느님 뜻대로 하옵소서. 

그리고 나 하나 희생으로 우리 가정이 행복해진다면 진심으로 하느님께 

감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