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투병 중에 아내를 심장마비로 먼저 떠나 보내며 (2)
“정말 이제는 어쩔 수 없게 되었구나,
이게 운명이라면 받아 들여야지’ 하는 체념과 함께 마지막으로 대소면에 있는
생동요양원에 가서 식이 요법을 받았습니다.
그곳에서 몇 달간을 꽤 비싼 돈을 주어가며 식이 요법을 받았지만 좋아 질리는
없었습니다.
(※ 생동요양원은 말기 암환자들에게는 추천 할만한 곳이 못됩니다. ※)
그러던 어느 날 하루는 아내가 집에 가서 몇 가지 물건을 챙겨 오겠다며 돌아
갔는데 도착해서 전화가 올 때가 되었는데도 연락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집으로, 핸드폰으로 아무리 연락을 해도 깜깜 소식이었습니다.
아들에게 해 보았더니 서울에서 청주로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오는 중이라고
했고, 엄마 전화 받은 적 있느냐고 해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아내의 행적을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습니다. 이런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지체한다 싶으면 걱정할까 봐 항상 먼저 전화를 해주곤 했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을 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근처에 사는 동생에게 빨리 집에 좀 가보라고 시켰습니다.
나중에 동생에게 들은 얘기입니다만
제 전화를 받고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문은 안에서 잠긴 것 같은데
아무 기척이 없더랍니다.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러 보아도 반응이 없어서, 우유투입구를 통해
들여다 보았더니 화장실 근처에서 아내의 쓰러진 모습이 보이더랍니다.
아무리 불러도 움직일 줄도 몰랐고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게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몇 시간 후에 아들로부터
‘아버지 놀라지 마십시오. 어머니가 먼저 가셨습니다.
사인이 심근경색이라고 합니다.’
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멍할 뿐....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믿어서는 안 될 말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한참이 지나니 울음이 터져 나오더군요.
울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목 놓아 울었습니다.
“으허--어!........... 이건 아닙니다. 하느님.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나도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나보다도 먼저 데려 가시다니요.
그 착한 아내를, 아내 만큼은 남겨 두셔야 하지 않습니까!!!!....
울고 울고 또 울어도 기가 막혔습니다.
통증이 오는 몸을 이끌고 아내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찾아 오셨던 어떤 문상객 중에 한 분이
‘ 어떻게 이런 엄청난 시련을 계속해서 겪으십니까.
정말 말문이 막힙니다. ’
하며 우시는 것을 보고 그제야
‘ 아! 내가 불행하긴 불행한가 보구나.. 맞아! 내가 암에 걸렸지.
아직 한참을 일해야 할 나이인데, 갓 오십을 넘겼는데,
앞으로 한 달이나 두 달 후면 죽어야 된다지...
지금까지 힘들게 살아오다 엊그제 교감으로 발령을 받고
이제 좀 살만해지니까 그것도 포기하라네...
또 아내가 먼저 갔지...
아내만 믿고 의지하며 버텨왔는데 그런 아내가 먼저 죽었지...
내 장례를 치러줘야 할 아내를 내 손으로 먼저 장례를 치르는 거지..
허허허!... 내가 불행하긴 하구나...
이젠 눈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신부님 행복은 무엇이고 불행은 무엇인지요?”
.........................
“신부님! 아내를 땅에 묻은 지 이제 70일 정도 지났습니다.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아내를 먼저 데려가신 것이 오히려 감사하단 생각이
듭니다.
‘ 나 죽을 때까지 병 수발을 더 해야 되지,,,
늙으신 시어머니 수발해야 되지,,,
두 자식들 혼자 키워야지...
그런 십자가들을 혼자 감당하면 더 힘들까 봐 하느님이 미리 데려가신 것
같아요..
차라리 아내가 더 편안한 길을 택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잘됐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하느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 요즘엔 가끔씩 아내를 만나는 꿈을 꿉니다.
꿈을 꾸고 나면 왜 그렇게 그리운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집사람을 만날 건데도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내 아내는 저와 자식들만을 위하다 먼저 하느님 나라로 갔습니다만,
형제 애도 있고 효도도 할 줄 아는 두 자식을 남겨 주어 무엇보다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 이어서)
'영원한 안식 > 호스피스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스피스 일기 (46) - 하루만 더 버텨달라고.. (1) (0) | 2007.10.25 |
---|---|
호스피스 일기 (45) - 아내를 먼저 보내며 (3) (0) | 2007.10.24 |
호스피스 일기 (43) - 아내를 먼저 보내며 (1) (0) | 2007.10.19 |
호스피스 일기 (42) - 간호사님 저도 착해요 (2) (0) | 2007.10.18 |
호스피스 일기 (41) - 간호사님 저도 착해요 (1) (0) | 2007.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