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마음을 열고

이해와 용서"를 저장할까요? (1)

주님의 착한 종 2007. 10. 4. 13:57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무슨 말끝에 남편이 “중국에 있는 K한테서  딸래미 취직 좀 시켜 달라고 전화 왔던데.’ 한다.  그 얘길 듣는 순간 지난 여름의 일이 불쑥 떠올라 볼멘소리부터 나왔다. 

“그 사람  희한하네. 자기 아쉬울 땐 꼭 우릴 찾더라. 작년에 그 일을 생각하면 참...

K씨는 남편의 대학동기인데, 수년전부터 가족과 떨어져서 혼자 중국에 들어가 중간도매상 정도의 무역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난해 우리 가족은 여름휴가를 차를 렌트하여 중국 여러 곳을 다녀볼 생각이 있었기에,  시간 여유가 있는 작은 녀석을 일주일정도 먼저 보내기로 하였다.

미리 여행계획도 세우고  간단한 중국말도 배워보라는 의미에서였다.

중국에 있는 K씨에게 전화를 했더니 자기집으로 보내라며 숙식비용으로 ***원을 송금하라고 하여 보내줬다. 

일주일후에 우리 부부도 아이가 묵고 있는 K씨집을 방문하였는데 숙식했던 모습을 직접보니, (물가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싼 중국에서) 일주일 동안 지내는 동안 ***원이 들었다는게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동안 우리한테 사업이 어렵다고 꿔간 적지 않은 돈이며 어려울 때마다 우리에게 신세라면 신세를 졌던 사람이었기에 더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햐! 어쩌면 K씨가 우리한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우리한테 바가지를 씌우다니...돈이 아까워서 그런게 아니야...차라리 못받은 돈 천만원은 서운하지 않아 ...” 

남편도 “글쎄 말야. 사람이 어려워지면 그렇게 되나봐 ...우리가 이해해야지 뭐.” 한다. 

 ‘그래... 그래서 그랬겠지...’

남을 비방하는 말을 해봐야 내 마음만 흩으러진다는 걸 어디 한 두번 겪어본 일인가.

‘하긴... 오죽 일이 안되면 그랬을라구. 그렇게라도 돈이 필요해서 그랬겠지.’

남을 심판하지 말라는 성서 말씀도 생각나고 나 자신은 털면 먼지가 안나오겠냐 싶어 이해하고 접기로 했었다.


까마득히 잊고 살던 1년 후.  

K씨 얘기를 다시 들으니 1년전에 있었던 그 일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라 볼멘소리가 먼저 튀어 나와 버린 것이다.

“그 사람 참...우리한테는 그렇게하구서 어떻게 또 부탁 전화를  할 수 있냐.”

말의 물꼬를 비판하는 쪽으로 틀으면 마음의 중심도 틀어지는지, 그런식으로 말을 하니 수습이 안되고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저녁기도때 주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용서를 청하는 기도를 올리고 잤다.

그렇게 뒤척이던 새벽녘에  떠오른 생각 하나.

저장... 저장안함... 취소...

컴맹시절, 워드작업을 애쓰고 해놓고는  한순간에 날라가 버렸을 때의  경험이 떠올랐다.

일껏 수정을 해 놓고는 저장이 제대로 안 되어 있을때  느꼈던 황당함이란... 

 

그와 마찬가지로

1년전에 나는, K씨에 대해 ‘이해'하기로 말과 생각으로는 해놓고     마음에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아서,  섭섭했던 '초기상태’로 다시 돌아가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하! 그래서 다시 서운함이 되살아난 거로구나... 

 

컴퓨터 앞에서는  혹여 수정작업한 것이 날라갈까 ‘저장’ 버튼 누르느라  신경 쓰면서도,

인간관계에선 '이해와 용서'라는 힘든 작업후에, 제대로 '저장'을 안시켜도 아쉬워하지 않는 이 무심함이여!

 

K씨!  고마웠어요...당신으로인해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어리석은 저를 깨우쳐 주셔서...

 

 

이 아녜스

 

 

 

 

 

  

 

 

 

 

 

지우고 다시 쓰는 생각

 


"빨리"의 "ㅃ"을 썼다가 지우고

"천천히"의 "ㅊ"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빨리 해야 할일 같았지만

다시 생각하니 천천히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려움"의 "ㄷ"을 썼다가 지우고

"평화"의 "ㅍ"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시작하려는 일이 두려웠지만

다시 생각하니 내가 성실과 친절로 일하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미운" 사람의 "ㅁ"을 썼다가 지우고

"사랑"하는 사람의 "ㅅ"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그를 미워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하니

나는 그를 깊이 사랑하고 있습니다.



"절망"의 "ㅈ"을 썼다가 지우고

"희망"의 "ㅎ"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이제 더 남은 것이 없는 줄 알았지만

다시 생각하니 아직도

내게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복수"의 "ㅂ"을 썼다가 지우고

"용서"의 "ㅇ"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내게 있는 모든 걸 걸고 복수를 하기로 했으나

그보다는 용서가 더 아름답고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 마음이 갑자기 기뻐졌습니다.



"불만"의 "ㅂ"을 썼다가 지우고

"감사"의 "ㄱ"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불만스러웠으나

다시 생각하니 그 안에는

보석보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아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별"의 "ㅇ"을 썼다가 지우고

"기다림"의 "ㄱ"을 썼습니다.


처음에는 쉬운 방법인 이별을 택하려 했으나

다시 생각하니 힘들지만

기다림이 아름답다는 쪽으로

내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좋은생각 中에서-


가톨릭 인터넷 이복선 님의 글입니다.

정말 착하고 아름다우신 자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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