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중여동 글쓴이 : 구경녀님.
1월 25일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어보니 눈이 하얗게 쌓여 있다. 밤새 눈이 온 것이다.
다행히 눈발은 약해졌지만 눈이 한 10cm는 온 것 같았다.
일출을 본다고 바보같이 시신봉을 향한 나...
눈오는 날 일출을 볼 수 있을리가 없지... 하지만 즐거웠다.
눈이 오면 산행은 힘들어지지만 경치는 진짜 멋있어 진다.
역시 황산이 유명하긴 한가보다. 이곳저곳에서 비싼 사진장비를 지닌 프로
사진기사같은 사람들이 두세명씩 몰려서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생긴 것도 꼭 national geographic channel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생겼다.
국적도 각양각색.
눈쌓인 산 가운데 콕 박혀있는 북해빈관을 찍었는데 나중에 보니 멋있게
나왔다. 내가 나온 사진들보다 더....
시신봉을 보고 check out을 하고 나왔는데 눈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우리는 어제 올라온 동해 코스만 생각하고 쭉 뻣은 길로 내려가는
것만 생각했는데 서해코스는 좀더 복잡했다.
걱정을 하기 시작하니 길을 잘못드는 일이 많아졌다.
눈은 이미 20cm이상 쌓이고 지숙이는 아이젠도 없고....
결국 우리는 -북해빈관 바로 옆에서부터-3,4군데 길을 헤매다가 동해로
내려가기로 결정했다. 흑흑흑....
어제 올라왔던 케이블카 종점에 갔는데 사람들이 올라온다.
글쎄 새벽부터 등반을 시작한 사람들이 벌써 다 올라온 것이었다.
아이젠도 안 끼고 맨몸으로.... 우리는 경악했다. 거기다 북해의 짐꾼들....
상상 이상의 엄청난 짐을 들고 올라오는 그들....
나는 그 사람들을 보며 진로를 바꾼것을 후회했지만 차마 다시 서해쪽으로
가자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런데...내려갈때는 동해쪽으로 내려가면 안 좋다.
짐꾼들이 짐을 가득 싣고 오기 때문에 그때마다 길을 비켜줘야 하는데
한 두번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끝없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사실 계단 옆에 또 작은 길이 있어서 그곳에 비켜서 있어도 되는데
그 날은 눈 때문에 미끄러워서 우리는 짐꾼이 올 때마다 수십미터 전부터
조금더 넓은 장소를 확보하고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눈이라고 우습게 본 우리들은 처음에 우비를 입지 않았었는데 그건 정말
여행 전체를 통틀어 제일 어리석은 짓이었다.
눈은 오지만 기온은 그렇게 낳지 않았는지 우리 옷에 닿은 눈들은 금새 녹기
시작했고 옷에 스며든 눈 덕분에 나는 하산한 후에도 정신적인 고통(추위로
인한)에 시달려야만 했다.
산 위에선 눈이 왔는데 고도가 낮아지면서 눈은 비로 바뀌었다.
나중에 황산을 떠나는 차속에서 보니 산의 꼭대기쪽에만 눈이 걸쳐있었다.
운곡사에 오니 미니버스가 막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버스가격은 1인 23위엔(황산역까지).
추위로 인해 잔뜩 겁먹은 우리들은 깍으려는 생각도 못하고 ok해버렸다.
황산대문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황산역까지 가는코스였다.
버스안에서 우리는 눈에 맞아 거의 걸래가 되 버린 황산 지도를 꺼냈다.
뒷면에 작게 황산시 지도가 나와있다 (우리는 작게 축소한 것이려니 했는데
나중에 약간 걸어본 바에 의하면 진짜 도시 자체가 작은 거였다).
황산역을 등지고 바로 오른쪽에 무슨 호텔(사람들이 많이 묵는다는 유명한-
황산에서-호텔이었는데 이름을 잊어버렸다. 그 부근에 높은 빌딩은 그 호텔
밖에 없으니 눈에 확 띈다)이 있고 역에서 왼쪽으로 한 블록 간 곳에 장거리
버스역이 있었다.
****우리가 황산대문에서 하루 묵지 않은 이유****
비수기에 황산대문에서 항주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아침 6시 50분쯤에 한 대
밖에 없다. 그러면 항주에 도착해도 오후3시 이상.
거기다 서역에서 서호까지 가면 다시 1-2시간. 결국 우리는 항주구경을
못한다는 결론이 난다. 우리는 황산시에 가면 더 빠른 버스가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안고 황산시로 가기로 했다.
우리의 예상은 다행히도 적중!!!
황산역 앞에서 하차한 우리들.....
'아...이제부터 또 숙소를 찾아 돌아다녀야 한단 말인가...이렇게 추운데...'
얼어붙은 우리 가까이로 빈관 삐끼가 달라붙었다.
삐끼가 고맙게 느껴진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1인 하루 40위엔. 몸만 정상이어도 적어도 20원까지는 깎았을,
그리고 아마도 정가가 그 정도였을 방에서 우리는 고마워하며 몸을 녹였다.
그래도 이곳은 따뜻한 물로 목욕할수도 있다.
난방이 안되고 이불이 엄청나게 더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지만.
몸을 좀 녹인 우리들은 장거리 버스역으로 갔다(숙소에서 수수료 한장당
5위엔에 끊어다 주기도 한다).
역에서 왼쪽으로(동쪽) 한 블럭만 가서 꺽어지면 된다(꺽어진 곳 바로
왼쪽의 큰 벽으로 이루어진 건물이 바로 장거리 버스역이다.
따라서 굳이 꺽어지지 않아도 되지만 건물 정문이 뒤쪽에 있기 때문에...).
항주행 아침 5시 40분행 버스가 있단다.
그런데 웃긴것은 시간마다 가격이 틀리다.
30-55위엔. 우리것은 55위엔이란다.
항주에서 황산대문까지가 54위엔이었는데 황산역에서 항주가 55위엔이라니
너무비싸다. 하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다음날 버스를 타면서 알게 됐다.
버스역 바로 남쪽에는 기념품상가같은 큰 시장이 있었고, 바로 서쪽에는
동네시장같은 시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작은 찐빵을 샀는데 4개에 1위엔 이었다!!!
작긴 하지만 4개에 1위엔 이라니!!! 역시 시골은 시골이구나...맛도 있고....
기차역 옆의 슈퍼에서 내일아침 점심으로 과자, 빵을 사고... 숙소에 와서
빵을 시식해 봤는데 역시... 중국빵은 제과점 빵은 맛있는데 슈퍼빵은 별로다. 중국인들은 맨빵을 좋아하는 것 같다.
황산시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비는 부슬부슬 계속 와대고 옷은 젖었고,
신발도 결단났고, 몸은 녹초가 되고...
추운 숙소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p.s... 호텔이 1인 60위엔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20위엔 더 들여도
호텔에서 자는게 나을 것 같다. 아니면 다른 숙소를 구하든지.
사실 황산역 주변에는 작은 여관같은 것들이 천지로 널려 있다.
거의 그런 것들만 있다. 식당과 함께 운영하는 곳들도 많다.
잘 때 이불이 체온덕분에 따뜻해지니까 냄새가 정말 살인적이 되어갔다.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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