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다름 분들의 황산 여행

바람의 전설 - 황산, 아아, 황산(제2부 하늘의 정원)

주님의 착한 종 2007. 9. 12. 17:02

출처 : 중여동  글쓴이 : 바람의 전설

 

                     황산, 아아, 황산 (제 2부 하늘의 정원)

기송(奇松), 괴석(怪石), 운해(雲海), 온천(溫泉)을 황산사절(四絶)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온천은 내가 해 보지 않아 잘 모르겠으나 앞의 세 가지는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고 본다.

황산은 뭐랄까 산에 대한 나의 관념을 바꾼 산이다.
내가 황산을 잘 표현하자면 '황산은 산이 아니다'라고나 해야 할 것이다.

명나라 때 서하객이라는 사람이 '오악에 오르면 다른 산은 보고 싶지 않지만

황산에 오르면 오악조차 보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는데

앞 구절은 좀 의문이 들지만 뒤 구절은 완전히 공감이 간다.

 

또 등소평이 황산에 올라 登黃山 天下無山이라고 했다니 그가 느꼈을 흥분과 

감동을 충분히 이해하겠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인들은 물이라면 구채구,

산이라면 황산을 꼽는다. 정리하면 登黃山天下無山, 看九寨溝四海無水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우선 황산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나는 돌에서 찾고 싶다.

황산의 돌을 지질학적으로는 어떻게 분석을 하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사랑

스럽다. 아니, 긔티가 나고 단아한 맛이 있고 여물어 보인다.

우리 나라의 돌 산 중에는 북한산의 인수봉과 문경에 있는 희양산과 설악산에

있는 울산 바위 같은 것이 화강암이 빚어내는 단단하고 빛나는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 황산에 있는 바위는 다들 그러한 것으로,

아니 오히려 좀 더 나은 미학적 자질을 품부받은 것으로,

해발 1810의 천도봉(天都峰)과 1864의 연화봉(蓮花峰), 그리고 1860의 광명정

(光明頂)을 중심축으로 해서 사방 시야가 못 미치는 곳까지 다 그런 바위들을

포진해 두고 있다. 이것이 황산의 아름다움을 빗어내는 기본 골격이다.

이 뼈에 살을 붙이고 있는 것이 바로 소나무이다.

황산에 있는 나무 중에 가장 많은 나무가 소나무이다.

그런데 이 소나무라는 것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엽고 아기자기

하고 미끈하고 촉촉하고 푸르고 그렇다.

우리 나라에 나는 소나무 중에 참 좋은 수종이 많은데 특히 금강산에서 나는

줄기가 붉고 쭉쭉 곧은 소나무는 참으로 아름답다. 봉화의 춘양에서 나는

소나무도 목재로 유명하며 안면도에 좋은 소나무들이 많다.

또 경주의 고분이나 수원의 융건릉 등 왕릉을 위시한 무덤들에 있는 소나무

들은 거룩하고 신성한 아름다움을 풍긴다.

그런데 지금 내가 말하려는 황산의 소나무들은 이런 종류와는 좀 다르다.

물론 이런 소나무도 많이 있다.

그런데 황산에서 주로 접하는 소나무는 반송종류가 아닌가 한다.

청와대 들어가는 길 양 옆으로 탐스럽기 그지없이 자란 소나무가 바로

반송이다. 우리 시골에 뿌리에서 여섯 가지로 뻗은 소나무가 있어 지금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참 아름답다.

또 이 반송과는 좀 다르지만 보은에 있는 정이품송 같은 것은 사방으로 축축

늘어진 가지들이 아름다운데 이런 소나무도 황산엔 많다.

다시 말해 황산에는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촉촉한 반송이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미끈하고 발그스레하고 길다란 소나무가 섞인 가운데 가끔 우람하고

박력있고 기운찬 소나무가 모여 있는 숲이 있고 그렇다.

그것은 여성미와 남성미를 조화롭게 보여준다.

이런 아름다운 몸에 옷을 걸친 것이 바로 안개와 구름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황산의 날씨는 아주 기괴해서 변덕이 심하고 지역에 따라

다른 특이한 기후를 보이고 있다.

이 골짜기에 비가 오면 저 골짜기에는 햇빛이 나고 조금 전에 안개가 잔뜩

끼었는데 금방 또 안개가 걷힌다.

운해라는 말은 구름과 안개를 함축한 표현일 것이다. 구름보다는 오히려

안개가 아름다움을 연출하는데 많은 공헌을 한다.

이 안개가 엷게 산을 감싸면 그것은 섹시한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될

것이고 짙게 감싸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우아한 여인의 자태로 나서는

숙녀가 될 것이며 안개를 다 벗어버리면 부끄럼운 알몸이 그대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황산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안개와 구름은 황산의 경치를 가장 역동적이고

변화있게 만드는 일등 공신이다.

이 삼절에다 하나 더 붙이면 계단으로 만든 길이 될 것이다.

온천이라는 것이야 산을 벗어난 것이지 산 자체의 경치에 공헌을 하는 곳은

아니다. 물론 등산을 마치고 온천을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경치를 아름답게 하는 것은 괴상한 바위와 기이한 소나무,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운무와 함께 그 경치를 이동하며 충분히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그것도 예술적으로 만들어 놓은 계단이 될 것이다.

다른 산에도 다들 계단으로 되어 있지만 황산에 있는 계단은 특히나 아름답고

 정교하다. 내 생각엔 세월이 지나가면 이 계단이 하나의 문화 자연이 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그래서 이 계단을 따라 이 봉우리에서 저 봉우리로, 이리 돌고 저리 돌며,

이런 소나무 조런 소나무, 이런 바위 저런 바위를 보며 걷노라면 산길을

걷는 고생이 고생으로 느껴지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많은 길을 지나게 된다.

참으로 황산에 있는 풀 한포기 돌 하나 소나무 한 그루 구름 한 자락이 기이

하고 재미나고 희한하지 않은 게 없다.

이것이 자연적으로 만들어 졌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 옥황상제가 천당에서 가장 빼어난 장인을 선발해 보내 직접

만든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라고 본다.

그 원예사와와 석수장이들은 참으로 각지각색의 소나무를 심고 돌을 반죽

하고 했을 것이다.

그들이 천당에서 갈고 닦은 온갖 재주를 다 발휘하여 황산을 만들었다.

그 만드는 것도 그냥 만든 것이 아니다. 내가 알기로 옥황 상제에게 아주

예쁜 딸이 있었는데 그녀가 특히 소나무를 좋아했다.

이 원예사들과 석수장이들이 모두 그녀를 짝사랑했는데 그 공주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주는 물론 없는 재주까지 다 부린 것

같다.

그리고 옥황상제는 나름대로 신기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 이 분이 자기

딸을 위해 운무를 그렇게 펼쳐 놓은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럼 희한하기

이를 데 없는 경치가 어떻게 생겨난단 말인가.

하늘의 정원, 이것이 내가 황산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 말에 와서야 어느 정도 나의 감동을 실어 줄만한, 담아 낼 만한 언어를

만나게 된다.

8울 18일, 나는 바로 이 하늘의 정원을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