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통계활용 체험수기’ 당선작인
권순복 님의 글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저는 제과기술자입니다.
한 15년 정도 되었지요.
제 가게랍시고 장사를 한지는 한 7년 정도 됩니다.
빵이라는 것이 참 재미납니다.
만드는 노하우나 장사 잘 하는 노하우나 세월이 지나면 조금씩 늘기도
하고 숙련도가 쌓이는데
딱, 한 가지! 아직도 시험 중인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일 생산량을 맞추려고 애를 써도 오늘 얼마나 팔 수 있을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날이 궂으면 밀가루가 당긴다는 말이 맞는지, 평소 나가는 빵의 양보다
한 1.5배에서 심하면 두 배 정도가 더 나가긴 합니다.
그래서 비가 오면 빵을 많이 만들기도 하는데
이게 꼭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너무 비가 많이 와도 안 되고 비가 와서 추워도 안 되고요.
전 그래서 조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노트를 하나 장만하고요.
가장 장사가 잘된 날과 시기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매달 장사가 가장 잘된 날의 생산된 빵의 양과 종류,
그리고 선호된 제품의 품목을 기록했고요.
매출과 그날의 날씨, 심지어 온도와 습도도 적었습니다.
그리고 기념일과 주변 학교의 운동회, 소풍, 학부모 간담회 등 날짜도
기록했고요.
나중에는 세분화가 되어 단골손님의 기호와 생일도 기록하게 되었지요.
케이크를 사러 오셨을 때 드렸던 초의 숫자와 사 가신 케이크를
기록했습니다.
노트가 나중에 한 몇 권이 되기에 컴퓨터 파일로 옮겨졌고요.
처음 일 년의 통계는 다음해에 부분적인 것 말고는 안 맞더군요.
기록이 차츰 들어맞기 시작한 것은 4년을 넘기면서부터입니다.
통계가 빛을 발하더군요.
날씨와 그 달의 행사, 그리고 각 고객들의 정보가 장사에 보탬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일기예보와 아침에 날이 궂으면 기록을 보고 잘 팔렸던 제품을 꼭
만들기 시작했고요.
식빵의 생산량과 케이크의 신선도를 배려한 시간대별 생산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종 기념일에 대비하다 보니까 근처 학교 , 병원 행사에 맞춰
현수막도 걸었습니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맛있는 빵도 사가세요" 하고요.
손님들께도 "오늘 생일이시죠? 오시면 서비스 많이 드릴께요~." 하고
말하니 손님이 깜짝 놀라면서 기뻐하시더군요.
그리고 각 생일을 맞으신 분들에게 카드도 발송을 하게 되니까
판매되는 양이 엄청 늘게 되었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하니 감동 서비스가 되더군요.
명절 귀성객이 고향을 찾기 시작하는 날 즈음에는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옛날 과자를 선물 세트로 판매를 했는데
우리 집에서만 볼 수 있는 과자였다고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곤 했습니다.
제가 터득한 노하우를 맛배기로 살짝 알려드리면,
장마가 일찍 오면 장사가 안 됩니다.
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장마 중순부터 비가 오면 손님이 더 많아지고요. 더위가 갑자기 찾아오는 여름 초기에는 아무리 더워도 팥빙수가 많이
나가지는 않아요.
그것은 더위와 팥빙수에 익숙해질 쯤, 거리 곳곳에서 빙수 드시는 사람들을
많이 구경할 즈음부터 빙수를 찾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게 전 단지 기록일 뿐이고 메모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통계청의 이 수기 공모를 보고 ‘아! 이게 바로 통계의 힘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록을 위한 노트가 제 직업에 대한 소신을 다지는 계기도 되었고요.
앞으로도 다양한 기록과 통계로 제 삶을 좀더 다채롭고 윤택하고
그리고 행복해지는 도구로 활용하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