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청계천 창업기] 회사이름을 '아프로 무역'으로
글쓴이 : 빵대사랑
그 동안 각종 수족관 공구들로 가득한 작업장이 좌우벽면에
샘플을 볼 수 있는 전시대와 상담을 위한 작은 원탁테이블 하나를
갖추고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무역사무실로 바뀌었다.
막상 작업장을 사무실로 바꾸고 회사이름을 앞으로 나가겠다는 뜻으로
아프로 무역(APRO TRADE) 이라는 간판을 걸고 시작하였으나 마땅한
샘플과 주문이 없어 얼마간은 개점 휴업인 상태였다.
기존의 외국 거래처도 없고 서울의 무역회사에서 근무 한 적도
없고 현재 한국에 오는 바이어들이 어떤 제품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사무실만 열어놓고 시간만 흘러간 셈이다.
당시 내가 있는 사무실 부근에는 이란, 태국, 아프리카, 러시아,
필리핀, 싱가폴 등 여러 나라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곳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외국인들이 하나 둘씩 사무실을 기웃거리고 필요한
제품을 구해줄 수 있느냐며 상담이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큰 고객이 어디 있겠느냐는 생각으로 소량이라도 거래를
성사 시켜 고객으로 확보하려고 무척 애를 쓴 것으로 기억한다.
어떤 경우에는 물건을 판매하고 남는 이익보다 교통비등 기타 잡비가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중을 보고 미련 없이 일을 처리하곤
했다.
외국인을 상대로 장사를 하다 보니 국내 업자들도 물건을 구해줄 수
있느냐 하면서 사무실을 방문하기 시작했다.
無에서 有를 창조하듯이 사무실만 오픈을 하였는데 외국인과
내국인들의 방문이 빈번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거래는 미비하였지만 좋은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나에게 무역업을 해보라고 권유한 외국인 친구가 장사를 하러 한국에
온 외국인을 소개하고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Mr. LEE에게 부탁하라는
등 직·간접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외국인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불가리아에서 사업을 하는 "알리" 와
아프리카 가나에서 과자공장과 무역업을 하는 "마가레트" 부부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 무역업을 하는 "카릴" 등은 처음에는
사업적으로 만났지만 나중에는 개인적으로 더 친숙하게 되어
무역업을 하지 않는 현재도 친구처럼 지내면서 연락을 하곤 한다.
이들을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한국에 올 때 미리 연락을 주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나하고만 거래하기를 원해서 사업적 이외 인간적으로도
보람을 느끼곤 하였다.
불가리아에서 사업을 하는 "알리"의 경우 한국에 오면 보통 1달 정도
머무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우리 집에서 숙식을 하고 예정된
사업이 끝나면 식구들과 같이 놀이공원을 가곤 하여 가족들과도
친분이 있을 정도이다.
사업적인 면보다는 우선 인간적으로 사귀고 나서 사업을 하면 그만큼
더 친숙하고 특별한 변동사항이 없는 한 지속적인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업이전에 상대방과 친구가 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IMF가 터지면서 국내사정은 굉장히 악화되어 갔지만 외국 바이어들
에겐 좋은 기회였다. 달러당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국인들에겐
구매의욕이 더욱 왕성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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