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의 정체성 수도자는 혼자 살고 있기에, 뭔가 범속한 다수와는 다른 거룩한 정결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다.
존재론적으로 그 안에 남성과 여성을 함께 통합해낸 사람의 모습을 띠고 있기에 거룩한 정결을 이뤄내고 있다. 비록 인간적이고 행위적인 측면에서 온갖 부족함과 허물을 뒤집어쓰고 있음에도 말이다.
수도자는 그저 수도복 한 벌에 만족하며 거친 음식을 먹고 좁은 방에서 지내고 있기에, 거룩한 청빈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론적으로 그 안에 과거와 미래를 통합한 현재라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기에 거룩한 청빈을 이뤄내고 있다.
때론 의식주에 대한 아무런 염려 없이 풍요롭게 잘 살고 있음에도 말이다.
지금 가난하게 살게 된 탓을 과거에 묻지도 않고,
늘 가난하길 원한다. 부분적이고 현실적인 가난이란 모습 속에서 전체적이고 본래적인 풍요를 보면서.
수도자는 그저 윗사람의 명에 따라 이리도 가고 저리도 가고 있기에, 세상 사람들처럼 자기 뜻을 내세우지 않는 거룩한 순명을 살아내는 것이 아니다.
존재론적으로 사도직에 수반된 어느 공간에도 묶이지 않음으로써 공간 전체를 통합해낸 삶을 살아내고 있기에 거룩한 순명을 이뤄낸다.
때론 주어진 소임이 힘들고 어려워 마음앓이를 잔뜩 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수도자는 이렇게 남자와 여자와 시간과 공간을 통합해낸, 인간 존재의 참된 본래 모습을 드러내 보여 주기에 아름답다.
– 유 시찬 신부의 글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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