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정리를 하다가 이 글을 발견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프카, 소현님은 빼고 ㅎㅎ)
군포 본당 사오정 조 기동 요한 형제가 사랑하는 글라라를 하느님께 보내고
쓴 글입니다.
원래 사오정 건강이 더 안좋았었는데
글라라 자매가 먼저 훌쩍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작년에 사오정과 전화 통화를 했었는데
글라라 없는 세상이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재혼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재혼을 했는지.... 잘 모르지만,
꼭 재혼해서 남은 세상, 외롭지 않게 잘 살라고 이야기 하고 끊었는데...
( 사족 : 우리 실비 마님은 아주 오래 오래 사셔야 합니다.
마님이 떠나시면, 내가 얼마나 외롭겠어요?
그런데, 우리 마님 왈, 당신 말이지...
혹시라도 내게 무슨 일이 있어,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더라도
절대 재혼 같은 건 꿈도 꾸지마..
만약 재혼하면, 내가 밤마다 귀신으로 나타나서 가만 안 둘테니까...
으~~으... )
아무튼 사오정 형제가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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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떠났습니다. 아들딸에게 한 마디 말도 남기지 않고 그녀는 떠났습니다.
요즘의 선녀는 못돼서 두 팔에 아이들도 안지 않고 혼자서 하늘나라로 가는가 봅니다.
나의 가장 빛나던 시절과, 나의 가장 힘들던 시절을 함께 한 사람 그녀는 떠났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인지, 당신이 얼마나 여린 사람인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미소짓던 사람. 나보다 더 나를 사랑했던 사람, 나의 역사를 아는 유일한 사람,
나의 역사였던 이는 이제 전설이 되었습니다.
집에서, 회사에서, 성당에서 항상 그녀와 함께였는데 이젠 언제나 혼자입니다.
혼자서 일어나, 혼자서 성당에 가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회사에 가고
혼자서 또 밥을 먹고, 혼자서 또 일을 하고, 혼자서 또 밥을 먹고, 혼자서 잠을 청합니다.
그렇습니다. 그 옛날 우린 천국에 있었습니다.
힘든 저 세상에 내려가 내 나라를 세울 사람은 없는가? 빛나는 분이 물으셨습니다.
많은 사람은 손을 들지 못했습니다. 천국이 너무 좋아서 몇몇 사람만이 손을 들었습니다.
저 세상 사람들이 너무 측은해서 저도 손을 들었습니다.
당신도 손을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망각의 강물에서 물을 마셨습니다.
천국의 기억은 희미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을 향해 떠났습니다.
혹은 거지로, 혹은 거지를 돕는 이로 분장을 하고 말입니다.
꿈 많던 대학 1학년, 당신을 만났습니다. 대학 3학년, 우리는 결혼했습니다.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조 아라, 조 선... 원더플 코리아
그러나 많이 힘들었습니다. 가난, 병, 그리고 세상의 물을 너무 많이 마신 나는
내 임무를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천국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임무를 다했습니다.
엄마로, 친구로 천국을 느끼게 해주고 동업자로 봉사자로 임무를 다했습니다.
그리고 잊었던 내 임무를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겨우 살만한데, 빛나는 그분께서는 당신을 바라다보시며
“딸아, 이제 됐다”하고 당신을 부르셨습니다.
당신은 이제 무대를 떠났습니다. 저는 아직 세상의 무대 위에 있습니다.
아직 제 임무, 제 연기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천국에서 하느님과 함께 있다가 임무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고
다시 하느님 곁으로 갑니다.
아아, 글라라 나의 하나밖에 없는 벗이여, 당신은 지금 나를 보고 있는가
어머니, 당신은 제 마음을 아십니다. 어머니, 당신은 제 마음을 아십니다.
고개를 저어도, 무시해도 하늘과 땅을 잇는 하늘의 끈,
당신은 마리아. 제 어머니이시오, 저는 요한, 당신의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어머니, 당신은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드님을 떠나보내셨습니다.
저도 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습니다.
주님, 당신은 제 마음을 아십니다. 주님, 당신은 제 마음을 아십니다.
야속해도 미워도 당신은 제 주님이요 제 안에 살아 계시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캄캄한 밤 외로운 별로 지지만
내일아침 빛나는 태양, 당신으로 일어서게 하소서.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나의 전부시여.
19년 동안 그녀를 제게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그 영혼과 저를 받아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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