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향한 마음/교회상식 속풀이

교회상식 속풀이 - 5. 동방박사는 왕이 아니라 마술사였다

주님의 착한 종 2017. 9. 15. 08:34

오늘은 1229일 금요일

2017년 마지막 근무일입니다.

오늘 오후에 종무식을 하고

저녁에는 직원들과 식사 자리가 마련되어 있네요.

 

금년 마지막 날은

2017년의 마지막 주일이고

주님 공현대축일입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또 하나의 예수 성탄 대축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축일입니다.

가스파르, 발타사르, 멜키오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세 명의 동방 박사가 구세주께서 탄생하심을 알고

별의 인도로 아기 예수님을 찾아가 경배한 사건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 탄생이

공적으로 드러났습니다.

공현(公現)은 그리스어로

'에피파네이아'(epiphaneia)인데,

'드러나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교회상식 속풀이 - 5. 동방박사는 왕이 아니라 마술사였다


이번 [교회 상식 속풀이]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방박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기 예수님을 경배했던 ‘동방박사’는 

라틴어 ‘마구스’(Magus)의 복수형인 ‘마기’(Magi)에서 왔습니다


우리 한글 성경에서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라고 번역한 ‘마기’는 

다시 ‘마술사’ 또는 ‘점성술사’를 뜻하는 

그리스어 ‘마고스’(μάγος)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마고스’는 기원전 6세기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단어로

당시 조로아스터교(Zoroaster신자들을 일컫는 이름이었습니다.

 


기원전 5세기경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투스(Herodotus)는 

자신의 저서 <역사>(Historiai) 1권에서 

‘마고스’가 현재의 이란 북서부에 있었던 

고대 국가와 고대 이란인을 통칭하는 

메디아(Medes)의 신성한 계급에 속하는 부류였다고 증언합니다

이들은 페리시아의 사제계급으로

강력한 종교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마치 유대민족 가운데 레위부족의 역할을 수행했던 것입니다.


‘마고스’는 구약성경과 신약성경에 변형된 여러 형태로 등장합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 사제계급의 우두머리인 “네르갈 사르에체르”를 

히브리어로 “랍 막”으로 일컫고 있습니다(예레 39, 3; 13 참조). 


다니엘 예언자는 ‘마고스’를 

“마술사나 주술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다니 1, 20 참조). 

다니엘서는 “임금님께서 물으신 신비는 

어떠한 현인도 주술사도 요술사도 점성술사도 

임금님께 밝혀 드릴 수 없는 것입니다.”

(다니 2, 27) 라고 하 

‘마고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진술하기도 합니다.



아기예수를 방문한 '마고스'  

마술사점성술사 등으로 해석되던 단어

마태오 복음서는 ‘마고스’들이 

아기 예수를 방문했다고 전합니다.

(마태 2,1-12). 

그리고 어떻게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유대의 왕이 태어난 것을 알았는지에 대해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에서도 

“마술을 부려 사마리아의 백성을 놀라게 하면서”

(사도 8,9)

라는 진술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마술을 부리”는 사람이 바로 ‘마고스’입니다


또한 사도행전은 로마의 식민지인 키프로스의 파포스 섬에서 만난 

세르기우스 바오로 총독의 수행원 가운데 하나인 

유대인 바르예수(Bar-Jesus, 예수의 아들) 

“마술사” 그리고 “거짓 예언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사도 13, 6 참조). 

여기에서 사용된 단어도 역시 ‘마고스’입니다


이렇듯 ‘마고스’는 비 그리스도교에서 사용했던 것이 

점차 그리스도교화된 단어입니다.


초기 교부들인 성 유스티누스오리게네스

성 아우구스티누스성 예로니무스 등은 

마태오복음에 등장하는 ‘마고스’(동방박사마태 2, 1-12)를 

현자(賢者), 마술사점성술사 등으로 해석하였으며 

동방에서 온 왕이나 위대한 성인으로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고스’를 ‘왕’으로 보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는 것은 

구약성경에 등장한 비유를 통해서입니다

 “민족들이 너의 빛을 향하여

임금들이 떠오르는 너의 광명을 향하여 오리라”

(이사 60,3) 

“타르시스와 섬나라 임금들이 예물을 가져오고

세바와 스바의 임금들이 조공을 바치게 하소서”

(시편 72, 10) 

그리고 “예루살렘에 있는 당신의 궁궐을 위하여 

임금들이 당신께 조공을 가져오게 하소서”

(시편 68,30) 

등의 예언을 예수의 탄생과 관련지어 해석한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초기 그리스도교에서는 

마태오복음의 동방박사 이야기를 

구약의 이사야와 시편의 말씀을 증거로 

삼왕(三王)의 경배라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동방박사를 일반적으로 왕으로 해석한 때는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후입니다.


이 같은 견해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까지 계속되다가

종교개혁 당시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와 영어로 번역하면서 

'Magus' 또는 'Magi' 'Wise men'(현자)로 번역함으로써

유럽을 비롯한 오늘날 교회에서 '마고스'는 

더 이상 왕이 아니라 '현자

즉 박학다식(博學多識)한 박사(博士)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김홍락 신부 

(가난한 그리스도의 종 공동체)

교부학과 전례학을 전공했고

현재 필리핀 나보타스(Navotas)시 빈민촌에서 

도시빈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