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상식 속풀이 - 7. 가톨릭'의 본래 의미는?
제가 가톨릭의 본래 의미를 정리하게 된 동기는
얼마 전, 우리 회사 직원의 엉뚱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개신교의 안수 집사라고 합니다.
신앙인답게 회사에서도 성실하고 타의 모범이 됩니다.
점심 시간에 우연히 마주 앉았습니다.
제가 식사 전 기도를 드렸는데
성호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기에
아는대로 대답을 해주었는데...
그 사람 이야기가
천주교는 성모 마리아를 믿는 종교이다.
삼위일체에 성모 마리아가 포함되어 있다.
마리아 신심은 비성경적이다. 등등...
정말 많은 오해를 하고 있더군요.
아직도 많은 개신교 신자들이 이럴 것 같습니다.
성당에 가면 십가가보다 더 큰 성모상이
성당 앞에 세워져있고 신자들이 절을 하고 있더라...
그게 그 증거이다... 라고도 하고..
우선 그 해명부터 드리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물론 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복습을 한다는 의미로 읽으셔도 좋겠습니다.
가톨릭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하느님 곁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해준다는 교리가 있습니다.
(모든 성인의 통공 교리)
이 중에서 가장 하느님과 가까운 사람이
바로 예수를 낳은 성모 마리아이기 때문에,
또한 하느님인 예수님이 성모님의 부탁이라면
틀림없이 들어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최고위 성인으로서
공경하는 것입니다.
성당 입구나 마당에 성모상이 서 있는 것 역시
'마리아교'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공격을 불러일으키는데,
본래 성당 마당에는
그 성당이 세워진 곳이 순교자의 무덤일 경우에는
해당하는 순교성인의 상을,
혹은 그 성당의 주보성인의 상을 세우는 것이 관례입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성당이 성당의 주보성인 대신
한국 천주교의 주보성인인 성모 마리아상을 스스로 택할 뿐이지요.
천주교의 교리에서
성모 마리아는
가장 완벽하고 훌륭한 믿음의 인간으로서 존경받는 분이고,
예수님은
삼위일체론 교리에 따라서
하느님으로 믿고 따르는 것
이라고 교리가 가르친다는 점에서,
예수님과 성모님의 대우는 엄연히 다릅니다.
성경의 어떤 훌륭한 인물이라도
특별히 언급하여 칭찬하는 경우가 없는 개신교 입장에선
오해가 있을만도 한데,
성모송 또한 여타 기도문과 같이
성경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천사는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은총을 가득히 받은 이여, 기뻐하여라.
주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하고 인사하였다. (루카 1:28)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문안을 받았을 때에
그의 뱃속에 든 아기가 뛰놀았다.
엘리사벳은 성령을 가득히 받아 큰소리로 외쳤다.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시며
태중의 아드님 또한 복되십니다." (루카 1:41-42)
이제 한국의 성당들이 성당 앞에
성모상을 설치한 이유를 아시겠지요?
또한 성모님을 흠승하는 이유도..
또한 우리가 세례 받을 때
가장 존경하며 그 분을 따르며 살겠다는 뜻으로
세례명을 받게 되는데
마리아 라는 세례명은 많지만
예수, 그리스도, 야훼 등과 같은
세례명은 없습니다.
이것도 예수님과 성모 신심의 차이를
설명하는 한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그 이후로 틈틈이
그 친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완고한 그의 개신교적 신념으로
얼마나 천주교에 관해 이해를 하게 되었는지는
아직 장담을 하지 못하겠습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천주교에 대한 속풀이를 정리해봐야지..
하게 되었습니다.
네 모퉁이의 글귀는 각각
그리스도교를 나타내는
특유의 주요 특징 4가지인
하나인 교회,
거룩한 교회,
보편된 교회,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의미한다.
위키 사전을 찾아보니
신자 수는 2015년 교황청 연감 기준 12억 8,500만여 명으로
전체 그리스도교 인구의 절반을 초과하며,
이는 세계 인구의 17.8%로 1/6이 넘는 규모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2016년 3월에 한국주교회의에서는
2015년도 한국 천주교회 신자 수는 5,655,504명으로
총 인구의 10.7%라고 발표했군요.
한자문화권에서는 일반적으로는 천주교라 불립니다.
천주(天主)는 '하느님'을 한문으로 적은 것으로,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조금 더 고풍스러운 표현으로는
'성교회'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편의상 ○○동 성당이라고 부르는데
각 본당의 정식 명칭은 '천주교 XX교구 XX 교회'식입니다.
또한 가톨릭교회 내에서도
천주교와 가톨릭이라는 명칭이 함께 쓰이는데
'카톨릭 (원래 영어 발음으로는 캐썰릭)'이라는 말도 쓰이지만
한국 천주교의 공식적인 표기는 '가톨릭'으로,
국어사전에서도 '카톨릭'이 아닌 '가톨릭'만이 올라가 있습니다.
이는 이 단어가 19세기 후반 개화기에 들어와 정착되었기 때문인데,
조선 후기 사람들이 catholic을 '가톨릭'으로 인식한 것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천주교 선교사(신부)들이
라틴어를 공부하였고
주로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분들은 처음 외래어를 한국어로 표기할 때
당연히 자신들의 언어를 기준으로 사용했겠지요.
-----------------------------------
이제부터 김홍락 신부님의 말씀을 옮겨 적겠습니다.
가톨릭, ‘보편적인’ 또는 ‘공동’의 뜻을 가진 일반적 용어
‘가톨릭’이라는 말은 ‘보편적인’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카톨리코스’(καθολικός)에서 유래했습니다.
‘카톨리코스’는 ‘카톨로우’(καθόλου)와 같은 의미로,
관용구 ‘카스 홀로우’(καθ' ὅλου) 즉 ‘모든 것에 따르면’
또는 ‘모든 것을 통하여’라는 뜻입니다.
이는 본디 종교성을 띠지 않은 아주 일상적인 용어였습니다.
초대교회의 그리스도교 작가들과 교부들에게서 이러한 정황이 포착됩니다.
“일반적인 부활”
(the catholic resurrection, 순교자 유스티노),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선하심”
(the catholic goodness of God, 테르툴리아누스),
“4가지의 원천적인 바람”
(the four catholic winds, 이레네우스) 등
뜻도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톨릭’은 ‘특정한’의 반대 개념인
‘공동’이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이런 흔적을 우리는 흔히
‘공동서간’이라 부르는 신약성서의 7개의 서간
(야고보 서간, 베드로 서간, 요한 서간, 유다 서간)을
“Catholic Epistles”라고 칭하는데서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사도 바오로의 서간 (Pauline Epistles)과는 달리
특정한 지역의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아닌 모든 교회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렇게 일컫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
가톨릭, 하나의 보편적인 교회
‘가톨릭’에 ‘교회’가 결합된 형태인 ‘가톨릭교회’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세기 초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옥스퍼드 대학교 교회사 교수인 멕컬로치(Diarmaid MacCulloch)의
저서 <그리스도교>(Christianity)에 의하면
이 ‘가톨릭교회’라는 용어는 교회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우스는 110년경
<스미르나 공동체에 보낸 편지>에서
주교와 일치할 것을 권고하면서
“주교가 존재하는 곳에는 신자들도 존재합니다.
예수의 이름으로 모인 이들이 어디에 있든지
바로 그곳이 보편교회(Catholica Ecclesia)입니다”
라고 하면서 ‘가톨릭교회’를 처음으로 언급합니다.
3세기에 이르러 ‘가톨릭교회’는 이단들과의 투쟁과정에서
호교 교부들에 의해 ‘보편교회’라는 의미에 더하여
‘하나’이며 ‘유일한’ 교회라는 사상으로 발전됩니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150-215년)는
저서 <양탄자>(Stormata)에서
“우리는 말합니다.
내용과 형식 양편 모두에서, 기원과 성장 양편 모두에서
원초적이고도 보편적인 교회는 오로지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는 하나의 신앙에 일치 안에서 그러합니다”
라고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 알렉산드리아의 마리아 성당 제대
4세기에 이르러,
예루살렘의 치릴루스(315-386년)를 포함하여
다수의 그리스도교 초기 저자들,
그리고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354-430년)와 다른 이들은
그리스도교와 관련하여 보다 발전적으로
‘가톨릭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동-서 교회의 대분열이 있었던 1054년 이래,
동방교회들이 스스로를 ‘정통파’
즉 ‘오르토독스’ (Orthodox)라 이름 붙였기 때문에
로마 교황청과의 통교 안에 머문 교회들은
자신들을 계속 ‘가톨릭교회’라 불렀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으로 인해 신· 구교회가 갈라졌을 때도
다른 여러 개신교 종파들과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해
구교회 측은 ‘가톨릭교회’라는 용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리차드 맥브라이언(Richard McBrien)은
저서 <교회: 가톨릭주의의 진보>
(Church: Evolution of Catholicism)에서
“‘교회’를 꾸며주는 형용사 ‘가톨릭’은
오직 동-서방 교회의 분열과 종교개혁 이후
스스로를 구별하기 위한 용어로 바뀌었다”고 주장합니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는데,
서양교회에서는 <사도신경>에 등장하는
“보편된 교회”라는 구절을
현재의 “가톨릭교회”로 오해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사도신경>의 이 구절의 원문은
“Catholicam Ecclesiam”인데,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Catholic Church”
스페인어로는 “Iglesia Catolica”
즉 “가톨릭교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김홍락 신부 (가난한 그리스도의 종 공동체)
교부학과 전례학을 전공했고,
현재 필리핀 나보타스(Navotas)시 빈민촌에서
도시빈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하늘을 향한 마음 > 교회상식 속풀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회상식 속풀이 - 9. 재의 수요일의 유래와 의미 (0) | 2017.09.22 |
---|---|
교회상식 속풀이 - 8. '평화의 도시' 그러나 '분쟁의 도시' 예루살렘 (0) | 2017.09.21 |
교회상식 속풀이 - 6. 회당, 평신도 중심의 신앙 공동체 (0) | 2017.09.15 |
교회상식 속풀이 - 5. 동방박사는 왕이 아니라 마술사였다 (0) | 2017.09.15 |
교회상식 속풀이 - 4. 크리스마스의 탄생 (0) | 2017.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