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청도에서 온 편지 - 중국은 군자의 도가 살아있는 나라인가?

주님의 착한 종 2017. 3. 29. 08:36


서서히 길 가의 목련꽃이 봉우리를 펴기 시작했습니다.

보슬비가 살살 내리는 오후입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활 쏘는 것은 군자와 닮은데가 있다.정곡을 맞추지 못하면 자신에게서 허물을 찾는다"

(射有似乎君子,失諸正鵠,反求諸其身)

 

한중간의 외교적 갈등으로 현재 청도 교민 사회가 많이 위축되어있습니다

중국인들과 오랫동안 같은 경제.생활 공동체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서로 경외의 대상이 되어 서먹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은 반경 4,800km나 되는 x-레이더를 갖고있고

중국은 얼마전 고비사막에 3,000km나 되는 레이더를 설치하여 

동서남북 아시아 모든 나라를 감시할 수 있는데도

우리나라가 200km정도 밖에 안되는 레이더를 설치했다고 서로 갈등을 겪고있는 실정입니다

그게 뭔 큰 문제라고 양국의 일반 국민들까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이렇게 호들갑을 떨게 만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국가간 외교적 문제를 어떻게 된 일인지 일반 국민들간 갈등만 부추기고 만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요즘은 밖에 나가 중국인을 만나면 지은 죄도 없는데, 괜히 조심스러워집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생활에서건 일에서건 서로 다툼이 생겼을때 싸울듯이 달려들면 

혹 사드 때문이 아닌가 하고 엉뚱하게 지레짐작하게 됩니다

한중수교후 25년 동안 서로 이웃으로,친구로 어깨동무하며 우의(友誼)롭게 살아가던 세월이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에 미래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앞섭니다

정말 앞으로의 전쟁이 경제전쟁을 넘어 종족전쟁이 될 것인가!!

 

중국은 경제적 대응책으로 현재 알게 모르게 한류상품과 여행상품 및 

수출입화물에 대한 제한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마 그것까지는 큰 틀에서의 대응책이라 십분 이해하려 해도

중국내 한국상품 불매운동이라던지 투자기업에대한 대대적인 점검  혐한(嫌韓)분위기 조성은 

나가도 너무 나갔습니다.

타깃을 잘 못 잡아도 한참 잘 못 잡은 것입니다. 

실익은 없고 국민들 상호간 감정의 골만 키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중국인이 한국으로 여행가는 인구가 연간 850만명이나 된다하지만

반면에 중국내 거주하는 한국 교민은 현재 약 30~50만명,

매년 중국으로 여행오는 한국인도 450만명이나 되어 세계 1위에 해당합니다

2위인 일본인 여행객 보다 두배나 많습니다

연예인이나 드라마로 대표되는 문화한류는 우리보다 중국이 10배이상 더 많은 이익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금액이 약 1,200억불정도이고 중국의 대한국 수출은 약 850억불정도입니다

그 중 문화한류와 여행상품은 약 0.5%정도 차지합니다

최근에 태동하기 시작한 농수산물은 아예 데이터에 들어 갈 자격도 없습니다.

대부분이 중국기업의 중간재에 해당하는 원부자재입니다

우리가 10을 손해보면 중국은 8을 손해보도록 되어있는 구조입니다.

 


 

국가간의 제화 흐름은 그렇다치고중국내 생활.사업하는 교민들은 국적만 한국인이지 

실제는 지역경제 일부분을 책임지는 대단히 중요한 구성원이라 할 것입니다

여기서 벌어 여기서 쓰는 사람들입니다

우문해서인지 수 십년동안 우리기업이 본국으로 이익금을 얼마나 보냈는지 그 금액은 알 수 없습니다. 

아니할 말로 근로자 인건비에다 임대료, 각종 공과금 다 내고 나면 남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것은 모두 다 잘 압니다

 

그 남은 것으로 현지에서 생활하고 집사고 자식 공부시키고 또 재투자 해 가면서 경영하는 것입니다. 

경영자 입장에서 보면 속된 말로 남 좋은 일 시키는 것이 기업입니다

그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자 지역발전의 원동력인 것입니다

빌딩 살 만큼 떼돈을 번 사업자는 대기업 몇 개 정도는 가능할까 그외 거의 없어요.

 

국가간 외교적 문제를 그런 사회 구성원인 기업과 교민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위협을 가하거나 불이익을 주게 된다면 

대 놓고 종족전쟁 함 해보자는 말 밖에 달리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몇 안되는 범죄자불법체류자를 두둔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곳곳에서 신분증 불시 검문하고 사드에 대한 생각을 녹화하고 

한국인 기업에 불시 방문해서 불법여부를 검사하면 

대부분 여기서 정상적.합법적으로 사는 한국인들 조차도 오금이 저려오는 법입니다

정나미 뚝 떨어지게 되어있습니다.

 

이것은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분풀이 밖에 달리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 사회에 어떻게 공동발전을 위한 소속감을 가지겠습니까

앞으로 수 백만이 될 지 모르는 친중 인사들을 적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중국은 과녁을 잘 못 겨눈 것입니다.

 

 

요즘 한국 식당들은 손님이 반 토막나서 죽을 지경이라 합니다

이미 들여 온 화장품이나 농수산물 등도 안 팔려서 울상입니다

10여년 전부터 식당에 중국손님이 안 차면 얼마 못 견딘다는 것이 정설로 매김했습니다

허나 이제부터는 교민들이 한국식당을 부지런히 찾아 다녀야 하겠습니다.

 

청도에 교민이 약 25,000명 정도가 터를 잡아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하나의 군이나 시 인구에 필적합니다

한국식당이 많다고는 하나 교민수로 보자면 그리 넘치지 않습니다

한국산 화장품.농수산물도 우리들끼리 많이 삽시다

요즘 웨이신 단체 췬이나 중소상공인지회에서 회원들의 재고를 많이 팔아주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어려울 때 서로 도우는 우리 조상들의 불멸의 두레정신 상부상조이지요.

 

30년전 중국의 1인당 GNP가 채 200불도 안 되었는데,지금은 8,000불을 넘어섰습니다

이 괄목할만한 성장의 밑거름은 한국을 포함 외국투자기업의 공이 컸습니다

한중수교 당시 이 척박한 동네에 건너 와 지역발전을 위해 현지인들과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고군분투했던 우리의 선배들은 그 과실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눈물로 퇴진했습니다

그 선배들 덕분에 우리들은 여기서 이만큼이나마 소속감을 갖고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습니다.

 

중국은 지난 수십년동안 희노애락을 함께하며 지역발전을 위해 분투하는 

중국내의 이웃 벗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중국은 예로부터 수많은 성인군자가 많아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었습니다

힘으로 일어선 국가는 단명하고, 성인과 군자의 도가 살아있던 국가가 오래갔던 것은 

역사에서 잘 알 수 있습니다.

 

과하탁교(過河坼橋)란 말이 있습니다

원나라의 순제는 부패의 온상인 과거제도를 폐지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에 신하 허유왕(許有王)은 폐지에 반대하는 측이었습니다

과거가 없으면 과거 있는 것보다 더욱 부패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하지만 혹 원순제의 뜻을 거스르다가 화를 입을까 염려하여 원순제가 조서를 내리는 자리 

제일 앞줄에 서게 되어 엉겁결에 찬성하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때 진화(晋化)라는 관리가 그의 귀에 대고

'당신은 과거제도로 등용된 사람인데 어찌 과하탁교하는가?" 

이 말은 "강을 건넌후에 다리를 없애 버린다"란 뜻으로 자신의 뜻을 이룬 후 

후손들에게는 그 발판을 없애버린다는 배은망덕의 대표적 고사입니다

이에 허유왕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자리를 피했으며 

이후 병을 핑계삼아 다시는 조회에 나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인생은 의로운 기개에 감동하는 것

공명 따위 누가 또 논하는가!

人生感義氣/功名誰復論(魏徵)

 

어찌보면 여기서 생활하는 교민 대다수는 미래의 한중친선을 위한 선구자로서 

지중파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수 십년 동안 중국에서 터 잡고 중국 이웃들과 공동발전을 해 온 우리들은 

이런 정치.외교적 이유로 지금까지 곁에서 희노애락을 함께 해 온 내 중국 친구를 잃고 싶지 않습니다.

 

중국은 다른 건 몰라도 중국인과 똑 같은 사회적 공민으로 함께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을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실익은 없고 장래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손실만 키우게 됩니다

여기 교민들은 한중간 외교갈등에 부지불식간에 정치적 인질이 되어버린 기분입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대한민국.

비록 인구 5천 만명에다 산동성 만한 작은 땅덩어리를 갖고 있지만

세월 또한 5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땅덩어리 자체가 피 눈물나는 역사지요 

암만~,

함부로 대할만큼 그리 만만한 민족이 아닙니다.

.

부탁하노니 그대여공명 따위는 논하지 말게

한 장수의 성공 뒤에는 일만 병사의 해골이 뒹구니.

憑君莫話封候事/一將功成萬骨枯(曹松)


- 칭다오 한국인 도우미 마을 스프링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