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청도에서 온 편지 - 매연 가득한 칭다오..불확실한 삶처럼..

주님의 착한 종 2017. 4. 12. 09:02



매연 가득한 칭다오..불확실한 삶처럼..


오늘은 아침 조깅길이 너무 상쾌했습니다.

어제 보슬비가 내렸고, 또 동풍이 부는 날이라서 인지...

참 오랜만에 맛보는 신선한 공기입니다.

요 며칠간은 정말이지 하늘이 누런 망사천으로 덮인 듯

숨을 제대로 못 쉬었습니다.

 

그것이 안개였다면 노스텔지어의 감상이라도 있을 텐데..

서쪽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와 매연이 뒤섞여 있으니

해변임에도 낭만이란 쥐꼬리 만큼도 없어요

거기에다 지하철 공사로 동네 전체가 공사판이라

약간만 건조해도 풀풀 날리는 미세먼지로 눈 뜨기도 힘들어요.

안개가 자욱하면 해가 보이지 않지만 

미세먼지와 매연이 자욱하면 해가 보입니다. 그것도 누렇게...

 

이십 여 년  만해도 칭다오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이름을 떨치는 청정지역이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팔대관 가로수 길과 해변 길을 따라 조깅하면

그 신선한 공기에 하루가 일년만큼 젊어지는 것 같았는데,

지금의 청도는 오히려 수명을 더 단축시키는 듯해서 이제 겁이 납니다

마스크 쓴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구요.

목구멍에 매연이 가득 차면 소주 한 잔으로 씻어내야 한다던데

그거 의학적으로 신빙성이 없데요^^

 

안개 낀 거리는 앞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만큼은 신선합니다.

그러나 매연은 사람의 폐까지 갉아 먹습니다.

 

사회란 것은 그 구성원들간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돌고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예컨대 공장이 잘 안 돌아가면 종업원 월급이 밀리게 되고,

월급이 밀리면 외식을 안 하게 되고, 외식을 안 하니 식당이 어려워지고,

식당이 어려워지니 식자재 납품도 줄고,

식자재 납품이 줄어드니 도매시장도 파리 날리고,

상인 아이들이 학비 못 내게 되니 학교 재정이 어려워지고

재정이 어려우니 선생님 월급도 밀리고

월급이 밀리니 또 안 먹고 안 입고 안 쓰게 됩니다.

이렇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사회입니다.

 

예를 하나 들면..

 

관광객으로 살아가는 어느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겨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여행객 한 사람이 와서 민박집에 방을 잡았고

2천위안의 숙박료를 지불했습니다.

민박집 주인은 정육점으로 달려가서 고기 값 2천위안을 갚았습니다.

정육점 주인은 세탁소로 달려가서 세탁비 2천위안을 갚았습니다.

세탁소 주인은 맥주집으로 달려가서 맥주값 2천위안을 갚았습니다.

맥주집 주인은 민박집으로 달려가서 숙박비 2천위안을 갚았습니다.

돈이 순식간에 마을을 한 바퀴 돌아 다시 민박집 주인에게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여행객이 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2천위안을 돌려받아 떠나 버렸습니다.

돈을 쓴 사람은 있는데, 번 사람은 없지요?

그러나 보세요.
마을에는 이제 빚진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사회이고 이것이 경기순환 아니겠습니까.

 

그저께 토요일, 청양에서 오랫동안 식자재 납품업을 하는 50대 최모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최근 하시는 사업이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그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간경화로 건너가서 그만 심장마비로 삶을 마치셨습니다.

 

한인회 민원분과에서 봉사하고 계시는 carlos님과 푸르른날님이 

이 소식을 듣고 영사관 직원과 함께 한달음에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한국에서 가족이 와서 행정절차를 마치고 어제 발인.

오늘 화장을 했다고 합니다.

 

만사를 제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봉사하신

carlos님과 푸르른날님 그리고 영사관 서팀장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교민사회의 든든한 수호자이십니다.

 

청도 교민 경제가 지금 지독한 매연에 둘러싸여있습니다.

경제던 건강이던 자칫 동맥경화에 걸리기 쉽습니다.

한치 앞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힘 내십시오..

 

-      칭다오 한국인 도우미 마을 스프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