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항국, 2월에도 불허할 듯… 춘제 특수를 기대했던 한국 여행업계들도
비상
중국 사드 담당 부국장의 일방적 訪韓에 맞춰 기습 조치
한국의 항의 서한·전화 접촉에도 민항국은 일절 반응하지 않아
춘제(春節·설) 연휴 전인 내년 1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송을 위해 한국 항공사가 신청한
전세기 운항을 중국 정부가 뚜렷한 이유 없이 무더기로 불허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같은 목적으로 한국 국토교통부에 전세기 운항 신청을 냈던 중국 국적 항공사들도
이날 돌연 신청 철회 의사를 밝혔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서두르는 한국 정부를 겨냥해
한국 방문 관광객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드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제주항공·진에어 등 국내 항공사들이 다음 달 운항을 위해 신청한
8편의 전세기에 대해 중국 교통운수부 민영항공국(이하 민항국)이
지난 28일 모두 불허 방침을 통보했다.
항공사별로는 제주항공이 장쑤(江蘇)~인천 등 6편,
아시아나 항공은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인천편,
진에어는 광시좡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구이린(桂林)~제주편이다.
불허 사유에 대해 민항국은 '이유가 따로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1월 유커 수송을 위해 한국 국토교통부에 전세기 운항 신청을 했던 중국 남방항공과 동방항공도
이날 갑자기 '중국 국내 사정'을
이유로 운항을 철회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민항국 등 중국 정부 차원의 지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세기가 무더기로 뜰 수 없게 되면서 중국의 춘제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항공·여행업계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전세기 운항은 통상 한 달 단위로 신청하고, 운항 전달
20일쯤
각 항공사가 중국 민항국에 신청해 허가를 받는다.
중국 민항국이 불허 방침을 통보한 것은 지난 28일 밤이었다.
이튿날인 29일 항공사들이 회사별로 국토교통부에 보고하면서 무더기 불허 사실이 알려졌다.
항공사별로는 제주항공이 장쑤(江蘇)~인천 2개 편, 산둥(山東)~인천 편,
네이멍구(內蒙古)~인천 2개 편, 광둥(廣東)~인천 등 6개 편이 불허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인천 편,
진에어는 광시좡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구이린(桂林)~제주 편의 전세기를 띄울 수 없게 됐다.
그런데 30일 중국 항공사들도 우리 정부에 냈던 전세기 운항 신청을 전격적으로 철회한 것이다.
한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과거에도 전세기 운항이 불허된 사례가 있지만
서류 미비나 안전 문제 등 사유가 분명했다"며
"이번처럼 뚜렷한 이유 없이 무더기로 불허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은 중국 외교부에서 사드 문제를 담당하는 천하이(陳海) 아주국 부국장이
우리 정부의 만류에도 일방적으로 방한(訪韓)해 국내 정·재계 인사들을 접촉한 시기와 겹친다.
26일부터 30일까지 이뤄진 그의 방한은 '사드 반대 여론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가 전세기 운항을 옥죄는 조치를 통해 천 부국장의 방한 효과를 극대화하고,
'사드 배치가 지속되는 한 반드시 보복이 이뤄진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중국 항공사가 한국 정부로부터 이미 허가받은 전세기 운항까지
철회하겠다고 나선 것은 중국 정부의 지침
없이는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민항국에 불허 사유를 문의했지만 '이유가 따로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월분 전세기는 운항 허가를 아직 신청하지 않았지만 민항국 측은 '1월뿐 아니라 2월에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안전상 혹은 서류상의 문제가 아님을 스스로 명확히
한 것이다.
우리 국토교통부는 주중 대사관을 통해 항공국장의 명의로 서한을 보내는 등
다각적으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민항국은 우리 측의 전화나 문자, 이메일 등에
일절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중국 여행업체는 불허 사유로 한국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거론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사 측은 "그런 사유라면 밝히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사드 배치 단계별로 한국에 상응한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며
"한국이
사드 배치를 서두르자 보복 조치의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세기는 정기 노선이 운항하지 않거나 수요가 몰리는 노선에 항공사들이 임시로 띄우는 것이다.
한국행 관광객을 모집한 중국 현지 여행사가 한국 혹은 중국 항공사들과 협의해 운항하는 형태다.
한국 항공사는 중국 민항국에, 중국 항공사는 한국 국토교통부에 허가를 신청한다.
한국 항공사들의 경우 내년 1월 2주에 3편꼴로 좌석 수 180석 안팎의 전세기를 운항할 계획이었다.
이는 1월 한 달 전체 한국행 항공편의 3% 수준으로 알려졌다.
1~2월은 중화권 최대 명절인 춘절이 끼어 있어, 국내 항공·여행사들은 '중국 특수'를 누리는 시기다.
이번 전세기 불허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해졌다. 국내 업계도 영향을 받지만,
중국 업체들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관광객들을 모집한 중국 현지 여행사들은 당장 대체 항공편을 찾지 못할 경우
고객들에게 위약금을 물거나 환불을 해줘야 한다.
이성훈 기자
.
'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 > 중국과 친해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福到 (0) | 2017.01.23 |
---|---|
구이저우 묘족 바사(岜沙): ‘사냥꾼 마을’ (0) | 2017.01.10 |
신장 미녀 구리나자 (0) | 2016.12.28 |
33% 저렴한 중국 항공사 티켓…세계 항공사 위협한다 (0) | 2016.12.15 |
쓰촨(四川) 여자 하면 역시 ‘패기’다 (0) | 2016.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