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도 우수 인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애로 중 하나가 중국 직원들의 이직(移職)이다. 왜 중국 화이트칼라들은 자주 직장을 옮길까? KOTRA 칭다오 무역관이 이 내용을 알려왔다.
◇ 새 직장에서 새 꿈을
중국에는 ‘금삼은사(金三銀四) 이직철’이라는 말이 있다. 이직자에게 3월은 ‘금’ 같은 시기이고 4월은 금보다 못한 ‘은’ 같은 시기라는 뜻이다. 초봄에 화이트칼라의 이직률이 제일 높아지면서 생긴 말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 시기에 연말 상여금을 지급하는 데다 화이트칼라들이 긴 연휴를 보내면서 현실과 이상의 부조화를 인식, 새로운 직장에서 꿈을 펼쳐보겠다는 마음이 커지기 때문이다.
중국의 구인 사이트 즈리엔자오핀(www.zhaopin.com)의 ‘2016년 춘계 화이트칼라 이직조사’에 따르면 현재 11.4%의 화이트칼라가 이직 및 취직수속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이 넘는 화이트칼라가 이직을 위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으며 이직을 희망하지만 아직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화이트칼라의 비중도 29.1%나 됐다. ‘절대 이직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5.1%뿐이었다.
연령대별로는 ‘주링허우(1990년대생)’가 취직 전선에 뛰어들면서 이들의 직장 유동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이직조치를 취한 비중이 74.8%에 달했다. ‘바링허우(1980년대생)’ 화이트칼라 중 이직조치를 취한 비율 역시 70%가 넘었다. ‘류링허우(1960년대생)’와 ‘치링허우(1970년대생)’은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그래도 63.3%와 68.1%였다.
즈리엔자오핀 보고서에 따르면 업종별 이직조치를 취한 화이트칼라는 부동산, 건축업과 에너지, 광산, 환경보호 업계 순으로 높았다. 그 다음이 자동차, 생산, 가공, 제조업계, IT, 통신, 전자, 인터넷과 무역, 도매, 소매, 임대업계였다.
부동산과 에너지 업계의 실제 이직행동 비율이 제일 높은 이유는 업계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1선 도시의 부동산 시장은 아직 호경기이지만 전국적으로는 분명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업계는 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생산과잉 상태에 처했으며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기관, 비영리 기구와 문화·체육·교육, 공예·미술업계 화이트칼라의 이직조치 비율은 비교적 낮았다.
◇ 왜 그렇게 자주 옮길까?
중국 화이트칼라들은 더 높은 수입과 발전기회를 얻기 위해 이직을 선택하지만 좀 더 심층적으로 살펴보면 원인은 상당히 복잡하다.
물론 지나치게 낮은 수입은 화이트칼라의 이직을 촉구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다. 이직욕구가 가장 높은 중국 화이트칼라의 보수수준은 월 2001~4000위안으로 36.9%를 차지했다. 그 뒤를 바싹 따라붙는 구간은 월 4001~6000위안을 받는 화이트칼라로 28.6%였다. 비록 이직 욕구가 없는 화이트칼라라고 해도 새해 봉급 인상을 바라고 있었는데 월급이 3000위안 이하인 직원은 3000~5000위안으로 오르기를 희망하는 등 평균 상승 희망 폭이 167%나 됐다.
즈리엔자오핀은 연말 상여금이 중국 화이트칼라의 이듬해 직업 변동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밝혔는데 조사 결과도 약 40%가 연말 상여금 때문에 이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화이트칼라의 연말 상여금 만족도는 겨우 2.07%로 전년의 2.33%보다 훨씬 낮았다.
외국 기업과 홍콩, 마카오, 대만 등이 100% 투자한 기업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의 연말 상여금 만족도가 2.31%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합자기업이었다. 민영기업에 취직한 직원의 만족도가 제일 낮았다.
직위별 만족도에서는 중간 관리자와 베테랑 전문 인력의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다. 그러나 일반 직원과 고위 관리자의 만족도 지수는 비교적 낮게 나왔다. 특히 고위 관리자는 근속연한에 비례해 만족도가 낮아졌다.
결국 화이트칼라 주요 이직원인은 임금수준에 대한 불만족이며 그 다음이 복지 및 승진 제한이었다.
중국 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독남독녀 세대인 ‘주링허우’가 취직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비교적 유복한 성장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전의 ‘치링허우’나 ‘바링허우’와는 대조적으로 보수보다는 직장에서의 역량발전 및 가치실현 여부를 더욱 중시하고 있다. 또한 직장에서 얻을 수 있는 충실감에 더 많은 관심이 있으며 마음속 욕구를 중요시했다. 따라서 상하 관계 간 불협화음, 집과의 거리, 개인취향, 동료관계 불화 등의 요소가 모두 이들이 이직을 부추기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주링허우’ 왕신 씨는 모 무역업체에서 잦은 야근에도 열심히 일했지만 상사의 차갑고 무관심한 태도 때문에 결국 이직을 선택했다. 많은 외국 기업이 현지 직원을 채용하면서도 ‘중국은 후진국’이란 편견을 갖고 그들을 무시하는데 이럴 경우 존중받지 못하는 직원들의 이직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즈리엔자오핀에 따르면 ‘주링허우’는 자신의 이상 실현 및 기업의 발전 전망을 제일 중시했다. 응답자의 약 80%가 이런 요소들을 직업 결정요인 1위에 올려놓았다. 다음 주요 고려요인은 역시 보수 수준인데 미래발전도 중요하지만 실제 근로소득은 당장의 생활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오늘날 중국의 경제변화 템포는 마치 빨리 감기 단추를 누른 것과 같다. 기업은 인재를 배양할 인내력이 없고 다른 기업의 인재를 빼오는 것을 더욱 편리하게 여기며 선호한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보수를 주고 빼온 인재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아 그 직원이 회사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지 못하게 한다.
오늘날 중국인들의 이직풍조 형성에 있어서 핵심 요인은 중국 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직장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중국 현지 기업은 30년간의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크게 발전했지만 인사 시스템은 신속한 경제발전의 발걸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흡한 복지 시스템과 불합리한 인센티브 제도, 팀원 간의 의사소통 부족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따라서 인재의 유실 및 이직 발생 이후의 인력 보충은 수동적인 조치에 불과함을 명심하고 어떻게 우수 인재를 끌어들여 기업 발전이 곧 개인의 발전임을 인식시킬 것인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주간무역 wtrade07@gmail.com
'중국 창업을 준비하며 > 중국무역·사업 경험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중국폰은 저가` 옛말…中, 세계 스마트폰 매출 톱11중 7개 싹쓸이 (0) | 2016.06.15 |
---|---|
[스크랩] 중국 사상 최악 민간투자 둔화와 기업부채 처리 딜레마 (0) | 2016.06.15 |
중국 경제 총사령관 이름이 ‘코리아’ 알고 보니... (0) | 2016.06.08 |
[스크랩] 16년만에 3대 부자가 된 텐센트의 성공기 (0) | 2016.05.31 |
안된다고 하는 이유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0) | 2016.04.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