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안된다고 하는 이유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주님의 착한 종 2016. 4. 19. 09:57


“절대로 선배님이 계획하시는 화장품 사업은 중국에서는 안됩니다.

제가 100% 장담합니다.” 


중국에서 어느 정도 화장품 사업으로 돈을 번 후배는 10여년 전 나를 여러 차례 만류했다. 

 아마도 내가 전혀 화장품 사업을 해보지 않아 더욱 더 걱정이 돼 그랬던 게 아닌가 싶다.

화장품에 전문가라는 여러 지인들 역시 반응은 거의 비슷했다.


나는 42세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겠다고 중국으로 왔다.

당시 딸 둘이 중학교에 다니는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한번의 실패도 허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첫 사업의 설계가 상당히 중요했고 긴박했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모두 반대한 화장품 사업 계획에 대한 희망이 머리 속에 가득 차 있었다.

왜냐하면 반대 이유가 아직 중국에서는 남들이 이미 시도하거나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새로운 영역을

내가 개척한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카라카라 베이징 매장/카라카라 제공


사실 나는 새로운 개념의 화장품을 발명할 수도 없었고, 최고 품질의 화장품을 생산할 능력도 전혀 없었다.

때문에 내가 앞으로 중국에서 최고가 되려면 현재 남들이 하지 않는

새로운 영역을 찾는 길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봤다.

화장품 판매에서 소비자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을 해결해주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당연시되던 통념을 깨는 게 출발점이었다.


우선 화장품은 백화점에서 판매해야 한다는 통념을 깨려고 했다.

당시 화장품은 대부분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저가의 화장품만이 마트에서 팔리는 상황이었다.

백화점에서는 중저가 제품을, 마트에서는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로드샵 중저가 전문매장 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배경이다.

향후 폭발적으로 증가할 중산층을 염두에 두고 시도했다.


외국화장품은 품질은 좋은데 비싸다는 통념도 내겐 타파의 대상이었다.

품질이 좋은 제품을 싸게 팔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우선 한국 원료와 한국기술을 이용해서 중국에서 생산하면 좋은 품질을 싸게 만들 수 있으므로 이런 공장을 접촉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내가 접촉한 대부분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전문 공장들이

우리가 브랜드도 없고 중저가로 판매한다는 이유로 공급을 못하겠고 했다.

이들을 설득하는데 상당 기간이 소요됐다.


화장품에는 거품이 상당히 많다는 인식도 바꾸었다.

유통 과정의 비용 구조를 철저히 통제한 덕에 가격 거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용기도 화려함보다는 실용적이고 심플한 디자인을 채용했다.

덕분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절감된 비용은 모두 품질을 높이는데 사용했다.


중국에서는 종업원이 불친절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건

중국에서 쇼핑을 해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언급하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에는 매장 직원을 한 달 동안 합숙 훈련을 시키기도 했다.

지금도 서비스 교육을 중점적으로 시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더 교육을 확대하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1년 이상 근무한 본사 및 직영 매장 직원에게

한국, 일본, 태국, 싱가폴 여행을 회사 경비로 보내주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유럽으로 여행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본사 직원들은 대부분 매년 해외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외국에 가서 직접 보고 경험하도록 하는 게 직원들의 서비스 개선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중국에서 화장품은 사기 전에 써 볼 수 없는 게 당시의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지금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화장품을 테스트할 수 있으나 10여년 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 우리 회사 현지인 직원들은 사기 전에 써볼 수 있도록 하는 하자는 전략에 강하게 반대했다.


중국 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해서 만약에 무료로 모든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제품은 사지 않고 매일 무료로 써서 회사가 망한다는 거였다.

그러나 가성비(價性比)에 자신 있던 나로서는 과감하게 밀어 부쳤다. 

이 같은 판매 방식은 후일 다른 브랜드도 모방할 정도로 확산됐다.



◇필자 이춘우(54)는⋯

2006년 베이징에서 화장품 유통업체를 창업해

중국 대륙 50여개 도시에 160여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카라카라의 대표다.

이 대표는 중국에 처음으로 길거리 화장품 숍을 도입해 성공을 거두었다.

한중 수교가 이뤄진 1992년 삼성 중국 지역 전문가로 대륙을 돌면서 중국과 인연을 맺은 후,

CJ(제일제당) 중국사무소 대표를 지냈다.

2000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에서 중국 사업 전략을 짠 ‘중국 통’.

미국 선더버드대에서 MBA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북경개신천성유한공사 CEO도 맡고 있으며,

중국 민영기업 40위인 신화련그룹의 수석투자고문도 겸하고 있다.

[이춘우 카라카라 대표(중국 현지 창업 화장품 유통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