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급속히 정상화되고 있는 중국 시장

주님의 착한 종 2015. 10. 27. 08:55

급속히 정상화되고 있는 중국 시장

이맹맹 KOTRA 칭다오 무역관

 

 

 

청도의 유명한 커피 거리에는 여름철만 되면 노천에서 한담을 나누는 젊은 친구들이 바글거렸다. 그런데, 지난 주말 토요일 저녁에 그 쪽을 지나가다 보니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실외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길거리 점포마다 넘쳐나던 '복무원 모집' 광고는 이제 속속 '점포 양도, 합작처 구함' 쪽지로 바뀌어가고 있다. 운영자가 근무 중인 청도 상업중심지의 반경 1㎞ 내에 몇 개 되지 않는 한국인 점포도 속속 문닫거나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찜닭과 떡볶이집은 간판을 달자마자 영업도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점포 양도'라는 쪽지를 내걸고, 1~2층을 다 쓰다가 올초에 2층으로 가게를 축소한 칼국수집도 결국 간판을 내리고, 몇 년 동안 고생해 고정 손님을 어느 정도 확보했던 한국식 일식집도 갑자기 점포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계약만료일에 주인에게 쫓겨난 듯)

 

홍콩 투자가가 엄청난 돈을 투자해 상업중심지 광장 지하에 만든 2층짜리 거대한 유통상가는 약 3년 전에 문 열자마자 1~2년도 못 버티고 상가 전체가 폐점 상태로 들어갔고, 그 지하 유통상가에 끝자락에 유일하게 남은 한국 식당가 거리에는 한식집 2개, 치킨집 1개가 끈질기게 버티고 있으나 갈 때마다 언제 문 닫을지 걱정이 될 정도로 썰렁하다(함께 장사하던 돈까스 집은 이미 몇 달 전에 폐점).

 

작년에 문을 연 달인 튀김집은 TV에 '튀김의 달인'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위풍당당히 영업을 시작했건만 점심 때도 테이블이 꽉 차질 않아 임대료나 벌고 있는지 염려스럽고, 그 옆에 있는 퓨전 분식점 같은 미니 식당은 문을 열다 닫다를 반복하다 결국 얼마 전부터 '점포 양도' 쪽지를 문 옆 기둥에 붙여놓았다.

 

주변의 한국계 미용실, 커피 전문점, 제과점, 댄스 트레이닝점도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상점의 주인들은 아마도 속이 숯 검댕이처럼 타 들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 그 근방에 건물 외벽을 멋진 타일로 장식한 성형외과가 멋지게 개장했는데, 글쎄…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잘못된 투자를 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모 도시에서 수년간 치과병원을 운영하는 한국인 치과의사도 요즘엔 경기가 안 좋아 환자들이 치료받으러 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쉰다. 그 도시에서 최근에 낡은 빌딩을 엄청난 돈을 들여 리모델링해 개업한 한국계 성형외과는 멋지게 디자인한 오피스에 ‘한국 성형외과’ 간판을 붙이면 고객들이 저절로 몰려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대가 완전히 어긋나버렸다. 지금은 공급과잉-수요부족의 시대가 도래해 엄청난 물량의 광고를 하지 않으면, 손님 구경이 힘들 정도로 치열한 경쟁의 시대가 된 것이다.

 

청도시의 신흥 상업거리에 엄청난 돈을 투자해 문을 연 한국계 대형 사우나탕도 그 안에 음식점, 미용실, 영화관, 미니 수영장까지 갖추어 놓았건만 주말에도 한산하기 그지 없다. 그 근처의 조선족 사장이 하는 대규모 사우나탕도 마찬가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주말이 되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북적거렸는데 이제는 을씨년스러운 느낌조차 든다.

 

한국 신문에는 화려한 성공스토리만 실리니, 실제 장기 거주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이런 변화하는 모습은 일반 평범한 한국인들이 피부로 느끼기 어려우리라. 그만큼 중국의 변화는 특히, 반부패 캠페인이 시작되고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기 시작한 1~2년 전부터 극심하게 진행되고 있다. 과시형 소비와 고속성장의 열기로 붐비던 중국 시장은 이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결정타를 날린 것은 강력한 반부패 캠페인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이 캠페인은 중국 시장에 낀 소비의 거품을 일거에 걷어내버렸다. 남의 돈으로 흥청망청 과소비하던 시절이 지나가버리고, 자기 주머니의 돈으로 소비를 하자니, 소비 수요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지난해 말부터 주식 호황세가 이어져, 올해 상반기까지 잠시 이런 정상화의 모습이 감추어져 있었을 뿐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고급 소비의 대상물인 자동차 판매마저 주식폭락으로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소비부진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여파는 중국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남대문, 동대문 시장도 중국 고객들의 오더 감소로 휘청거리고, 강남 성형병원도 바글거리던 중국 고객들이 줄어들어 아우성이고, 중국에 일감만 있으면 언제든 출장 시술을 오겠다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줄을 서 있단다(반드시 메르스 때문만은 아니다. 올 것이 온 것 뿐이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동남아도 중국 증권시장 폭락으로 중국 여행객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일본으로 중국 여행객을 뺏겨 요즘 경기가 말이 아니란다. 유일하게 환율을 무지막지하게 내린 일본만 취업경기가 되살아날 정도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급기야 중국도 대국 체면을 버리고 환율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중국이 경기침체로 가면서 그 여파는 천지 사방으로 가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타는 분야는 전자상거래인데, 그것으로 결국 돈 버는 친구는 개점료와 수수료와 광고료를 챙기는 알리바바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일 뿐이고, 거기 입점하는 업체들은 상위 몇 개를 빼놓고는 치열한 가격 싸움에 골병이 들 수밖에 없다. 알리바바 때문에 중국의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고사직전이다. 그 곳에 종사하던 수많은 상인이나 복무원은 도대체 앞으로 무엇을 하고 먹고 살 것인가? 상점들은 식당, 커피숍, 노래방 등 먹고 마시는 집으로 속속 바뀌고 있으니, 그것도 역시 과포화, 초경쟁 상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에서 무엇을 해보겠다고 한국 신문잡지, 공공단체에서 얻은 단편적인 지식을 가지고 사실인지 의심스러운 성공스토리에 고무돼, 심지어 중국인 명의까지 빌어 용감하게 러쉬하는 한국의 소상공인이 넘쳐난다.

 

‘計劃有變化快’

‘계획은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중국의 변화는 수십 년 중국 사업을 하신 분들도 당황할 정도로 빠르다. 지금은 속도를 늦추고, 중국 시장에서 무엇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차분히 관망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사업 준비를 더욱 꼼꼼히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참고기사: '타오바오가 죽지 않으면 중국은 부유해지지 않고, 모두가 해방 前으로 돌아간다' 咸平:淘不死中不富一切回到解放前)

 http://mt.sohu.com/20150723/n417383783.shtml

2015-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