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 사장님은 전자부품 업체로서 17년전에 중국 저 남쪽에다 공장을 설립했습니다.
설비투자만 하더라도 적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꽤 큰 기업체입니다. 공인이 처음엔 300명에서 지금은 거의 1천명에 다다를 정도로 설립초기부터 승승장구한 회사입니다. 탄탄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었고, 기술.품질면에서 동종업계에서도 인정해 주는 기업입니다.
일년에 한두번 청도로 손님과 함께 출장으로 다녀가시곤 하는데,
이번엔 좀 심각한 표정이십니다. 예전과 다르게 좁아진 어깨며 축 처진 주름을 보노라니 초기 40대 후반의 팔팔했던 청년이 지금은 60대 중반을 넘긴 나이 만큼, 반드시 그 세월 탓 만은 아닌듯합니다. 외형은 좀 시들하셨지만, 그동안 공장운영에 얼마나 노심초사 하셨는지 레이저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예전보다 더 날카로운 삵쾡이 눈빛에서 그쪽 동네에서 벌어지는 전장의 분위기를 읽을수가 있었습니다. 허나 회한을 이야기할 때의 그 우수로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십수년간의 기업경영에 대한 애환을 숨길수는 없습니다.
올 해 말을 기점으로 공장을 접으신다고 합니다.
초기 몇년간은 돈을 많이 버셨다고 합니다. 08년부터 조금씩 상황이 수상쩍다 느꼈지만 다 극복할 수 있을것이라 믿고 예의 기업가 정신으로 오히려 더욱 공격적인 경영을 했습니다. 부족한 자금은 한국의 부동산을 처분해서 조금씩 메울수가 있었고, 중국은행에서 오히려 밥 얻어 먹어가며 공짜처럼 대출금도 풍족히 확보했습니다. 이제는 공장은 멀쩡하지만 앞으로 대출금과 추가 투자금을 회수할 희망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습니다. 돈 좀 벌때 그때 좀 비축하며 보수적 경영을 하였으면 좋았을걸 뒤늦은 후회를 하십니다. 지금은 공인도 반토막 났는데 더 이상 줄일 용기가 나지 않는답니다. 4년전 30% 인력감축할 때 한바탕 전쟁을 치뤘던 트라우마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막상 정리를 하려고 리스트를 작성해 보니, 남은 것은 없고 전체적으로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합니다. 그냥 17년동안 중국에서 활발하고 멋있게 사업 한번 해 본 것 외에는 금전적으로는 큰 덕을 보지 못했답니다. 잘 나갈때는 기업가끼리 골프에 소주에 행사에 자주 만나고 했지만, 지금은 주변에 그런 사람도 다 사라지고 없답니다. 아니, 오히려 본인 스스로가 만나기를 회피했다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저녁을 먹고, 노래 한 자락 하고, 또 포장마차에 앉았는데,,,
시간 너무 늦었다고 쫒겨나는 바람에 편의점에서 오징어와 맥주를 사서 석노인 모래사장에 퍼질고 앉았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한 여름 밤의 무더위를 저 깊숙한 내륙으로 날려보내 버리니 정말 상쾌.통쾌합니다. 지나간 중국 삶의 애피소드를 이야기하며 성질냈다가 박장대소했다가 울분을 토하기도, 또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고 후회하기도 하며,,,그렇게 꼬박 한 밤을 새웠습니다. 조용필의 허공을 가사 하나 안 틀리고 참 멋지게 부르십니다.
코트라의 말을 빌리면, 최근들어 산동성에 신규 투자하는 기업은 150개, 청산.철수하는 기업은 500개로 3배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현재 중국전역에 약 2만개의 한국기업이 있는데, 거의 대다수가 10여년전 중국 환경이 괜찮을 때 들어 온 중소기업이라 근래 진출하는 대기업과 비교하면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소제조업이 언젠가는 퇴출될 것이라는 예견은 이미 십수년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왔습니다. 중국도 우후죽순처럼 기업이 만들어지고 창업 대기자도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줄을 서 있는데, 이제까지 브랜드나 기술. 어느 하나 특출한 것 없이 그저 중국 산업 지도에서 구멍이 숭숭 나 있는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한 외국 중소기업이 이제 그 구멍이 다 메워진 상태에서 그들과 함께 기업활동할 수 있을것이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불성설입니다. 일만 열심히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닌가 봅니다.
다음 글에선..
'그럼 내가 하는 사업은 안전한가?' 제 개인 일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함 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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