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품, 중국서 '짝퉁과의 전쟁'
中정부 소탕 작전에도 짝퉁·밀수품 판매 활개…법적 대응도 쉽지 않아
중국 베이징 중관춘의 하이룽다사 3층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손님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전시된 제품은 정품이고 짝퉁을 달라고 하면 창고에서 꺼내 보여준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중국에서 잘나가는 한국 업체들은 경쟁업체들하고만 전쟁을 하는 게 아니다.
히트칠 것 같다 싶으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짝퉁과도 치열한 전투를 치러야 한다.
짝퉁제품 때문에 발생하는 매출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짝퉁을 진품으로 생각해 질이 떨어지는 브랜드란
오해를 받으면 끝장이다.
일부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지식재산권 대응팀을 가동하면서 중국 정부와 협조,짝퉁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조직이 갖춰진 대기업 이야기다. 중소기업들은 그냥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 업체들 짝퉁으로 골머리
지난 13일 중국 최대 전자상가 밀집지역인 중관춘(中關村). 하이룽다사(海龍大厦) 3층의 한 매장에서
아이폰4 산자이(山寨 · 짝퉁)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종업원은 "정품은 3000위안(54만원)이지만 산자이는 1000위안인데 배터리를 추가로 2개 얹어주겠다"며
"카메라가 300만화소로 떨어지고(정품은 500만화소) 소프트웨어의 반응 속도가 느린 것을 제외하면
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매장을 찾아가 삼성전자의 '갤럭시S2' 산자이 제품을 보여 달라고 했다.
종업원은 요즘 단속이 심해 산자이는 없지만 대신 수이훠(水貨 · 밀수품)가 있다고 했다.
중관춘에서 정품 갤럭시S2의 가격은 3800~4200위안 정도. 수이훠는 2800위안이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수이훠 제품에는 일종의 유통증명서인 진왕쉬커(進網許可)가 부착돼 있지 않아 제조사의 애프터
서비스(AS)를 받을 수 없다.
중관춘의 대형 전자상가인 딩하오뎬쯔청(鼎好電子城) e스제(e世界)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김성운 현대모비스 베이징법인 차장은 한 달에 2~3번은 지방 출장을 간다.
모비스의 짝퉁 자동차 부품이 적발됐다는 보고가 올라오면 직접 가서 확인을 한다.
지난해 적발한 짝퉁제품은 230억원(1억2700만위안)어치나 됐지만 다행히 올해는 조금 줄어들 전망이다.
김 차장은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매주 짝퉁제품 판매조직을 적발할 수 있을 정도로 유통량이 많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체인 미샤는 밀수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제품은 미샤 정품에 비해 절반 정도의
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생활용품 업체인 락앤락도 짝퉁제품이 범람하자 전담팀을 꾸려 단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이훠가 많은 제품은 짝퉁 제품도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중국 법에는 피해자가 모든 위법 사실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소송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법적 제재방안 마땅치 않아
베이징에서는 명물 중 하나인 '길거리 영화상'들이 요즘 사라졌다. 길거리 영화상이란 도로에서 복제된 영화 DVD를 장당 10위안에
파는 사람들.최근 베이징 시정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에선 지난 7월 중국 시안(西安)중급법원이 불법 DVD를 대량
유통시킨 범법자에게 이례적으로 중형인 징역 10년을 선고하는
등 불법 복제품에 대한 단속이 부쩍 강화됐다.
그러나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정책은 변죽만 울리는 수준이다.
예컨대 짝퉁 휴대폰을 기술적으로 진화시키고 있는 대만 미디어텍 같은 회사에 대해 적극적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는 카메라 MP3 등을 하나의 칩에 집적한 소프트웨어를 내놓고 판다.
수많은 짝퉁업체는 이 회사의 제품을 사서 케이스만 붙여 판매한다.
모든 사람들이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단속 의지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텍의 모듈 제품이 짝퉁 휴대폰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이 회사가 상표를
붙여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법률적 제재방안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의 강력한 행정력이나 경찰력을 동원하면 쉽게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당하는 측은 속수무책이다.
자사의 상표권이나 저작권이 침해받는 사실을 알더라도 처리 비용이 많이 든다.
김인숙 한국저작권위원회 베이징지사 차장은 "그동안 지식재산권을 침해받은 많은 중소기업들이
억울함을 호소해왔지만 정작 법정 소송까지 간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며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혼자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KOTRA 상하이 무역관은 온라인에서 상표권 및 저작권 침해를 당한 중소기업을 모아
현지 기관에 해결 방안을 공동으로 건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김기열 다청(大成)법무법인 변호사는
"중국에서는 법률적으로 짝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중국 정부도 창의적인 산업을 키우려면 짝퉁 제품을 근절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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