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입니다만,
제가 거래하는 중국기업의 앞 마당에 갑자기 자동차가 너댓대 늘었습니다.
모두가 채무담보로 억지로 끌고 온 차량들입니다.
그중엔 흑색 번호판도 있는걸 보니, 아마 외국기업 소유의 차량인 듯 합니다.
놀라운것은 그 중 두대는 친척회사의 자동차를 차압해 온 것이라는 것입니다.
채권채무에 관해서는 친척도 봐 주지 않는 그 무서운 집착력에 소름이 다 돋습니다.
올 해. 4월에 발표한 포브스 자료에 의하면 세계 100대 기업에 중국기업이 두개(12위/14위)나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은 삼성만 올라와 있군요.그것도 47위로...
몇년 전 만해도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중국이 개혁개방한 지 30년.
정상적으로 대외문호를 열고 투자를 활발히 유치한 지는 채 20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빨리빨리 문화로 대표되어 세계적 유례없이 압축성장한 우리나라도 30년이 흘러야 세계에 명함을
내 밀만한 기업이 나오는데, 만만디 문화에서 어떻게 이런 속도감이 있는 지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중국의 저렴한 가격을 이용하려고 너도나도 없이 하청을 주었는데, 그 하청업체가 원청업체를 삼켜
국제시장을 대체한 예가 비일비재해 이제는 특별히 새롭고 흥미로운 사건축에도 끼이지 못합니다.
생산이던,유통이던 주는 쪽쪽 다 잡아 먹어버리는 무서운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만만디 문화의 중국기업이 왜.어떻게 단기간에 이런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제가 경험해 본 몇가지 항목을 보면..
경제전쟁에서의 즉물적 사고.
한국과 일본기업은 온정주의 기업문화가 강해서인지 한번 맺은 인연을 중시합니다.
때로는 상대가 어려울 때, 자금지원을 해서라도 살려냅니다.
수십년간 거래하던 기업은 삭막한 기업논리를 떠나서 인간적 벗으로 대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많이 변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맥을 통하지 않고는 어느 업체던 납품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물건은 오너의 사촌이 납품하는 것. 저것은 무슨 상무의 동생이 납품하는 것. 모든 것엔 인맥의
꼬리표가 붙어있어 아무리 능력있어도 뚫고 들어가기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왜곡된 가격이 수두룩 했습니다.
제가 중국에서 창업한 첫 번째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중국기업은 전통적인지 아님 민족성인지 여하튼 즉물적 사고가 뛰어납니다.
온정과 관념이 끼어 들 틈이 없습니다.현실과 현상 그 자체만을 봅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던, 사장과 어떤 관계가 있던, 또 어떤 접대나 뇌물을 받았던, 그 근본 기조엔 다른
기업보다 저렴하고 뛰어나야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습니다.
그 전제하에서라야 그런 관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즉,같은 값이면 잘해주고 마음에 쏙 드는 당신의 것을 사겠다는 것입니다.
이때까지 우리기업의 문화는 좀 비싸다 하더라도 당신의 것이기에 사겠다는 관계가 허다했지만...
많이 겪는 일입니다만,
상거래에서 서로 감정이 상할 정도로 얼굴 붉히며 다툰 후. 우리의 감정은 다시는 거래 못할 상대로
낙인해 버립니다만, 중국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얼굴이 두꺼워도 이렇게 두꺼울 수가 있을까 신기할 정도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거래를 제의해
옵니다. 그들에겐 사업상 돈 되는 일이면 감정과 관념은 휴지에 불과합니다.
오직 즉물적 사고로 거래를 보기 때문입니다.
처음 중국기업과 신상품을 개발하려고 할 때. 우리기업은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 지금 개발하는 신상품은 초기엔 시장이 미약하여 주문량이 적겠지만, 몇년후엔 엄청나게 큰 물량이
되니까 좀 저렴하게 공급해 주세요."
즉, 미래의 큰 물량으로 지금의 소량을 미화시키는 것입니다.
이거 들어주는 중국기업 없습니다.
이번 주문량만 이야기 하자는 것입니다. 몇년후는 그때 다시 이야기 하자는 것입니다.
아니할 말로 몇년후 진짜 엄청나게 물량이 늘었다 하더라도 나와 계속 거래 할 것이란 보장이 없지
않느냐 하는 그 사고. 이것이 중국기업입니다..
너무 즉물적이라 인간미는 없지만...
상도의는 인민폐가 머무는 곳에.
우리는 어느기업이 이미 거래를 하는 곳에 거래를 뚫기 위해선 기존 거래 조건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합니다.
이 경우 원청업체는 기존 거래처의 양해를 구하거나 최소한 통지라도 하고 시작을 합니다.
이를 우리는 상도의라고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신규 거래처와 기존 거래처간에 감정의 전쟁이 생깁니다.
거래와는 전혀 무관하게 말입니다.온갖 음해와 인적모독을 일 삼는 것은 물론이고,
담당자 매수를 위해 뒷돈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거래조건에서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던 말던 말입니다.
중국은 땅이 넓어서인지, 앞집과 뒷집의 가격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도 부족해서 비교가격표를 만들 엄두를 못 냅니다.
지금 받는 가격보다 더 좋은 조건과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이 거래의 승자가 되는것입니다.
그런 기업이 나서면 앞뒤 안가리고 그냥 바꾸어 버립니다.
사전 통지나 이유설명도 없습니다.
십년을 거래했던, 잘 아는 친구이던 아주 쉽게 바꿉니다.
또한 어느날 갑자기 거래처를 바꾸어 버렸다고 따지거나 감정을 드러내지를 않습니다.
거래조건에서 경쟁업체에 밀렸다는것을 쿨하게 받아들입니다.
다 잊고 다른 거래처를 찾거나, 아니면 그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다시 제안서를 냅니다.
중국기업에 기업간 상거래의 도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순진한 발상입니다.
우리식 상도의보다 인민폐식 상도의가 앞섭니다.
중국특색 사회주의란 말이 있듯이, 중국특색 상도의 입니다.
업종간 인위적 협력시스템은 오히려 경쟁력 약화.
우리나라엔 동종업종간 협의체가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서로 과당경쟁을 방지하여 기업간 출혈을 막고자 하는 계산이 서로 맞아 떨어져 그렇습니다.
어찌보면 기업이익을 보호하는 면이 강하지만, 어디까지나 공급자 원리이지 시장경쟁과는 무관합니다.
예컨데, 몇몇 기업에서 30인치 액정TV를 시장에 출시했다면, 비록 기술적으로 50인치 액정을 미리
개발해 놓았더라도 그것을 시장에 내 놓지 않습니다.
그간 투입된 개발비가 얼마입니까.
투자비 뿐 아니라 최대한의 수익을 시장에서 뽑고 난 뒤에 이제사 슬그머니 50인치를 론칭시킵니다.
혼자서는 효과가 없으니 기 개발한 동종업체간 협의체를 통해 서로 그 시기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원료도 마찬가지 입니다.
시장의 가격조절을 위해(엄밀히는 내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한 협의체를
가동시킵니다.
기업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법입니다.
몇년전 중국에선 19인치 TV가 600위엔에 시장에 나온적이 있습니다.자재비 정도는 건질것입니다.
그때 중소 TV공장들 문 많이 닫았습니다.
VTR로 보던 영화가 보다 콤펙트한 CD로 볼 수 있는 시대가 왔을 때 입니다.
CD 두 장이라야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습니다. 허나 그 CD와 주변기기가 막 꽃 필려고 할 때.
그와 동시에 DVD가 개발되어 출시되었습니다.
한 장이면 족합니다. 우리가 CD로 영화를 볼때 중국은 이미 DVD로 영화를 봤습니다.
그럼 우리는 아직 DVD가 개발되지 않았느냐?
아닙니다.훨씬 먼저 개발되어 있었지만 기계뿐 아니라 유통까지 협의해서 시기만 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기업입장에선 CD시장이 꽃도 못 피고 지는것이 아까웠던 것입니다.
중국은 VTR 에서 CD로 넘어가자마자 시중에 VTR 테잎과 기계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도 90년 후반에 그동안 잘 사용하고 있던 VTR 기계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전자시장에 나가
고치려고 사방팔방 다녔지만 결국 못 고치고 버린 적이 있습니다.
기계뿐 아니라 부속품까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 많던 비디오 테잎도 할수없이
쓰레기통에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도나도 CD를 개발하여 시장에 막 내 놓을려는 찰나,
그만 어느 회사에서 DVD를 시중에 풀어 버렸습니다.
그동안 CD개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 회사는 투자비만 몽땅 날리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CD시장을 유지하는 동안 중국은 CD시장 없이 바로 DVD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무한 경쟁의 결과입니다.
외국기업이 중국시장에 진출할 때 자사의 최신 제품을 내 놓아야 성공 한다는 말은 이런 연유에서
이해가 되는 말입니다.
중국에도 업종간의 협의체가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무슨무슨 조합이라는 명칭도 같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조합은 정부주도하에 기업이익 대변자라기 보다는 통제자로서의 역할이 더 큽니다.
중국기업들은 동종업종끼리 사적 협의체를 잘 구성하지를 못합니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이 너무 많고, 또 지역도 넓어 시장을 컨트롤 할 실효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서로 뺏고 죽이는 개별투쟁만 있을 뿐입니다.
경쟁에 지는 기업은 시장에 발 붙일 땅이 없어 말없이 사라져 갔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래도 업종 전환 해 볼 과도기 시장이란 것 이라도 있지 않습니까.
개방은 기초기술에 기름을 끼 얹은 격.
중국은 개방이전에 자체적 기초기술을 상당히 축적하고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단지 폐쇄적 시장이다보니 서구와 같은 발전된 시장의 트랜드에 접목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내부적으로 연구개발만 오랜시간 해 왔지 이것을 상품화 시키는 동력이 없었습니다.
동시대의 공산주의 국가의 공통된 사항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나라가 산업확장 시기에 제일 약했던것이 기초기술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기초기술 자료는 거의 다 일본어로 된 것이 많습니다.
6,70년대 개발시기에 일본으로 부터 구걸 하다시피 얻어 온 기술들입니다.
그 기초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만의 상품기술을 발전시켜 왔던 것입니다.
허나,중국엔 예전부터 이미 개발된 기초기술이 탄탄하게 숨어 있었습니다.
전자던,화학이던,항공이던,,단지 이를 원용할 시장이 없어 사장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기초기술을 세계 상품시장에 적용할 기회를 우리들이 제공했습니다.
개방이후 선진국 바이어들이 그들의 숨어있는 기술을 적극 활용할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이는 바로 중국기업에겐 그 기초기술을 상품화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 것입니다.
아직도 공정기술이나 상품을 다듬는 기술은 한 수 아래이지만 그것도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 기초기술의 힘이 단 시간내에 만만디 중국기업을 세계 유수한 경쟁기업으로 만들어 주는 촉매가
된 것은 틀림없습니다.
짝퉁기술도 기술.
짝퉁도 아무나 만들수는 없습니다.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모양을 비슷하게 만들어 유명상표만 붙인것은 짝퉁중에도 격이 떨어지는 상품입니다.
짝퉁에 왜 기술이 필요하냐 하면, 오리지날과 품질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원판보다 품질이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수 있다는 것은, 그만한 능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것도 기술이 아니겠습니다.
자동자,반도체,모바일폰,,등,,하다못해 먹는 달걀까지도 짝퉁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중국에 있습니다.
짝퉁상품을 제일 많이 생산하는 곳이 아마 중국이 아닐까 합니다.
근데 재미있는것은 자동차,휴대폰 등 몇몇 기술적 품목을 제외하고 이것을 중국내에 파는 것은
극소수입니다.
아직 중국인들이 해외 유명 브랜드를 선호할 만큼 소득이 높지않아 그 시장이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생산한 대부분의 짝퉁상품은 해외 바이어를 통해 국외시장에 인기가 높습니다.
해외 바이어가 짝퉁을 부추긴 것입니다.
중국기업은 바이어가 시킨 것을 생산한 죄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부지불식간에 자신들의 상품기술을 높이고 있다는 인식도 없이 말입니다.
중국기업의 창조력은 아직 서구 자본주의 기업보다 약합니다.
허나,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이, 중국은 지금 모방의 과정을 거쳐 창조를 넘보고있습니다. '모방'...그것에 상품기술을 앞 당기는 요소가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한 10년이상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여준 효자가 바로 짝퉁이었습니다.
즉물적 사고,중국식 상도의,완전경쟁,기초기술,모방기술 등이 이때까지 중국기업의 강점이었습니다.
창의력으로 승패를 가늠하는 수준까지 올라 올 때 까지는 말입니다.
다만 그로인한 거래신용의 낙후가 중국기업의 한계입니다.
상품기술은 선진국보다 한참 뒤졌으나, 그것을 훔치던 배끼던 그 기술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시장에서의 무한경쟁에서 나오기 때문에 만만디의 중국기업이 이처럼 놀랍고 경이로운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기업주도의 기술개발이나, 중국은 시장주도의 기술개발입니다.
시장이 그렇게 만들어 주고 있는것입니다.
이런 실무적 항목에 더해서 정치적 안정과 국가목표를 향한 정책의 연속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지난 30년간 시행착오나 혼선없이 국가목표를 일관되게 집행함으로 정책누수로 인한 손실기간이
거의 없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나라보다 그 발전의 시간을 절약할 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최소한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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