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추자현 '논란의 화보' 촬영한 韓 사진작가 직접 만나보니

주님의 착한 종 2011. 9. 5. 09:50

 

▲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추자현의 한복 사진

 

"(난런좡에 실린) 내용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바란다. 

(배우의 공개되지 않은 사적인) 혼자만의 공간, 촬영장의 공간을 드러내 배우로서 자현씨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 사진은) 중국에서 배우로서 촬영을 하며 힘든 일정을 마치고 호텔에서 혼자서 쉬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배우는 자의든, 타의든 문화사절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배우여서, 한국인이어서 갖는 모든 부담감을 내려놓고 쉬는 장면을 표현하려 한 것이다."

FHM 중국판 '난런좡' 9월호에 한국배우 추자현이 표지모델로 실리면서 최근 국내에서 논란되고 있는

화보를 촬영한 한국인 사진작가 김동욱 씨스튜디어 대표의 말이다.

국내 연예계 매체들은 추자현의 한복 사진을 연일 이슈화하며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다음은 국내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선정적 제목을 달며 이슈화한 관련 기사의 제목들이다.

▲ “민족명절 앞두고, 한복 벗는 화보라니”…추자현 中성인지 화보 논란

▲ 한복 입고 중국 잡지에 파격 노출한 추자연 두고 '시끌'

▲ 추자현 화보논란, 한복 세미누드…“한복이 단순한 의상인가?”

▲ 추자현, 화보 논란…中 잡지서 한복 벗고 ‘섹시화보’ 충격

▲ 추자현 화보논란… 한복 속치마 차림 “어떻게 이런 화보를”

▲ 추자현, 中서 한복 누드 화보 "심한 것 아냐?" 논란 가열


'논란'으로 부각된 문제의 화보를 작업한 당사자인 사진작가 김동욱 대표를 베이징 다산쯔

798예술구에 위치한 씨스튜디오 사무실에서 직접 만났다.

화보 촬영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작가의 말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서이다.

 

 

▲ 씨스튜디오 김동욱 대표

▶ 이번 화보 작업을 어떻게 진행하게 됐나?
▷ 광고, 잡지 전문 사진작가로서 중국의 최고 종이매체를 찾던 중에 난런좡에 대한 인지도를 알게 됐다. 최고의 잡지에 작품을 싣고 싶어서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한국 작가이기 때문에 한국 배우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었다. 난런좡 측에서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배우이면서 현재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추자현 씨를 추천해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난런좡에 실린 이번 화보는 한국 배우로서도 최초이고 한국 작가로서도 최초이다.

▶ 한복이 들어간 이유가 뭐냐?
▷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배우 추자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두고 고심했다. 단순 패션화보를 찍기보다는 한국인 배우로서의 추자현을 표현하고 싶었다.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배우로서의 캐릭터보다는 자연스럽게 중국배우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근저에는 한국적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잘 할 수 있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거기에서는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한복을 넣게 됐다. 전체 시나리오 기획은 씨스튜디오가 맡았으며 난런좡 측은 작가의 기획에 관여하지 않았다.

▶ 난런좡 측과 작업 진행은 어땠나?
▷ 많이 싸우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난런좡 9월호 목차면에 실린 '편집부 후기'에서 "최초의 난산"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모든 매체는 자기 성격과 칼라가 있다. 난런좡은 섹시함을 강조하는 매체이다. 노출 수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원래는 24장의 사진을 싣기로 계획했으나 노출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낀 자현씨의 반대로 18장으로 축소해서 실었다. 난런좡에 실린 중화권 톱스타들의 화보와 비교하면 이번 추자현 씨의 화보는 대단히 보수적인 노출이었다.

▶ 난런좡은 어떤 잡지냐?
▷ 플레이보이 중국판이 아니다. 영국 남성 잡지인 FHM의 라이센스를 받은 FHM 중국판이다. 1985년에 창간돼 전세계 20개국에서 창간되고 있다. FHM의 기본 특징 중 하나가 섹시함이다. 섹시 컬러는 중국만의 특징이 아니다. 하지만 난런좡은 중화권의 세계적인 스타들을 동양적으로 표현해 자기만의 색깔을 부각시켜 중화권 독자들에게 인정받은 최고의 잡지이다. 추자현 씨가 난런좡의 표지모델로 캐스팅 받은 것은 중국에서 톱스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 사진작가로서 한복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
▷ 우리의 한복도, 한식도 마찬가지이다. 죽어 있는 과거완료형의 것이 아니다. 문화는 현재진행형으로 살아숨쉬는 것이다. 과거 조선시대에 있던 것을 우리의 전통이라고만 생각하고 박물관에 처박아 놓으면 그것은 이미 죽은 문화이다. 죽은 나무에 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현대화해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 한복은 세계 어떤 패션쇼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우리의 옷이다. 유리박스 안에 넣어놓고 전시품으로 삼을 것이 아니다. '방자전'의 한복이 아니라 현대패션으로서 살려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이번 화보에서 추자현 씨가 입은 한복은 국내의 유명한 한복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다. 이름을 밝히기는 곤란하다. 국내 여론이 좋지 않으니 부담스러워 한다. 이해해 주기 바란다.

▶ 현대문화에 대한 생각은?
▷ 문화는 서로 돌고 도는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봐야한다. 중국의 자장면이 한국에서 짜장면이 되어 중국에 돌아와 잘 팔리고 있다. '한류'는 배우 뿐 아니라 한국문화를 세계화해서 총체적으로 한국을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이같은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 국내 언론의 보도를 본 심정은?
▷ 안타깝다. 화보를 객관적으로 봐라. 노출 수위가 높지 않다. 한복의 격을 떨어뜨릴 정도로 저속하게 노출했느냐? 사진을 있는 그대로 보고 정확하게 판단해 주었으면 좋겠다. (작가로서) 추측성 기사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의 보도로 인한 편견으로 보지 말기를 바란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추자현 씨나 저나 한국인으로 연대감을 갖고 임했다. 한국인으로서 중국매체와 작업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와는 달리 동료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작가는 매체의 입장에서 서야하지만 한국 작가로서 한국인 배우의 심정과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똑같은 화보가 FHM 영국판에 나왔다면 평가가 어땠을까?

한편, 사진작가 김동욱 씨는 경일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디자인하우스의 월간 행복이가득한집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으며 필름 2.0, 스포츠2.0, DVD2.0, 월간 맨즈헬스 등에서 포토디렉터로 활동했다. 지난 2009년 12월 중국에 진출해 현재 베이징의 다산쯔 798예술구에 씨스튜디오를 열고 사진작가로서 새로운 도전을 펼치고 있다. [온바오 김병묵]


▶▶취재후기

'논란'의 작품을 만든 당사자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독창적인 표현, 고품격 섹시 연출에 반해 중국 최고의 잡지라고 여기고 있던 '난런좡' 잡지가 한국에서 갑자기 '포르노성' 3류 잡지로 폄하되며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배우에게까지 '돌팔매질'을 해대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대중스타는 만인의 화제 대상이다. 그래서 인터넷 매체들은 대중스타들을 상대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부풀려서 이야기 거리를 만들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추자현의 한복 패션이 "아름답다"고 호평받는데 국내에서는 "어디 밖에 나가서 우리 옷을 벗어!"라는 곱지않은 시선을 자극하며 이슈를 만들고 있다.

취재 후, 난런좡 9월호 잡지를 중국 예술계의 30대 여성에게 직접 보여주며 이것이 한복이다며 느낌을 물어보았다. 반응은 "이게 한복이냐?"며 반신반의 하는 눈치였다.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하니 "정말 아름답다"며 사진을 한참이나 보았다.

우리는 "우리 것이 좋다"며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는 반면, 문화적 유물을 과거완료형으로 인식해 맥을 끊어려 한다. 현재진행형으로 접근하는 것에 '경거망동'이라고 낙인 찍고 경계한다. 성역을 높이 쌓아서 있는 그대로를 고수하는 것이 우리 것을 지키는 것이라고 믿는다. 조선시대 관념조차 그대로 지키려 한다.

김동욱 대표의 말대로 외국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은 민간외교관이다. 외국에서는 현지인에게 한 개인으로 인식되기보다는 한국인으로 먼저 인식된다. 개인이 아니라 한국인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주의해야 한다는 정신적 부담감을 갖고 생활하기 마련이다. 정상적인 보통의 한국인이라면...

한국인 배우로서 외국에서 비록 부족함이 있다고 해도 격려하고 성원하는 것이 모국에 대한 바램일 것이다. 한국이 한국인을 격려하고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외국에 나간 한국인조차 '조리돌림'하며 흥미거리로 삼는다면 내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애국심을 기대할 수 있을까? 과연 누구를 위한 '전통 사수'인가?

추자현의 화보가 저속했던 것이 아니라 국내 언론의 보도 정신과 방식이 유치하고 저속했던 것이다. '국격'을 떨어뜨린 당사자는 추자현이 아니라 국내의 일부 언론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제는 배우가 외국에서 한복을 입으려면 눈치를 봐야할 것 같다. 아름다운 한복을 디자인하고도 당당하게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현대판 홍길동의 비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