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중국 외자기업의 신임 경영자, 경영혁신 어려운 이유

주님의 착한 종 2011. 8. 12. 10:21

며칠 전 톈진시 경제기술개발구(TEDA)에서 초상(투자유치)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몇 년 전 우리 회사가 톈진에 처음으로 법인을 설립할 때
우리를 헌신적으로 도와 준 분이다.

그는 인사도 채 끝나기도 전에 요즘 한국으로부터의 자본유치가 거의 끊어지다시피 되어 개점 휴업상태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중국정부가 외자기업에 대한 세무상의 특혜를 전면 철폐했고 매년 인건비가 20% 가까이 치솟는 현실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과 중국 국내물가의 상승도 외자기업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중국언론들은 도태되고 있는 외자기업들이 정상적인 청산 절차를 밟지 못하고 야반도주를 택하면서 밀린 급여와 경제보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의 항의와 시위 사례를 보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어려운 회사를 살리기 위하여 한국본사에서는 현지법인의 경영자를 교체하고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영혁신을 꾀하고 있으나 신임 경영자에 의한 경영혁신은 잘못하면 그나마 굴러가던 회사를 엎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먼저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중국직원들의 직업관이 한국의 경우와 다르다는 것을 주목하여야 한다. 한국의 경우 회사가 어려우면 급여를 일정부분 반납하거나 상여금을 반납하기도 하고 어떤 회사의 경우 심지어 식단도 줄이는 등 복리후생에 손을 대는 경우도 있는데 중국에서는 이것이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귀속감과 애사심이 한국과 많이 다르다. 이것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경우 전체 종업원의 적개심과 분노를 불러오고 급기야는 경영혁신은 커녕 노사분규로 회사를 위기에 몰아 넣게 된다.

또한 너무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여 부서별로 감원인원을 배정하고 각 부서장에게 명단을 제출 받아 직원을 정리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직원해고는 노동법과 노동계약법에 엄격히 제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자를 시간을 두고 한 명 한 명씩 무리하지 말고 정리해 나가야 하고 정리대상자의 정리 이유를 본인은 물론이고 다른 직원들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따른 직원들의 감원은 적어도 1,2년의 시간을 가지고 추진하여야 하고 대상자를 선정함에 있어서도 계약기간이 만료된 직원을 우선으로 정리해 나가고 계약만료 대상자가 고갈되면 직무 평과 결과를 토대로 하여 왜 이 직원이 정리대상인지를 본인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회사에서는 업무를 지시하는 한국직원에게 대들었다고 해고했는데 그 한국직원은 평소에도 중국직원들에게 한국말로 욕을 퍼 붙고 거만하게 행동하여 전체 중국직원들의 분개를 사고 있었고 그에게 대들었다고 해고된 직원은 졸지에 순교자가 되어 전체 직원들이 그 한국직원의 축출을 요구하면서 전면 파업을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한편 회사에 직원수책(사규집)이 없거나 기존 사규를 더욱 엄하게 회사가 일방적으로 제정 또는 개정하여 직원들로부터 반발을 사는 일도 흔히 있는 일이다. 따라서 사규의 제정이나 개정은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충분히 홍보하여야 한다. 옛날 중국에서는 나라 법을 제정 시행할 때 적어도 다섯 번은 설명하여 백성들이 이런 법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숙지하고 난 뒤에 법을 집행했다는 것을 유념하자.

경영자는 경영혁신의 북을 울리기 전에 전체 직원을 상대로 몇 차례 현재 회사의 상황 설명과 앞으로 경영혁신의 방향을 브리핑한 후 직원들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하여야 한다 그러나 회사의 장래에 대한 지나친 우려를 자아내는 내용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직원들이 회사의 장래가 불안하고 불투명하다고 느끼는 순간 경영혁신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 열의가 식어진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과 경영혁신의 내용 그리고 경영혁신 후의 회사의 그림을 모두 보여주어야 한다.

또 어떤 회사는 경영혁신의 하나로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시간급 급여제도에서 생산건수임금(计件工资) 제도(일명 개수불제)를 도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제도는 세심한 준비와 치밀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급여만 증가하고 생산성은 오르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개수불제도가 성공하기 위하여는 아래의 사항들이 전제되어야 한다. ▲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일인 시간당 평균생산수량이 파악되어 있어야 하고 ▲ 정확한 품질합격품을 확인하는 품질관리팀이 구비되어 있어야 하며 ▲ 품질표준이 명확하고 품질 합격여부는 작업자의 노력에 의하여 결정되며 ▲ 대량생산품이어야 하고 ▲ 전력공급에 이상이 없고 고객사의 주문이 비교적 일정하며 원재료 공급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 

▲ 회사가 합리적인 개당 단가를 산정하여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 개당 단가를 포함한 개수불제도실시에 관한 협약서를 만들어 이제도에 참여하는 전원의 각개인별 협약서를 체결하여야 하고 협약체결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은 교체하여 개별라인은 전원이 개수불제도에 참여시켜야 한다. 협약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이 많은 개별라인은 시간제 임금제도를 그대로 실시하여야 한다.

개수불제도를 잘못 운영하면 시간제임금제도를 실시하는 회사의 갈등요소에 더하여 새로운 갈등요소가 발생되는데 주요 갈등요소는 일인시간당 표준생산수량, 개당 단가, 품질불량 발생원인에 대한 갈등, 그 지역의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을 때 이것을 개당 단가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 그리고 정전이나 주문감소 원재료 조달난 설비고장 등으로 인한 급여 감소에 대한 갈등이 심화되어 어떤 회사는 이 제도를 일정기간 실시하다가 종전의 방식으로 변경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생산성이 이전에 비하여 급격하게 저하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기업의 경영혁신은 가급적이면 경영자와 중국직원들이 서로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가운데 추진되어야 하고 소위 말하는 “通하는 경영”을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과거의 잘못된 경영관행은 시정되어야 하지만 부임하자 말자 잘못된 경영 관행을 마치 범죄자들을 색출하듯이 들추어내고 관련된 중국 직원들을 중징계로 다루게 되면 그 동안 회사에 감추어져 있던 회사의 각종 위법행위들이 직원들의 제보에 의하여 하나 하나 까발려 지면서 새로 부임한 경영자는 관련된 기관에 불려 다니면서 해명하고 벌금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면서 부임 초에 공언했던 경영혁신은 물 건너 가는 것이다.(andrewch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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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대우전자상무이사, 現 천진인지오디전자유한공사 관리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