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6.5%…예상 웃돌아
- 인민은행 긴축정책 강화할 가능성↑
- 3년과 같은 경기부양 어려워
미국 경제 전망이 가뜩이나 불안한데 중국마저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다.
앞서 2008년 중국은 대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놔 글로벌 금융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막았고, 이는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G2’로 올라서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대외적 불확실성도 큰데, 나라살림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돈을 많이 푼 탓에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돈을 풀 여력이 되기는 커녕,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 中 물가, 올들어 계속 정부 목표치 웃돌아
중국의 물가는 올 들어 계속 정부의 목표치(4%)를 웃돌고 있다. 중국 정부가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1%P 상향조정했음에도 계속 범위를 빗나가고 있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상승했다. 상승률은 전달과 블룸버그와 로이터의 전문가 예상치(6.3~6.4%)를 모두 웃돌았다.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7.5%로 거의 3년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전달에는 7.1% 올랐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이후 기준금리를 5차례, 지급준비율을 9차례 인상했다. 그러나 이런 물가 상승률에 뚜껑을 덮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6월에 7월쯤 되면 물가 상승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계속 돌진했다.
중국 CPI 집계에서 식품 항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면서 물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돼지 고기 가격은 무려 57% 올랐고, 이 결과 식품 가격은 14.8% 뛰었다. 비(非) 식품 가격 상승률(2.9%)의 다섯 배에 달했다.
중국의 물가는 앞서 2008년 쓰촨성 대지진 이후 8%를 넘어선 적이 있다. 최근의 물가는 이보다는 낮지만, 국제 유가가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던 200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 인민은행, 긴축 고삐 더 죄일수도
중국 관료들은 언론을 통해 물가 억제에 대한 자신감을 표명해왔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6월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고문에서 "거시 경제의 최우선 과제인 물가 상승 억제 조치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물가가 꾸준히 하락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물가가 안정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나면, 미국과 유럽의 악재를 상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원자재 시장의 큰손이자,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이 긴축 정책을 완화하면 그나마 세계 경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물가 지표는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하던 대로였다. 이에 따라 최근 잠잠한 인민은행이 긴축 통화정책의 고삐를 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올린 것은 8주 전으로, 현재는 지난해 11월 인상을 시작한 뒤로 가장 긴 휴지기다.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을 고려한 것이지만, 물가가 꺾이지 않는 만큼 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긴축 정책이 금리 인상 조처로 확대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 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시에테제네럴의 야오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 발표를 계기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며 "다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인상 시점은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UBS와 스탠다드차타드(SC)는 품 가격 상승률이 급둔화되면 올 연말까지 CPI 상승률이 4%로 낮아질 수 있다면서, 올해 기준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캐나다왕립은행의 브라이언 잭슨 신흥 시장 전략가는 "중국 정부는 취약한 외부 수요와 글로벌 시장 변동을 우려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심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수개월 안에 한 차례 이상의 기준 금리 인상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08년과 같은 ‘돈풀기’ 가능성 희박
중국이 계속해서 긴축적 통화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것은 세계 경제에도 악재다. 앞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2008년 말에 중국은 5860억달러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세계 경제가 더 큰 위기로 빠지지 않게 하는데 기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에 중국이 3년 전처럼 돈을 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배리 아이켄그린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가 더블딥(일시적 경기 회복 이후 재침체)을 경계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 2008년과 같지 않기 때문에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가 5%를 웃도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은행 대출을 억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들도 금융위기 이후 대출이 급증하며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졌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은행 대출의 3분의 1이 상각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방 정부의 부채도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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