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을 준비하며/중국무역·사업 경험기

中 부동산 거품 빠지나…경제 성장 위협할 수도

주님의 착한 종 2011. 6. 11. 06:56

중국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이제야 식는 것일까.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해부터 도입했던 긴축책들이 효과를 내면서, 중국 부동산 가격이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중국 경제 전체가 예상보다 더 급격하게 둔화할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 중국 부동산값, 올 초부터 약세 조짐

중국 경제가 지난 20여년간 급속한 성장을 이룰 수 있던 배경 중 하나는 부동산 시장의 성장이다. 인구 증가와 함께 주택 공급량도 늘어나면서 확대된 부동산 시장이 철강, 시멘트 산업과 건설 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수십개의 지방 정부들도 토지 매각 사업과 인프라 건설 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거뒀다. UBS는 중국이 "부동산 주도형 경제"라면서 2010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중 부동산 건설에 따른 생산량이 총 13%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확대됐다. 중국인들도 한국처럼 부동산 투자 열기가 높은 것도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겼다. 지난 2006년 베이징의 신규 아파트 가격은 약 10만 달러, 평균적 수준의 소득을 벌어들이는 중산층이 32년을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정도로 이미 높았다. 2011년에는 베이징 아파트 가격이 두 배로 뛰었다. 소득 수준은 상대적으로 덜 증가한 반면, 아파트 가격은 25만 달러로 오르면서 중산층이 아파트를 사기 위해 일해야 하는 기간은 57년으로 늘어났다. 주요 9개 도시의 부동산값은 지난 한 해 동안 21.5%, 2009년에는 10% 각각 상승했다.

중국 정부는 치솟는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은행들의 주택대출과 주택 공급 및 매매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시중의 유동성(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올리고 두 번째 주택 매매를 제재했다. 강력한 긴축 결과 올해 초부터 부동산 거품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4월에는 9개 도시의 부동산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가까이 하락했다. 소우펀 부동산 컨설팅업체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 부동산 평균 가격은 전년대비 5.1% 하락했다. 상하이에서는 신규 아파트 매매가 지난 1월 17만건에서 4월 11만건으로 37% 감소했다.

◆ 부동산값 약세…中 경제 성장 둔화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국의 수요와 제조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중국 경제의 둔화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여전히 불확실하고 유로존의 재정위기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마저 둔화한다면 세계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일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꺼진다면, 중국에 수출하는 국가들의 경제에도 전반적으로 여파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 경제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제가 더 빠른 속도로 회복하자, 세계 기업들은 신흥국 수요에 기대어 수익을 얻기 시작했다. 남미와 아프리카 원자재 생산국, 미국의 영화·명품·패스트푸드 등도 중국에 눈을 돌렸다. 중국 정부의 인프라 사업이 늘어나면서 미국의 중장비업체 캐터필러도 수혜를 봤다. 세계은행(WB)은 지난 8일 중국의 부동산 거품 붕괴가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라고 했다. 부동산값이 하락하면서 관련 산업이 위축되고 투자와 소비도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부동산 가격 약세를 점치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중국내 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이 올해 말까지 10~2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주택건설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구리 현물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34% 급등했지만, 3월부터 현재까지 5% 하락했다. 주요 원자재 생산기업들도 올 초부터 주택건설용 자재의 가격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중국 경제는 이미 긴축정책이 효과를 보면서 제조업 분야부터 둔화세가 나타나고 있다. 중국 물류구매연합회가 집계하는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월(52.9)보다 낮은 52.0로, 최근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초에는 골드만삭스가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8,8%에서 8%로 하향 조정했다. WSJ는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지 않고 부동산 거품을 안정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