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스크랩] 중국인의 금기

주님의 착한 종 2011. 5. 26. 10:13

 

 

北京대학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重點대학인 天津 南開大學 앞의 한 한국 식당에서 일을 아주 성실하게 잘하는 동북에서 온 조선족 교포여성에게 한국인 사장이 호의로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이제 그만 일하고 애인 만나러 가지 않느냐고 하였다.

 

그런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이 여성은 갑자기 뛰쳐나갔는데 조금 있다 보니 들리는 소리가 주방 한구석에서 울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인 사장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주위의 조선족과 중국인들에게 알아본즉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이는 제스쳐는 "너는 능력도 없고 형편없는 인간이다"라는 상대방을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의미라는 것이었다.

 

이 여성은 동북 멀리서 돈 벌자고 天津까지 와 가지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는데 같은 동포인 한국인 사장이 갑자기 너는 일하는 게 엉망이니 애인이나 만나러 가라니 이제 해고라도 되는 줄 알고 너무 억울하고 막막했던 것이다.

중국은 땅이 넓고 소수민족이 많은데다
역사가 오래되어 기피하고 금하고 완곡하게 표현하는 넓은 의미의 타부(taboo)나 특정한 숫자, 색깔, 물건 등에 대한 선호가 우리보다 훨씬 종류가 많고 다양하다. 그 중 일부는 우리와 공유하는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우리와 다르며

심지어 어떤 것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중국인들을 접촉하면서 가끔 상대방의 반응이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나타나거나 심한 경우 호의나 대수롭지 않은 일에 이해할 수 없이 지나치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예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주로 한국 옷을 가지고
인천과 靑島, 天津, 大連 등지를 오가는 보따리 장사부터 시작하여 지금은 北京에 고정적인 사무실도 가지고 다양한 아이템의 수출입 오파상을 하고 있는 한국인 高모씨는 친한 중국인들에게 마땅히 줄 것도 없고 하여 우리가 보통 벽에 거는 둥그런 시계를 한 1년 남짓한 기간에 10여 개 이상을 선물로 주다가 아무도 흔히 하는 고맙다는 소리를 안 하는 것이 이상하여
말이 통하는 조선족 거래처에 물어보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시계를 선물한다는 의미의 중국어 "送鍾"은 이 말과 발음과 성조까지 똑같은 "送終"(부모나 어른의 장례를 치르다)를 금방 생각나게 하기 때문에 중국인에게 시계 선물은 금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같은 발음에 여러 개의 한자가 있을 수밖에 없는
중국어의 말 자체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금기는 우리로서는 사실 속수 무책이다. 93년 초에 江蘇省 조사를 하면서 음력 새해(春節)에 중국인들이
집집마다 대문 양쪽에 걸어 놓는 일종의 덕담(春聯)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招財進寶" "和氣生財" 라고 아주 인쇄까지 된 것이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모두 "財"자의 "貝"(조개 패)가 "見"(볼 견)으로 잘못 쓰여져 있었다.

 

이상하게 느껴져 물어 본 즉 "貝"의 중국어 발음이 違背의 "背"와 같아서 運이 달아나고 재물을 잃게 되는 것을 막으려고 일부러 이렇게 쓴다는 것이다.

또 중국인들은 가까운 사이 특히 연인 사이는 우산("傘")을 선물하지 않고 배("梨")를 쪼개 나누어서(分) 먹지 않는다.
왜냐하면 "傘"은 "散"과 그리고 "分梨"는 "分離"와 같아 흩어진다, 헤어진다, 이별하게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殯儀館(영안실과 화장터를 겸한 곳)에서는 우리말과도 같은 "化粧室" 대신에 반드시 "厠所"라는 말을 써야만 된다. 그것은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火葬하기 전에 化粧을 시키는 습속이 있는데 그 장소가 바로 "化粧處"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있는 결혼식 때 신랑, 신부에게 대추("棗")와 밤("栗子")을 던져 주는 습속도 발음과 성조가 완전히 같은 "棗"와 "栗子" = "早"와 "立子"로서 빨리 대를 이을 아들을 세우라는 즉 먼저 아들을 낳으라는 축복의 개념이 담기어 있는 것이다.

이런 예들은 특히 중국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여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 생각해 보면 참으로 진땀나는 경우가 많다. 보통 6명 이상이 둘러앉아서 먹는 중국인과의 식사에서 식초를 더 넣었으면 좋겠다라던가 두부가 맛있다라는 말에 식초나 두부를 좋아하느냐고 묻고는 그렇다고 대답하면 좌중의 사람들이 온통 한바탕 웃는 것을 대륙, 대만, 홍콩 할 것 없이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아마 누구나 한번 정도는 경험했을 것이다.

 

이들이 웃는 이유는 식초를 먹는다(吃醋)는 질투한다라는 의미이고 두부를 먹는다(吃豆腐)는 특히 대만의 경우 여자에게 지분거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번은 92년 겨울 北京에서 책을 사러 나갔다가 중심가인 王府井을 지나는 모자 쓴 외국인들을 보면서 중국인들이 킥킥거리고 웃으며 지나가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이들이 웃은 것은 중국에서 남자가 녹색 모자를 쓰는 것은 부인이 외간남자와 바람이 나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중국 영화 속에서는 자기 부인의 情夫와 싸우면서 "네가 나에게 녹색 모자를 씌웠어!"라고 하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아마 이 서양인들은 같은 가게에서 막 샀는지 똑같은 녹색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예들은 어차피 우리가 외국인이므로 잘 몰라도
그냥 웃고 지나칠 수도 있는 별거 아닌 간단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들에서는 문제가 예상외로 심각해지기도 한다.

 

흔히 요즈음 한국사람들은 술은 반드시 상대에게 권하면서도 담배는 상대에게 피우라고 반드시 권하지는 않는다. 아마 담배가 몸에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있어서 일것이다. 그러나 중국 사람은 담배를 일단 꺼내면 상대가 피우든 피우지 않든 불문하고 우선 권하고 본다.

 

 北京外貿進出口總公司에서 일하는 李福仁씨는 하루에 본인이 피우는 것보다 나누어주는 담배가 더 많으며 한 달에 담배 값도 상당히 든다고 한다. 이런 습관 속에 있는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담배를 혼자 피우는 것을 보면서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한국인들이 계산적이고 쩨쩨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한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그들의 속담처럼 "술, 담배는 네 것 내 것을 가리지 않는다(煙酒不分家)"

중국은 상스러운 욕에 사용되는 동물의 종류도 우리와는 아주 다르다. 지금 그 제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91년 한국 영화가 대만에서 상영되었을 때 政治大學 한국어과 학생들로부터 웃지 못할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분명히 영화 속의 주인공은 화가 나서 욕을 하는 것 같은데 갑자기 번역된 자막에는 "강아지"라는 대사가 나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마 번역자가 "개새끼"라고 욕하는 장면을 잘 모르고 "개의 새끼"로 번역을 했던 모양인데-우리 한국사람에게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겠지만- 거기에 대응되는 중국어의 짐승은 "토끼의 새끼"나 "거북이 알"이 되어야 마땅했던 것이다.

색깔에 대한 차이는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라고 해야 할 만 하다.
중국인들은 붉은 색과 황금색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중국여행의 첫날 첫 코스인 天安門광장과 紫禁城, 北京오리고기 음식점 등에서 "붉은 색과 황금색에 질렸다, 그래도 아름답다, 너무 자극적이다, 어쨌든 싫다"는 등 한참 색깔을 화제로 삼는다.

 

그런데 중국인들의 붉은 색에 대한 선호는 정말 대단하다. 구정의 春聯이나 중국 책의 고급 정장본은 거의가 붉은 색 바탕에 황금색 글씨로 되어 있으며 아이들 세배 돈, 돌, 결혼 등의 경사(喜事)에 사용하는 봉투(紅包)도 모두가 붉은 색이다.

중국인들은 흰색은 喪事와 관련되는 일에 쓰며
중국어 속에서의 의미도 "紅"이 인기가 있다, 환영을 받는다는 것인데 반하여 "白"은 허탕치다, 헛수고했다하는 의미이다.
실제로 한 한국인이 우리 습관대로 친하게 지내던 중국인의 딸 결혼식에 흰 봉투에 "祝 結婚"이라고 쓴 축의금을 냈다가 주변 사람들을 아연 실색하게 했던 일도 있었다. 그들은 장례 조의금을 낼 때에만 흰 봉투를 쓴다.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중국인의 결혼식에 아래 위로 흰 옷에 흰 구두까지 신고 간다면 상대는 아마 크게 오해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인들은 짝수와 특정 숫자로서의 四, 六, 八, 九
그 중에서도 특히 四와 八에 대해 분명한 선호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그들은 짝수가 안정적이고, 合一되고 단합되게 모여 있는 느낌을 준다고 하여 짝수를 선호한다.

 

가끔 식사 초대 자리에서 주인은 첫잔을 건배하고 나서 다음 잔을 다시 건배하자고 하는데 이때 하는 말이 雙杯(짝수 잔)으로 나가자는 것이다. 또 애경사도 구분하여 경사에 보내는 돈은 80원, 120원 등의 짝수로 상사에 보내는 돈은 70원, 90원 등의 홀수로 보낸다.

이러한 짝수에의 선호는 문화적 차원에서는 사면이 방이고 그 중간에 뜰이 있는 北京의 전형적인 건축 양식인 四合院은 물론이고 도시 건축에도 구조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즉 北京은 천안문의 金水橋를 중심으로 남쪽으로는 국기, 인민영웅기념탑, 毛主席기념관, 前門이 북쪽으로는 端門, 午門, 太和殿, 景山등이 있는 데 이것 전체가 중심 축이 되어 시내가 西單과 東單, 西四와 東四, 西直門과 東直門, 日壇과 月壇, 天安門과 地安門등으로 대칭이 되어있다.

 

즉 짝수는 특히 건축에서 대칭성을 잘 드러내 주어 평형, 안정감등의 느낌을 주고 상하좌우 혹은 동서남북의 각 방향, 방면이 고려된다고 생각해서인데 이러한 사유 방법은 유가사상의 핵심인 "和"와 통하는 것이다.

또 같은 중국인이면서도 대만이 우리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죽을 死자라고 하여 四를 피하는데 비하여 대륙의 중국사람들은 四字成語는 물론이고
四君子(梅, 蘭, 菊, 竹) 四大名花(牧丹, 水仙, 菊花, 山茶) 四季名花(봄 芙蓉, 여름 海棠, 가을 金菊, 겨울 臘梅)四大美女(西施, 王昭君, 貂嬋, 楊貴妃)등에서 보듯 짝수이기도 한 四字를 혐오하지 않는다.그들은 요리를 시킬 때도 四菜를 기본으로
八菜, 十菜등의 짝수로 나간다.

역시 짝수인 八은 그 모양새가 위가 좁고
아래로 갈수록 점점 넓어져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운이 점점 좋아지는 연상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사실은 고대의 占卜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도 그렇듯이 출생한 년, 월, 일, 시를 두 字씩 모두 여덟 자로 사람의 운명을 계산했는데 이것이 바로 "八字"로 나중에 여기에 적극적인 의미가 부여된 것이다.

 

어쨋든 지금 중국 三地(대륙, 대만, 홍콩) 특히 홍콩이나 대만에서는 八字로 된 차번호는 부르는 게 값인데 단순히 이 번호만 가지고 우리 돈 몇 천 만원에 사고 팔았다는 것은 별로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지역에 따라서 전혀 다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중국요리 중에서도 윗길로 쳐주는 요리의 본 고장인 廣東의 潮州에서는 민간에서 일반적으로 길하다고 여기는 三을불길하다고 하여 3시를 2시 60분이라고 말 할 정도로 기피한다.

 

또 湖北省의 일부 지역에서는 "六六大順"이라고 중국인들이 차나 전화의 번호로 八만큼이나 선호하는 六을 싫어하여 사람을 욕할 때 6시("六點")이라고 한다. 이유인 즉 6시는 시계바늘이 반만 돈 상태로 사람이 덜 떨어졌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또 어떤 경우는 통용되는 단어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중국어에서 항렬이 제일 높은 큰형("老大")이
山東에서는 둘째 형("老二")으로 바뀌어 쓰인다. 왜냐하면 水湖傳에 형제로 등장하는 
키가 작고 못 생긴 머저리 武大와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영웅인 武松에게는 형 만한 아우 없다는 우리 속담이 전혀 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武大의 처인 潘金蓮이 西門慶과 통정하는 바람에 큰형을 의미하는 "老大" "大哥"라는 말은 山東 지역에서는 오히려 남에게 마누라를 빼앗긴 바보(중국어의 "王八" "烏龜")가 되어 버린다.

이와 같은 것들이 우리에게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물론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외국인으로 그 쪽에서 어느 정도 양해도 해주고 하니까 천천히 관심을 가지고 실수해 가면서라도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처럼 경우에 따라서 같은 중국인끼리도 괴이하게 여길 정도가 되는 것을 보면 참 이 중국이란 나라가 넓고 따라서 우리가 중국 이해를 위해 드려야 될 시간과 공력이 만만치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출처 : 중국에서성공하는자(중성자)모임
글쓴이 : 김종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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