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중국과 친해지기

"지하서 광부와 만두 먹는 소탈한 원자바오, 사실은…"

주님의 착한 종 2011. 5. 23. 09:21

 

원자바오 총리의 두 얼굴

"원자바오(溫家寶)는 거짓 연기와 정치 조작의 달인이다."

지난해 8월 '중국 최고의 연기자 원자바오(中國影帝溫家寶·사진)'라는 책이 홍콩에서 출간돼 화제가 됐었다. 원자바오가 2003년 총리 취임 이래 '평민 총리'로 널리 칭송받았음을 감안하면, 전편에 걸쳐 일관되게 원 총리를 비판한 이 책은 출간 자체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저자 위제(余杰·38)는 원 총리가 지하 720m 막장에 내려가 광부들과 만두를 먹고, 에이즈 환자들을 5차례나 만나 거리낌 없이 손을 잡고, 이재민들 앞에서 눈물을 흘린 건 전부 '쇼'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인권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언론자유에 재갈을 물리면서도 '인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입에 발린 소리만 한다고 비판한다. 명문 베이징대를 나온 위제는 25세 때부터 각종 저술로 정부와 공산당을 거침없이 비판,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

책 내용 일부를 옮겨본다. "원자바오가 인터넷에서 네티즌들 질문에 답한다며 한 얘기는 모두 직원들이 정리해준 것이다" "묵묵히 일하는 다른 지도자와 달리 전국 2000개 현을 돌아다녔다고 떠드는 그는 자신의 '인민 사랑' 과시에만 급급하다" "재해 현장에서 이재민을 위로하는 척했지만 부실공사 책임자 처벌 약속은 지키지도 않았다"…. 수년 전 한국 언론도 원 총리가 11년 된 점퍼를 입고 낡은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며 청렴성을 보도한 바 있지만, 위제가 볼 때는 모두 연기(演技)에 불과하다.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위제의 책은 원 총리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 규명은 하지 않았다. 다만 '평소 그의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현시욕을 감안할 때 대중 앞의 언행은 대부분 쇼'라는 인상을 주는 예를 여럿 들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중화권 전문가들은 위제의 주장에 흔쾌히 동의하지 않는다.

필자는 2003년 전인대가 끝난 뒤 원 총리가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다. 당시 그가 중국 경제수치를 열거하며 "나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자화자찬하는 것을 보고 좀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원 총리 비판자 중 상당수는 언행의 진정성을 문제 삼는다. 그가 약자층을 찾아가 위로하는 것을 보면서도 '부모가 자식 돌보듯' 과하게 폼을 잡는다는 것이다. 반면 우호적인 정치분석가들은 그가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없어 터무니없는 비판에 시달린다고 동정한다. 원 총리의 진면목은 아마 이 두 가지를 섞어야 윤곽이 보일 듯하다. 단 그가 후야오방-자오쯔양-장쩌민 3대에 걸쳐 비서실장을 지내고 총리까지 올라간 것을 보면 실력 없이 말로만 떠드는 인물은 아니라는 점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사실 원 총리보다 구설에 더 많이 오른 사람은 그의 부인이다. 부인 장베이리(張쥈莉)는 항간에 '보석계의 대모(代母)'로 불리며 보석감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문제는 그가 보석을 대거 사들인다는 소문이다. 2007년 베이징 국제보석전 때는 대만 보석상으로부터 5억원어치가 넘는 보석들을 사들였다고 대만 언론이 보도하는 바람에 파문이 인 적이 있다. 대만 보석상은 장 여사가 당시 보석을 고르는 장면이라며 사진까지 공개했다. 장 여사 측은 물론 구매사실을 부인했다. 원 총리는 해외여행 때 부인을 동반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부인의 지나친 보석 사랑과 자신의 '평민 총리'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아 동반을 꺼린다는 소문이 있다. [기사제공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