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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한국인 - 여태근 칼럼 2. 중국사업, 성공과 실패의 의미는?

주님의 착한 종 2009. 10. 27. 18:01

여태근 칼럼 2. 중국사업, 성공과 실패의 의미는?
 
▲ 백제원 여태근 사장(가운데)과 백제원 종업원들
▲ 백제원 여태근 사장(가운데)과 백제원 종업원들
 
나만의 개성 있는 사업을 위해


흔히 사업 뿐 아니라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의 성공과 실패 확률은 반반이라고 한다. 성공 확률이 반이 넘으면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실패 확률이 반이 넘으면 소극적으로 생각해 시작할 엄두를 못낸다. 중국 현지 우리 교민사회의 사업 성공 확률은 이보다 훨씬 적은 것 같다.

우리 나라의 이민역사, 해외사업 진출의 역사는 해방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미국의 재미교포들 중에는 세탁소, 슈퍼마켓, 과일장사, 생선장사, 슈퍼마켓 등으로 사업을 시작해 훗날 크게 성공한 사업가들이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한국인의 근면성과 투지가 정평이 날 정도이다. 일본의 재일교포사회도 같은 양상을 띄고 있으며 최고의 재벌그룹도 있다. 그런데 중국 사업은 성공하기가 왜 이렇게 힘들까?

외국에서 사업하는 우리는 절대 실패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 국내에서 사업하다 어려우면 서로 분석하고 토론할 가치도, 필요도 있고 진심으로 상의할 친구도, 대상도 있다. 잘못 시행했다면 다시 연구해서 다시 잘 할 수도 있다. 즉, 실패 자체도 성공의 거름이자 과정일 수 있으며 훗날 값진 추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에서 사업과 투자에 실패하면 일시에 모든 사항이 종결된다. 실패하는 순간 모든 것을 접고 쓸쓸히 은퇴해야 한다. 멀리 있는 지인들은 몰라서 도와줄 수도 없다. 우리의 실패는 알아줄 사람도 없을 뿐더러 저잣거리 술 안주감도 안 된다.

그래서 중국에서 사업하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사업 아이템을 선택할 때 조심스럽게 안전한 것을 추구한다. 문제는 이 같은 아이템들은 남들이 많이 하고 있는 것이어서 실패의 위험성은 작을지 모르나 수익이 너무 적어서 도전할 가치가 떨어진다. 중국에 돈을 벌러온 사업가들이 수익성이 없는 일에 몸만 바쁘다. 현재 중국 코리아타운에 빼곡히 모여 있는 한식당과 같은 업종들이 그렇다.

지난 94년, 식당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너무 깊이 연구하지 않겠다고 맘 먹었다. 나는 지금도 선양(沈阳) 시타(西塔)의 유명업소에 거의 가지 않는데, 일부러 가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미 만들었다면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고객이 원하는 것 중에 아직 만들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는지 찾고 또 찾는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식당을 선택할 때 맛집을 찾는다. 반면 중국 고객은 특색 있는 업소에 모인다. 특색을 만들지 못하면, 틈새를 찾지 못하면 인기를 끌 수 없다. 남들과 다른 개성을 부각해야 중국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어려움은 없다. 다만 시도를 안 할 뿐.

중국 외식사업을 시작하면서 나의 사업적 발상은 단순했다. 중국 생활 초창기에 부산사람인 나는 생선회가 먹고 싶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도 회가 먹고 싶은 것이다. 지금 시타에서는 흔한 요리가 된 광어회이지만 당시에는 어디서 구할 수 있는 지도 몰랐다. 광어 사진 한 장을 들고 다롄(大连) 바닷가에 가서 광어를 구했으며 어선을 직접 찾아 자연산도 공급받았다.

처음으로 회를 팔다보니 파는 숫자보다 수족관에서 죽는 숫자가 더 많았다. 방법이 없어 1년만에 걷어치우고 물고기 공부를 제대로 한 다음에 다시 시작했다. 수족관의 고기는 싱싱했고 초장에 찍어 회 한점 맛 보면 확실히 신선했다. 물을 잘 관리해야 물고기의 육질이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당시 생선회가 한창 잘 팔릴 때는 하루에 광어 30마리씩 팔았다.

당시에는 밖에서 목욕할 데가 없었다. 나부터 불편했다. 그래서 지하 500평방미터 규모의 남자 목욕탕을 만들기로 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중국인들은 목욕 하는 습관이 없다."며 반대했지만 나는 "내가 중국인 손님에게 목욕을 알려준 후 돈을 벌겠다."고 말했다.

시타의 최초 한국식 사우나가 오픈하자 일주일만에 캐비닛 열쇠가 동이 났으며 고객은 예약하고 기다렸다. 지금 시타의 목욕비가 30 위안이지만 95년도 당시에는 48 위안이었다. 그래도 손님은 줄을 섰다.

중국 고객은 사우나를 이용하는 방식이 우리와 달랐다. 장식장에 진열된 양주병을 보고 주문해서 팔기도 했다. 탕 옆에 걸터 앉아서 값비싼 술과 안주를 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의 사우나 문화가 보급되었고 몇 년 동안 고객으로 붐볐다. 그 뒤 현재의 시타 대형사우나가 들어섰고 사우나 문화가 광범위하게 확대됐다. 백제원도 지난 2003년에 2500평방미터규모로 확장했다.

백제원은 중국에서 한국 양주를 처음 수입하기도 했다. 1995년 두산으로부터 양주를 선적한 콘테이너를 직접 받았다. 본사와 계약해 초기 3개월 동안 동북3성에서 독점 판매했는데, 당시에는 처음이어서 아무도 받을 생각을 안 했다.

이외에도 백제원은 중국에서 수출시험용 1호인 한국 위성안테나를 달았고 지난 2002년에는 랴오닝성(辽宁省)에서 외국인 최초로 호텔객실허가를 등록했다. 사실 시도해 보면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아무도 시도할 생각을 안했을 뿐이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과감해지길...

사업 시작 단계에서 최대 적은 두려움이다. 바꿔 생각하면 도전정신이 곧 성공의 단초이다.

시작을 하기도 전에 하는 무수한 토론은 잡담에 불과하다. 긴 잡담의 결과는 부정적으로만 흐르기 마련이다. 사업은 어차피 약간 무모한 사람들의 행위이다. 큰 흐름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길을 열었다. 나는 '어떻게' 라는 실천적, 방법적인 것만 생각한다.

나는 시작부터 하고나서 그 다음에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시장조사 한다. 즉 점포를 먼저 구한 뒤에 아이템을 생각한다. 한 쪽에서는 공사를 진행하고 한 쪽에서는 조사하고 와서는 또 변경했다. 사실 피곤하고 낭비도 있었다. 결과에 대해서만 말하면 4번 실패했고 4번 성공했다. 판을 많이 벌린 셈이다.

시도하지 않았다면 실패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았다면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한두번 실패하면 많은 것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시작도 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실패와 같은 결과이다.

내가 지금 중국에서 식당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한국인끼리의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은 서북 대륙과 같은 다른 곳으로으로 가겠다. 그곳에서는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너무 좁게 모여있다. 우리끼리 경쟁하며 시간, 돈 낭비하게 되면 국력 낭비이자 국부 유출이다.

현재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우리는 투자 일세대이다. 우리의 시작은 정확한 기획도, 전문성도 없었다. 오직 헝그리정신, 개척정신이 우리를 이끌었다. 이같은 비전문성이 한계를 노출하다보니 중국 사회와 기업에 비하여 인적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1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 교민업체는 점차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그 동안 중국에서 공부하고 전문성을 가진 젊은 차세대들의 활약을 기대할 때이다.

개척시대가 가고 전문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좀 더 과감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