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기억과 발자취/청도 이야기

큰딸년

주님의 착한 종 2009. 2. 3. 12:49

아들놈..

이건 그리 낯설지도 않고 그리 상스럽게 들리지 않는데

딸년.. 이건 괜히 익숙하지도 않고, 고상하게 들리지도 않네요.

 

청도 바람님이 우리 아들넘... 하며 쓰시는 글을 자주 보게 되는데

하~ 뭐랄까 구수한 뚝빼기 맛도 나는 것도 같고

젊은 청년 특유의 땀냄새가 맡아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딸이란 존재는,

그것도 다 큰 딸,

언제부턴가 아빠와는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고

그 아이의 방 밖에서 노크를 한 후 허락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게 되고 부터인가..

딸년들은 아빠와는 몇 걸음 떨어져 있게 된 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지난 번 귀국했을 때는

밤늦게 퇴근을 해서는 거실에서 기다리던 아빠에게 다가와

느닷없이 입을 마추는 바람에 놀랐었는데

더 놀랐던 건, 글쎄 이놈의 계집애 입에서 소주 냄새가 폴폴..

아니 폴폴이 아니라 콸콸 흐르더란 말입니다.

게다가 비틀거리는 꼴이란... 어떻게 집에는 돌아왔는지..

 

원래 골목대장이나 마님이

우리 인생은 우리 것, 딸년들 인생은 딸년 너희들의 것이란 신조로 살아오다 보니

도대체 아이들 공부에 참견하지 않았고

그저 가끔 대화하고, 어려워 할때 이야기를 오래 들어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두 딸이 고3 때에도 우린 많기도 많은 본당 모임에 줄기차게 참석했고

성지순례니, 야외활동이니, 봉사모임에 빠지지 않느라

아이들 간식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래도 주님의 사랑으로 아이들이 삐뚤어지지 않고

나름대로 공부도 곧잘 해서 정말 아무 어려움 없이 성장시킨 것 같습니다.

 

큰딸년 보영 루시아는 작년 2008년도 2월에 덕성여대를 졸업했습니다.

사학과 경영학.. 복수전공했고

졸업 전에 몇군데 취직시험을 보는 것 같았는데, 잘 안되는 것 같더군요.

면접용 옷을 한 벌 사준 것 밖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척 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 날 취직이 되었다며 싱글거리며 아빠 엄마를 불러내서는

삼겹살에 소주를 사겠다며 불러내더군요.

결국 술값은 마님이 지불했지만..

 

지금 루시아의 회사는 서소문 중앙일보 사옥에 있습니다.

호암아트홀이 루시아의 직장인데,

그 아이의 업무는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 합창단 또는 성악가

내지는 극단들을 한국으로 초치해서 공연을 열고 수익을 얻는 마케팅 분야..

 

그래서 가끔 저나 마님, 또는 마님 친구분들이 문화생활을 공짜로

즐기기도 합니다.

 

벌써 입사한지 1년이 되었네요.

그쪽 업무의 특성상 오랜 수습기간이 필요해서.. 1년간 인턴으로 보냈는데

잘 보였던 것인지, 일을 잘 해서 그런지 정사원 발령이 났다고 하며

연락이 왔습니다. 월급도 많이 올랐다고... ㅎㅎ

 

그런데,

내가 이야기를 했었던가요?

그 아이 남자친구가 거창하게 청혼 이벤트를 했었다고..

내년 쯤에 결혼하자고 한다는데, 루시아는 아직 결혼하기는 싫고

4-5년 후에 하자고 했답니다.

 

저도 루시아 졸업식날 그녀석(?)을 한 번 본적이 있는데

직장도 망할 리 없는 국영기업체이고, 학교도 전공도 괜찮고

인물도 그만하면 괜찮고,

마님은 좋다고 합니다.

솔직이 루시아 키도 작고, 음식은 물론 빨래도 할 줄 모르고

정리정돈도 할 줄 모르고..

 

그런데도 저는 그 녀석이 마음에 안 듭니다.

첫째는 교우가 아니고.. 

둘째는 사돈될 분도 교우가 아니고

세째는 시누이가 될 아가씨도 교우가 아니고.. ㅎㅎ

 

영세를 받고, 혼배성사를 하는 조건이라면 고려해 보겠다고는 했는데

이게... 글쎄요.. 내가 질투하는 건 아닌가요?